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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큐 코리아 9월호 커버의 주인공 ‘강동원’

2022.08.24박나나, 전희란

반듯과 삐딱 어디쯤, 강동원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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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LA에서 촬영하실 때 저는 제주에 있었어요. 심바카레에서 동원 씨가 만들었다는 긴 테이블에 한참 앉아 있었죠.
DW 그 테이블, 한 15년 됐을 거예요. 더 되었나?
GQ 저는 어떤 물건을 보면 그걸 만든 사람을 상상해보길 좋아하거든요. 강동원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떼고 보았더라도, 저는 그 테이블에 앉아 이렇게 짐작했을 거예요. 이 테이블을 만든 사람은 참 반듯한 사람이다.
DW 한번은 목수에게 그 테이블 수리를 맡긴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목수가 저 아는 분에게 그랬대요. “강동원 씨, 성격이 되게 안 좋은 것 같다.”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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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어딜 보고요?
DW 아래쪽 조인트 보고요. 너무 꼼꼼하고 정교하게 만들었다고 했대요. 목수들, 나무하는 사람들에겐 칭찬이죠.
GQ 제가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을···. 치밀함과 반듯함이 숨겨지지 않더라고요.
DW 디자인은 자기 성격대로 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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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반듯한 사람인 것만 같은데, 스스로는 늘 삐딱한 사람으로 정의했죠.
DW 사람들이 늘 그랬어요. 저에게 반골 기질이 있다고요.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건 싫었어요. 그래서 늘 다른 선택을 했죠. 모두가 롯데 응원할 때 저 혼자 빙그레 응원하고.(웃음) 아버지가 “도대체, 왜 빙그레야?” 묻기에 제가 그랬죠. “다들 롯데만 응원하니까 싫어요.” 학창 시절에 선생님하고도 자주 부딪혔어요. 요즘도 종종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이면 농담 삼아 그래요. “그때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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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어떨 때 특히 반골 기질이 고개를 드나요?
DW 이건 뭔가 불합리하다, 라는 생각이 들 때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이에요. 뭐가 좋다는 거지? 내가 싫다는데?
GQ 그에 비해 문제없이 잘 자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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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문제를 일으키진 않아요. 저 마음은 고운 사람이라고요.(미소) 다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부딪혀 싸우죠.
GQ 배우 생활하면서 느낀 불합리도 분명 있었을 텐데요.
DW 어린 시절에 유명한 감독님이 “같이 작품하자”고 하면 늘 “시나리오 보여주세요”라고 대답했어요. “보여줄 수 없다, 시나리오 보면 무조건 해야 한다” 그러면 전 이렇게 반응했죠. “안 해요. 시나리오 안 보고 하는 배우랑 하세요.”
GQ 그런 선택들이 강동원을 데려온 곳은···.
DW 글쎄요. 그게 제 색깔이 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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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소위 ‘급’이 되면 제작사를 거쳐 시나리오가 걸러 들어오게 마련인데, 신인 감독들에게는 “일단 강동원에게는 보내보자”라는 업계 정설 같은 게 있다고요.
DW 제가 신인 감독 등용문이라도 된 건지···. 아하하. 제가 신인 감독들이랑 작업을 많이 했죠. 다행히 모두 결과도 좋았고요. 저는 시나리오를 편견 없이 봐요. 이걸 누가 썼는지, 누가 연출하는지를 떼고 이야기 자체만 보죠. 배우에 따라선 감독의 네임 밸류를 중요하게 따지는 배우도 있는데, 이건 각자 선택이에요. 저는 리스크가 있어도 늘 신선한 걸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젊은 감독들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좋은 감독에겐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으니, 예외. 신선하거나, 혹은 <1987>처럼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가가 제겐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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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어떤 이야기를 볼 때 마음이 움직여요?
DW 작품을 선택할 땐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좋은 걸 고르죠. 저는 주로 스트럭처를 봐요. 구조가 탄탄한가, 기승전결이 훌륭한가. 제가 직접 시놉시스를 쓸 때는 어떤 엔딩이 떠올라야만 이야기를 시작해요. 이렇게 끝나면 기가 막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구조를 세워보죠. 한발짝 떨어져 그 구조가 괜찮다고 판단되면 아는 프로듀서들에게 보내요. 모니터링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함께 살을 붙여나가면서 디벨롭하는 식이에요.
GQ 엔딩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게 몹시 새롭게 느껴져요.
DW 새로운 건가요? 몰랐어요. 어디서 글 쓰는 걸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해요. 엔딩이 없는데 글 쓰면 뭐 하냐? 좋은 결말 없이 벌려놓기만 하고 수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요. 잘 전개되다가 이상하게 마무리되는 영화 보면···. 화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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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좋은 이야기에는 늘 좋은 엔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군요.
DW 그렇죠. 그것이 마냥 신나는 엔딩이든, 의미 있는 엔딩이든.
GQ 그래서 떠올린 엔딩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에는 생명이 깃들었나요?
DW 제가 쓴 시놉시스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두 개 있어요. 둘 다 판타지에 가깝고요.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 꽤 오랫동안 싱가포르에 머물렀어요. 완전한 락다운을 경험했죠.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을 수도 없고, 식당은 전부 문을 닫았고, 슈퍼마켓도 혼자 가야 했죠. 길 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영화 준비하면서 리허설하는 게 일상의 전부였죠. 우울하더라고요. 그때 방 안에 갇혀서 취미 삼아 고대사 다큐멘터리를 닥치는 대로 봤어요. 역사, 특히 고대사를 좋아하거든요. 당시에는 취미였지만, 결국 그것을 바탕으로 시놉시스가 하나 나왔죠.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현재 진행 중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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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배우에서 제작자로의 확장은 어쩐지 뻔한 선택도 피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늘 다른 선택을 하는 강동원이었으니까.
DW 계획이 필요해요. 영화를 만들 때 B.E.P(손익분기점)을 따져보고 그에 맞는 계획을 수립해야죠. 이를테면 1백억을 넣어 B.E.P가 3백만이다. 그러면 3백만이 볼 만한 영화를 만들어야죠. 너무 낯설지도, 너무 익숙하지도 않게, 밸런스를 맞춰서. 만약 손익분기점은 맞지 않을 것 같은데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예산, 개런티를 최대한 줄이고요. 신인 시절부터 제 목표는 늘 ‘손익분기점은 넘긴다’였어요. 저를 믿고 돈을 넣어주신 분들에게 최소한 은행 이자는 돌려줘야 하잖아요. 신뢰에 보답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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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아까부터 느끼는 건데, 건축가 같은 모습이 자꾸 보여요. 늘 거시적이고 탄탄한 계획이 바탕에 깔려 있는 느낌이랄까.
DW 공대생이라 그런가? 아하하하. 이동진 기자님도 비슷한 이야기한 적 있어요. 그런데 모든 일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요?
GQ 그리고 군더더기가 없어요. 동원 씨가 좋아하는 디자인처럼.
DW 미니멀한 게 좋아요. 디자이너도 디터 람스 같은 사람 좋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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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사람의 옷차림, 그 사람의 물건으로 “잘 맞겠다”고 판단하기도 해요?
DW 옷 입는 것만 봐도 “이 사람 나랑 좀 맞겠다” 싶은 게 있죠. 일단 “이 사람은 절대 나랑 맞지 않겠다”는 확실해요. 남자든 여자든, 옷이 너무 섹시하거나 ‘Show off’ 하는 사람들은 안 맞아요. 화려해도 센스가 좋다면 예외지만.
GQ 나이 들면서 달라진 것도 있어요?
DW 요즘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까, 기준이 조금씩 희석되기는 해요. 심성만 고우면 된다고 생각하죠. 언행이 요상하거나, 겉으로 보기엔 거칠어도 배려심 있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리고 저는 욕심 많은 사람들 싫어해요. 돈이 모이는 데는 늘 욕심도 모이기 마련이니까. 제가 지금 말하는 건, 나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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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좋은 욕심과 나쁜 욕심은 어떻게 구분해요?
DW 욕심의 결과가 개인으로 귀추되느냐, 작품 전체를 향한 것인가에 따라 다르죠. 사실 그것도 구분 안 될 때도 있고, 구분하기도 쉽지 않긴 하지만. 프로젝트 전체와 상관없이 제 욕심만 부리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피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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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영화 메이킹 영상에서 늘 “한 번 더 할게요”라고 외치는 건, 좋은 욕심 쪽?
DW 어린 시절에 연기할 때는 욕심이 많았죠. 계속 한 번 더, 한 번 더. 오케이가 났는데도 외쳤죠. 이제는 20년 경험이 쌓이니 새로운 테이크를 시도하고 싶을 때가 아니면 멈춰요. 똑같은 걸 더 잘하려고 하면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고요. 으흐흐흫. 이제 좀 베테랑이 되었다고 느끼는 지점이죠. 연기를 계산할 때 대본 전체를 보면 ‘이걸 어떻게 다 하지’ 겁부터 나거든요. 많은 배우가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죠. (한 뼘을 재듯이) 그래서 저는 컷 바이 컷으로 봐요. 여기서는 이것만 잘하면 된다. 그래선지 이제는 긴장도 안 되고, 욕심도 별로 없어요.
GQ 그럼에도 지금 강동원이 포기할 수 없는 욕심은요?
DW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자. 그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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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만약 어디에든 살 수 있다면, 어디에 살고 싶어요?
DW 한 군데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언젠가 정착을 원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제게 맞는 주기는 딱 두세 달이에요. 두세 달 되면 다른 곳에 가고 싶어져요. 한국에 베이스를 두고, 미국에도, 유럽에도 집이 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사실 필요 없어요. 에어비앤비 이용하면 되니까.
GQ 의외예요. 어딘가에 결에 딱 맞는 반듯한 집을 짓고, 거기에 꼭 맞는 가구를 만들어두고 정착하는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DW 저는 스스로를 새로운 환경에 두지 않으면 불안해요. 머무르는 것 같고 정체되는 기분이 들죠. 그것이 안정감이 아니라 불안이에요 제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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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프루스트의 질문 중 이걸 묻고 싶어지네요. 강동원에게 완벽한 행복이란?
DW 글쎄요. 20대에는 ‘30대가 되면 안정되겠지···’, 30대에는 ‘40대가 되면 편해지겠지···’ 했지만 늘 그때가 되면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모두 제가 벌인 일이란 게 함정.(웃음) 제가 저를 안정되게 두지 않는 거죠. 좋은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는 것, 그게 가장 행복해요. 그 사이사이에는 치열함이 존재하고요. 그런데 완벽한 행복이란 게 있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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