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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는 좋은 전기차 디자인일까

2022.08.26신기호

요즘의 전기차 디자인에 대해 쉽게 논하지 말지어다. 그건 단순히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오한 영역이니까. 그럼 우린 지금의 전기차 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오, 당신 한국인이군요. 궁금한게 있어요. 이번에 발표한 현대 아이오닉 6는 어떻게 생각해요? 뒤는 마치 포르쉐 911의 디자인 카피 같은데, 앞모습은 뒤와는 완전 딴판이고. 무슨 이유가 있는 건가요? 한국 자동차 회사는 요즘 그런 디자인을 선호해요?” 얼마 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개최된 슈퍼카 테스트 드라이브 이벤트에 다녀왔다. 현장에서 많은 해외 저널리스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특히 한국에 관심을 보인 이는 영국에 사는 중국 자동차 저널리스트였다. 그는 마치 나를 취재하듯이 공격적으로 아이오닉 6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의 모든 질문을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였다. ‘그러니까 이것이 좋은 디자인이냐?’ 하는 것이다. 아이오닉 6의 디자인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자동차 회사에서 자주 시도하지 않는 세단형 쿠페, 정확하게는 패스트백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 시장에 처음 선보인 디자인은 아니다.

현대자동차 프로페시 EV 콘셉트 카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0년 프로페시 EV 콘셉트 카를 통해 이와 흡사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프로페시 EV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모습은 2001년 등장한 HCD-6 콘셉트 카에서 가져왔다. 지난 20년간 현대자동차 스포츠카에 사용된 익숙한 디자인 언어를 단순한 선과 면으로 강조했다. 반면 옆모습과 뒷모습은 낯설게 느껴질 만큼 완전히 새롭다. 세단처럼 볼륨 있게 시작된 지붕 라인이 갑자기 트렁크 리드까지 급격하게 떨어지며 쿠페 라인을 이룬다. 떨어지는 각도가 너무 급격해서 마치 3D 그래픽 같은 착각까지 든다. 뒷모습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포르쉐 911 시리즈와 비슷한 형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단계로 나뉜 독특한 리어 스포일러와 새로운 범퍼 형상이 시선을 끈다.
앞서 스페인에서 만난 중국인 기자에게 나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설득하지 못했다. ‘좋은 자동차 디자인’을 기준할 정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의견을 뒷받침할 긴 설명이 요구됐다. 예컨대 최신 자동차는 눈으로 보기에 멋진 디자인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기능을 요구한다. 제조사 입장에선 제조 공정과 재료의 원가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패러다임이 변하는 전기차 분야에서 디자인은 훨씬 복잡한 설득력을 필요로 한다.
“다 모르겠고, 전기차라는 특성을 특별히 강조하지 말고 그냥 멋지게 디자인하면 되잖아?” 차를 좋아한다는 남자들끼리 술집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 그만큼 일반 소비자는 제품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순수 전기차라고 어렵게 디자인할 필요 없이 보기에 멋지면 누구나 만족할 것이라는 뜻이다.

아우디 RS e트론 GT

보기에 멋진 전기차, 아우디 RS e트론 GT가 좋은 예다. RS e트론 GT는 누구나 한눈에 사랑에 빠질 만큼 날렵하고, 우아하다. 4도어 세단 형태이면서도 쿠페처럼 지붕을 날렵하게 흘린다. 스포츠카처럼 낮고 넓은 차체, 긴 휠베이스로 안정감을 살렸다. 보디와 창문 면적은 6 대 4 수준으로 흔히 말하는 황금 비율에 가깝다. 여기에 거대한 21인치 휠을 달아 차가 움직이는 모습이 역동적이다. 차 앞뒤에 달린 LED 램프는 저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 세리머니로 주변을 밝힌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처럼 디자인 완성도가 높고, 가까이에선 아주 디테일한 곳까지 세련된 디자인 터치가 녹아든다. 첨단 소재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한 경험까지, 호화스러운 경험이다. 순수 전기차라는 핑계로 그냥 지나치거나 포기하는 부분이 없다. 나는 이 차를 며칠에 걸쳐 경험하면서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하지만 관점을 약간 틀어서 보면 RS e트론 GT도 좋은 전기차 디자인이 아닐 수 있다.
2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표는 무시하더라도, 앞뒤 모터 합산 최고출력이 6백46마력을 넘는 전기차의 존재 이유가 모호하다. 엄청난 광폭 타이어를 쓰기 위해 차폭을 슈퍼카만큼이나 키운 것은 결코 대중적인 선택이 아니다. 다양한 고급 소재와 첨단 전자 장비로 꾸며 차 무게가 2.3톤이 넘는 구조다. 겉으론 친환경 전기차이지만, 에너지 효율성을 따지기에는 애초에 접근 방향성이 다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전기차를 개발하고 타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소비자가 돈 쓰는 이유가 직접적으로 환경오염과 연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존재가 공론화되어 미래를 향한 방향성으로 결정된 이유는 분명하다. 지구의 대기오염을 막고 온난화 현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그래서 지금도 인류는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들여 전기차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 심지어 최신식 자동차 제작 공장에서는 제품 수명 주기 전체를 친환경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풍력과 수력에서 얻은 전기를 사용한다. 결국 전기차 디자인은 멋지기만 해선 안 된다.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앞서 소개한 아이오닉 6의 경우는 어떨까.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기술 자료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라는 목적에 부합한 디자인이다. 순수 전기차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과정이 내연기관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해진 에너지로 얼마나 멀리 안정적으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아이오닉 6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인 디자인을 선택했다. 앞모습을 단순화하고, 지붕을 최대한 부드럽게 트렁크로 연결했으며, 툭 튀어나온 리어 스포일러로 차 뒤쪽에 생기는 와류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현대차는 이런 노력을 통해 공력계수 0.2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공기역학 디자인이다. 본질을 이해하면서도 기능적으로 우수한 결과물인 셈이다. 그런데 정말 아쉽게도 나는 이 차를 타고 싶지가 않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가슴을 설레게 할 디자인이 어디에도 없다. 같은 돈으로 나를 더 만족시킬 대안이 시장에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시장에는 ‘기능성’이라는 본질 외에도 여러 방향의 전기차가 있다. 고집이라고 느껴질 만큼 브랜드의 철학을 앞세우는 건 메르세데스-벤츠다. EQ 시리즈는 브랜드 안에서 특별한 전기차가 아니라 그냥 메르세데스로 정의된다. 1백 년 역사를 가진 전통적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가 자신들의 기준에서 전기차의 완성도를 똑같이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EQ 시리즈를 경험해보면 알 수 있다. 전기 구동계를 포함해 그 어떤 부분도 완전히 새롭거나 도전적이지 않다. 그저 빛나는 브랜드 로고가 모든 것을 설명할 만큼 완성도만 높은 전기차다. 그러니 젊고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세 꼭지 별이 아니라 테슬라에 열광할 수밖에.
테슬라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정반대의 노선을 탄다. 하드웨어의 완성도를 포기하더라도 기존에 없던 신박한 디자인으로 주목을 끈다. 모델 X는 SUV처럼 생겼지만 2열 도어가 하늘로 올라가는 걸윙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다. 물론 날개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후석 도어가 차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하지는 않다. 아직 시장에 정식 출시하지 않은 사이버 트럭의 경우 각지고 단순한 미래형 사이버펑크 디자인으로 주목받는다. 차 내부 골격에 외부 패널이 붙는 일반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골격이 외부로 들어나는 디자인을 쓴다. 상식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으로 전 세계를 주목시키고, 소비자의 호응을 얻는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내부

하지만 이 또한 문제는 있다. 경미한 접촉사고에서 필요 이상의 수리가 필요하다. 반대로 충격이 심한 사고에 차체 수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문제를 짚자면 이뿐이겠는가. 디자인은 이처럼 알면 알수록 정답이 없다. 현재 전기차는 존재의 이유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고급화, 브랜딩이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으로 저마다 목적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거기에는 절대적 기준이 세워질 수 없고, 같은 맥락에서 절대적으로 좋은 비교 대상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까 한 가지 기준으로 전기차를 평가하는 건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요즘 전기차 디자인에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은 없다. 그저 저마다의 가치와 목적, 히스토리에 부합할 뿐이다. 글 /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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