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마니아와 요즘 남자들이 집착하는 이 시계, 장단점 통으로 파헤치기

2026.05.28.조서형

처음 제대로 된 카메라를 산 뒤, <지큐> 워치 에디터 캠 울프는 자신과 똑같은 모델을 가진 시계 애호가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소박한 디지털 똑딱이 카메라가 어떻게 워치 업계를 점령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Photos courtesy of Ricoh, Rolex, Ming; Getty Images

시계 기자지만, 내가 찍은 시계 사진들은 업계 최악의 손목샷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워낙에 사진 감각이 없기도 했고, 아이폰 카메라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Craft + Tailored의 창립자 카메론 바가 내게 “진짜 카메라” 하나를 사보라고 부드럽게 권했다. 그가 추천한 건 리코 GR IIIx. 사진 못 찍는 사람도 그럭저럭 괜찮은 사진을 찍게 만들어주는 디지털 포인트 앤 슛 카메라였다. 바는 말했다. “풀 오토 모드에서도 저 작은 카메라 안에 엄청난 힘이 있어요.”

거의 1년 뒤, 책 선인세가 통장에 들어온 날 나는 그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3월 6일, 나는 온라인으로 GR 3x를 주문했다. 그 순간 내가 시계 업계 내부자들의 은밀한 클럽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

한 달 사이 라임 & 리즌스티븐 풀비렌트, 호딘키제임스 스테이시, 언폴리시드토니 트레이나까지 모두 같은 카메라를 구입했다. 이미 워치 업계에는 수많은 GR IIIx 유저가 있었다. 풀비렌트는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는 같은 액세서리까지 장착한 동일한 카메라를 세네 명이 동시에 꺼내는 미팅도 있었다”고 말했다. 트레이나는 아예 “워치 인플루언서의 공식 카메라”라고 부른다.

Stephen Pulvirent

원래 리코는 이 GR 시리즈를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를 위해 만들었다.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으면서도 고품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휴대용 카메라를 원했던 사람들 말이다. 스와치 매장 앞에 줄 선 사람들, 산맥 위 노을, 가족 여행 사진 같은 것들을 찍기 위한 카메라였다. 리코 북미 사장 켄 커리는 “궁극의 스냅슈터라는 개념 위에 만들어졌고, 높은 화질과 빠른 반응성, 휴대성을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B&H 포토의 수석 기술자 마크 스타인버그는 “기자나, 여행 다니는 축구맘 같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카메라”라고 말했다.

워치 업계에서 GR3x는 비교적 최근의 유행이지만, 사진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카메라였다. 떠오르는 워치 브랜드 플레밍의 공동 창립자이자 @waitlisted 계정으로 유명한 제임스 콩은 이전 모델인 GR3부터 사용했다. 그는 “전설적인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카메라 계보의 최신 후손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계 촬영에 특히 적합한 건 2021년에 출시된 GR3x다. 기존 GR3의 28mm 렌즈 대신 40mm 초점거리 렌즈를 넣으며 클로즈업 촬영에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다. 풀비렌트는 “시계 촬영이라면 X 버전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한다. 리코는 렌즈 하나 바꾸면서 완전히 새로운 팬층을 얻어버렸다.

GR3x에 대한 전도는 워치 업계에서 순식간에 퍼졌다. 트레이나는 “워치 리테일러 데릭 몬을 만나러 갔는데 리코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몬은 자신이 처음 본 사용자로 제임스 콩을 꼽았다. 하지만 콩 역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바로 사진가 출신 워치 브랜드 창립자 밍 테인이다. “그는 내가 아는 워치 사진의 거의 모든 걸 가르쳐준 사람이고, 가장 까다로운 미적 감각을 가진 인물 중 하나예요. 2021년 GR3x가 나오자마자 샀고 결과물에 감탄했죠.”

밍 브랜드 창립자인 테인은 원래 시계 사진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다. 그가 오랫동안 GR 시리즈를 사용해왔다는 건 업계 사람들이 그를 따라간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는 2006년부터 다양한 GR 모델을 써왔지만, 건축과 인물, 시계를 위해 더 긴 초점거리 버전을 원했다고 말한다. “40mm의 GR3x는 완벽했어요.”

리코의 가장 큰 장점은 휴대성이다. 스타인버그는 “진짜 주머니에 들어간다. 억지로 넣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자연스럽게 들어간다”고 말한다. 트레이나, 풀비렌트, 바 모두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이 카메라 하나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을 좋아했다. 지난해 한 럭셔리 브랜드 미팅에서, 이전 촬영팀이 거대한 카메라 장비 가방을 끌고 나가는 사이 바는 리코 하나만 들고 들어갔다. 그는 “브랜드 사람들이 ‘뭐야, 저 작은 걸로 찍는다고?’ 하는 표정이었다”고 회상했다.

더 아머리 공동 창립자 마크 조는 “최고의 카메라는 결국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카메라”라며 “리코는 크기 대비 화질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라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만큼 완전히 쉬운 카메라는 아니다. 직접 써보니 알겠다. 처음 카메라를 받았을 때 나는 프로 수준 사진을 바로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지난해 라이카 Q3 43을 잠깐 써봤을 땐 오토 모드만으로도 안셀 애덤스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GR3x의 꽤 가파른 학습 곡선 맨 아래에 있는 느낌이다. 괜히 라이카가 리코보다 6배 넘는 가격이 아닌 셈이다.

호딘키 편집장 제임스 스테이시는 “가끔은 그냥 카메라가 카메라처럼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리코에 대해 경쟁사 소니나 캐논보다 오토포커스가 느린 등 단점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완벽한 서브 카메라”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를 파텍 필립이나 오데마 피게 컬렉터들이 튜더나 CWC 같은 데일리 워치를 따로 갖고 있는 것에 비유했다.

하지만 약간 어설픈 결과물조차 리코의 매력이다. 트레이나는 “사람들은 이제 완벽한 인스타그램 사진을 원하지 않는다”며 “날것 같고 진짜 같은 느낌을 원한다”고 말한다. 풀비렌트 역시 최근 워치 사진 업계가 지나치게 획일화됐다고 본다. “더블 플래시, 강한 반사광, 지나치게 선명한 색감과 탈색된 화이트 메탈 사진들. 다 비슷해졌어요.” 리코의 독특한 결함은 광고처럼 완벽해진 워치 사진에 지친 사람들에게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GR3x가 업계에 너무 퍼지면, 완벽함 대신 ‘획일적인 날것 느낌’이 유행하게 될 수도 있다.

리코는 완벽한 카메라는 아니다. 스타인버그는 가성비 최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며,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고 방진이 부족하며 너무 가벼워서 싸구려처럼 느껴진다는 불만도 있다고 전했다. 사용자들 역시 먼지가 렌즈 안으로 쉽게 들어가 카메라를 사실상 못 쓰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 역시 구매 후 엄지 그립, 추가 배터리, 사진 전송 동글, 플래시, 먼지 보호 후드 등에 몇 십만원을 더 썼다. 그래도 스타인버그는 “시계 촬영용으로는 정말 이상적인 카메라”라고 평가한다.

내게 시계 컬렉터와 사진가의 관계는 마치 ‘생쥐에게 쿠키를 주면’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작은 기계식 시계에 빠진 사람은 결국 그것을 아름답게 찍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카메라 자체를 시계만큼 사랑하게 된다. 켄 커리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내부의 정교함이 워치 컬렉터들에게 강하게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테이시는 리코를 “잘 길들여진 데일리 워치”에 비유했고, 밍 테인은 “촉감 좋은 잘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용성을 넘어 삶의 흔적이 새겨진 물건. 그거야말로 시계 컬렉터들이 가장 사랑하는 종류의 물건 아닐까.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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