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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우와 프로-스펙스가 함께하는 속도

2023.03.29한재필

나인우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시작되는 업 템포.

크로스런 아노락 자켓, 러닝 베이스 레이어, 필업 아웃포켓 5부 쇼츠, 퍼포먼스 쿠셔닝 쿨맥스 러닝 크루 삭스, 크로스 레이스 124, 모두 프로-스펙스.

CP 에센셜 맨투맨, 빅스타 리뉴 101, 모두 프로-스펙스.

GQ 오늘 많이 뛰었죠?
IW 흐흐. 네, 아직도 숨차요.
GQ 그동안 보여줬던 정적인 화보와는 달랐는데.
IW 오늘은 네, 되게 역동적이고 춤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좀 어려웠어요. 처음 해보는 시도고 몸을 쓰면서 프레임 안에서 디테일을 찾아야 하니까.
GQ 촬영을 위해 미리 몸 좀 풀었나요?
IW 어떻게 나만의 스타일로 그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면서 연습했어요.
GQ 거울 보면서?
IW 거울은 일부러 안 봤어요. 틀에 갇힐까 봐요. 촬영할 땐 주저하는 느낌이 덜 비춰지도록 신경 썼는데, 실장님이랑 기자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재밌었어요.
GQ 키가 커서 농구선수 느낌도 나던데요.
IW 저 농구 진짜 좋아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 가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팀 먹고 농구하고 같이 땀 흘리고 사는 얘기도 듣고. 그렇게 많이 놀았어요.
GQ 마침 오늘 한강 가기 딱 좋은 날씨인데요. 봄이 왔어요.
IW 입은 옷들도 가볍고, 자전거 타기 딱이겠다 싶었어요. 이렇게 바람이 덥지도 않고 시원한 날 반바지 입고 라이딩 가면 기분 진짜 좋거든요.
GQ 오, 자주 가는 코스도 있나요?
IW 집 앞에 중랑천이 있어요. 중랑천 길을 따라서 쭉 가다가 용비교 건너서, 아니다 성동교 건너서 강변북로 타고 사당까지. 딱 한 시간 거리예요.
GQ 중랑천에 벚꽃 피면 되게 예쁜데, 4월에도 가봤어요?
IW 음, 자전거는 주로 초여름부터 타는데. 많이 가보셨나 봐요?
GQ 하하하. 집돌이로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활동적인 취미가 많네요.
IW 집에 있는 걸 아무리 좋아해도 혼자선 심심할 때가 가끔 있어요. 시간이 많이 남거나. 밖으로 나가 논 기억도 까마득하네요. 최근에 너무 바빴거든요.

컬러 블록 윈드브레이커, 밑단 지퍼 트리코트 팬츠, 에너젯 플러스 2, 모두 프로-스펙스.

GQ <1박 2일> 하면서 매주 나가 놀고 있잖아요.
IW 맨 첫 촬영날 아무것도 모르고 형들을 찾으러 뛰어다닐 때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혹한기 캠프 때 땅굴에서 자고 요리해 먹던 것도 벌써 추억이네요.
GQ <1박 2일>이 인우 씨 일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나 봐요.
IW 제가 외동인데요, 형들, 여러 스태프들과 오래 지내면서 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중요하다고 믿는 신념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고요.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절대로 잊지 말자, 잃지 말자.
GQ 어린 시절 인우 씨가 살았던 캐나다로 한번 가볼까요 이번엔.
IW 캐나다에 위니펙이란 도시가 있어요. 계절은 여름이었고, 높은 건물 하나 없이 주택들이 쭉 펼쳐진 풍경이에요. 지하실도 있고 주차장도 있는 그런 이층집들이 넓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크게 크게 배치되어 있어요. 그렇게 모여서, 예를 들면… 성수동이 되는 거예요.
GQ 엄청 광활한 동네가 상상되네요.
IW 그러니까 막힘도 없고 그냥 막 뛰기에 더없이 좋은 동네였죠. 자전거랑 스케이트보드도 많이 탔어요. 눈앞에 시원시원하게 길이 뚫려 있으니까.
GQ 그때가 아홉 살이죠?
IW 네, 초등학생 시절. 히히히.
GQ 초등학생 나인우는 뛰는 걸 그렇게 좋아했다던데요.
IW 에너지를 계속 분출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두려운 것도 불안한 것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뛰는 걸 좋아했나 봐요. 그런 자유로움이 좋아서?
GQ 인우 씨가 록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록도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강한 비트가 특징이잖아요.
IW 오,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록 음악을 처음 접한 것도 아홉 살 때였어요. 어릴 때 보면 부모님들이 원하는 걸 잘 안 사주시잖아요.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저는 주로 참는 편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기억이 있고 이젠 참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그게 가장 큰 제 아이덴티티 같아요.
GQ ‘인내’가 인우 씨의 아이덴티티라니. 아홉 살 때 깨달은 게 참 많네요? 연기에 대한 열망도 그때 발견했잖아요.
IW 맞아요. <야인시대> 같은 드라마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보다가.
GQ 소년 나인우에게 배우들의 연기가 강렬하게 다가왔던 걸까요, 아니면 그 강렬한 감정을 자각한 자기 모습이 놀라웠던 걸까요?
IW 그 장면들과 연기가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몸이 움직였어요. 그 연기를 따라 했던 거죠 혼자서.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땐 몰랐지만 마음과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게 아닌가 싶어요.

스타디움 스웻셔츠, C/P 쇼츠, 빈티지 볼드 삭스, 트레이서, 모두 오리지널스포츠 by 프로-스펙스.

GQ 그때도 거울 없이 연습했어요?
IW 거울 안 봤어요. 지금도 사실 거울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GQ 왜요?
IW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를 더 사랑해야 할 것 같아요.
GQ “좋아하는 건 쉽다, 사랑하는 게 어렵지.”
IW 사랑하는 건 어렵죠.
GQ 한 인터뷰에서 인우 씨가 한 말이죠. 단순하지만 공감되는 통찰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연기를 사랑하는 영역으로 놓았는데, ‘살펴보고 돌보면서 가져가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IW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사랑 같아요. 하나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고민이 두 배가 되어 돌아와요. 새롭게 탐구해야 할 연기적인 고민이 생겨나고, 책임감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 가는 게 아닐까.
GQ 사랑을 안정적으로 잘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인우 씨는 그런 사람인가요?
IW 음, 한마디를 말하더라도 수만 가지 생각을 거친 뒤에 내뱉어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이 어떨지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볼 땐 편안해 보여도 제 속에서는 소용돌이가 치고 있어요. 연기를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안정적인 척하지만, 사실 엄청나게 불안해하죠.
GQ 그런 불안한 생각 중에 조바심 같은 감정도 있어요? 빨리 크고 싶다거나.
IW 뭐가 부족할까, 왜 생각한 대로 안 될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해요. 조바심을 내진 않고 오히려 느긋하게,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물 흐르듯 사는 것 같아요.

제타 스트레치 자켓, 제타 스트레치 조거 팬츠, 퍼포먼스 쿠셔닝 쿨맥스 러닝 크루 삭스, 티렐 CT 102, 모두 프로-스펙스.

GQ 그렇다면 현재 인우 씨의 속도는 어때요?
IW 제가 보는 저는 천천히 달리고 있어요. 쉬지 않고 활동한 덕분에 누군가는 저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사람으로 볼 수 있겠지만,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어려운 달리기를 잘하려면 고민도 준비도 많이 해야죠. 천천히요.
GQ 무언가를 오래 하려면 처음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변을 살피면서. 빠르게 가는 것보다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한 거죠.
IW 공감해요. 연기를 하는 요즘 좀 더 신중해진 건 있어요. 연기하는 그 순간이 생각을 안 하는 유일한 시간이에요. 온전히 집중하려고 하니까요. 하지만 슈팅 들어가기 전과 후에는 예민해요.
GQ 연기에 대해서 ‘이건 이제 조금 알겠다’ 하는 것이 있나요? 혹은 ‘이건 내가 확실히 할 줄 안다’ 같은 것.
IW 음…, 제가 확실히 할 줄 아는 건 관찰하기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힌트를 얻어요. 고민의 답을 찾기도 하죠. 저는 말을 하기보다 듣는 편이에요. 듣는 것도 관찰의 방법 중 하나고요. 하지만 여전히 찾아가는 중이에요.
GQ 각이 나온다고 하죠. 저도 그래요. 찾아가는 중이에요.
IW 그런 거 없어요. 매번 새롭죠. 계속 새로워요.
GQ 연기가 사랑이면 캐릭터를 연구하는 건 사랑을 잘 하기 위한 노력이겠네요. 인우 씨의 접근법이 궁금해요.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해석해요?
IW 저는 캐릭터의 성장 환경부터 살펴봐요. 그 캐릭터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가 제일 궁금하거든요. 한 사람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게 가장 먼저예요. 그런 다음 주변 인물과의 관계성이나 사회적 위치 같은 디테일을 찾아요.

람다 스트레치 아노락, 밑단 지퍼 트리코트 팬츠, 모두 프로-스펙스.

GQ 연기 말고 또 다른 사랑의 영역이 있다면요?
IW 기타요. 저는 음악을 참 좋아해요. 음악에도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선율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정들이 있어요.
GQ 자유롭게 내달리던 아홉 살 나인우는 연기를 사랑하는 청년이 되었네요. 그 꼬마가 서른이 되었어요. 3이란 숫자를 마주한 소감은요.
IW 글쎄요, 아직도 스물아홉 같아요. 작년 연말은 ‘한 살 더 먹는구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갔어요. 달력 볼 새도 없이.
GQ 오늘이 3월인 건 알고 있죠?
IW 진짜요? 2월인 줄 알았어요, 진짜요.
GQ 전 오늘 위니펙의 자연을 뛰어다니던 아홉 살 소년을 본 것 같았어요.
IW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저도. 아, 나이 먹었다는 생각은 든 적 있어요. 예전엔 어딜 가든 형과 누나들이었는데, 요즘엔 어린 친구가 많이 생겼어요. 현장에서요. 동생들이 저를 따르고 좋아해주니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GQ 오래 봐야 좋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지 않을까요?
IW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누가 물어봐도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죠.

    에디터
    한재필, 임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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