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에서 시작되는 진영의 이야기.

GQ 바로 어제 진영이 10년 전 작곡한 아이오아이의 미발표 곡, ‘웃으며 안녕’이 발표되었죠. 다시 녹음한 게 아닌, 그때 그 곡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더군요.
JY 맞아요. 10년 전 녹음한 곡이에요. 그때 그 느낌 그대로 가야 할 것 같았어요. 그 시절 제가 작사 작곡한 곡과 아이오아이의 조합을 좋아하는 분이 많이 계셨거든요. 날것 그대로, 지금 들으면 조금 촌스러울 수 있는데, 10년 전이니까 그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GQ “우리 서로 웃으며 안녕, 안녕 이제는 안녕의 의미가 변했네요”라는 가사가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JY 반가운 안녕으로 시작했다가 이별의 안녕으로. Mnet <프로듀스 101>로 결성된 아이오아이의 활동이 빠르게 끝났잖아요. 해체하는 시점에서 아쉬움의 마음을 담았죠. 마지막 곡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슬프기도 하고, 마음에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구절이 제게는 하이라이트였죠.
GQ 한 인터뷰에서 “작품을 볼 때도 무조건 해피엔딩”이라는 말도 했어요.
JY 저에게는 그게 중요해요. 보고 난 뒤에 행복하면 좋잖아요. 아무리 힘든 과정이 있어도 끝에는 웃을 수 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게는 있어요. 그런데 이번 곡을 예로 들면, ‘굿바이’에 항상 ‘해피’만 존재할 수는 없으니까, 그걸 최대한 승화한 게 ‘웃으며 안녕’이었던 것 같아요. 슬퍼도 웃으면서 안녕. 그런 메시지를 제 스타일로 풀었어요.
GQ 작품을 고를 때도 엔딩이 중요해요?
JY 드라마는 엔딩을 알 수 없어서 좀 아쉬워요. 영화는 해피엔딩이면 너무 좋죠. 그런데 또 너무 뻔한 결말은 조금 그렇고···. 그래서 작품을 고를 때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만 해’라는 기준을 두지는 않는 것 같아요.
GQ 사실 같은 엔딩도 누군가에게는 해피, 누군가에게는 새드일 수도 있잖아요.
JY 그렇죠. 제가 이번에 출연한 영화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도 그래요. 결말이 누구나 원하던 해피엔딩은 아닐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새드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작품을 성장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어쨌든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마음이 전해졌고, 제가 맡은 역할에 성장이 있었기 때문에 제게는 해피엔딩이었어요. 결국 ‘행복한 결말’이란 건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GQ 진영이 작곡한 곡이 나오는 영상에 늘 달리는 댓글 알아요?
JY “진영은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길래.”
GQ (이어) “이런 곡을 만들 수 있는 걸까.”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가닿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어떤 특별한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JY 제 경험은 완전히 평범해요. 평범한데, 저는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것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더 깊게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한 가지 상황을 놓고 여러 가지 방향에서 생각하고 해석해보고, 곧이곧대로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이 사람이 이렇게 반응한 이유는 뭘까? 확장해서 생각해보려 하고요.
GQ 곡 디렉팅을 할 때 늘 ‘감정’을 강조하던 것도, 감정을 깊게 느껴서였군요.
JY 저는 노래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감정이 ‘진짜’라면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음이 불안해도, 거기에 진짜 감정이 들어가 있으면 매력있을 때가 많아요. 제가 디렉팅할 때는 “잘 불러주세요”보다는 “진짜 감정을 담아서 해야 됩니다”라는 요구가 더 많아요. 저는 늘, 그게 큰 뿌리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눈을 감고 불러보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요. 다른 감각을 차단하고 어떤 감정인지 느껴본 뒤에 시작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부터 잡고 가야 하니까요.
GQ 노래의 감정 표현과 연기의 감정 표현은 비슷하다고 느껴요?
JY 완전히요. 감정을 정확하게 느끼지 못하면 그것을 표현하기가 어렵죠. 감정부터 정확하게 인지하고 느껴야 하니까요.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는 같다고 생각해요.
GQ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먼저 아는 것.
JY 그게 가장 커요. 왜 이 말을 하는지, 이 말을 해서 무엇을 느끼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그냥 말만 하면 대사일 뿐이에요. 그래서 감정을 느껴 표현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고, 잘하기 위해 더 노력해요.

GQ 이해가 되지 않는 감정은 어떻게 찾아가요?
JY 초반에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직접 쓴 분에게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의도인지 제가 직접 들어야 해요. 혼자서 해석해서 의도와 다르게 나오면 불협화음이 되죠. 아, 이런 관점에서 이런 마음으로 쓰셨구나, 느껴야 그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어요.
GQ 감정에 풍덩 빠져서 연기하면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요?
JY 홀린 듯이 시간이 흐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의 희열이 있어요. 배우가 아무리 대사를 진짜처럼 하려고 해도, 결국은 없는 말을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실제처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근접하게 표현하기 위해 감정도 최대한 가까이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아요.
GQ 출연한 작품의 OST 작곡에도 늘 참여해왔는데, 출연한 작품의 음악을 만들 땐 과정이 어떻게 돼요?
JY 배우로서,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싣고 가요. 이 사람이 이 작품 전체를 놓고 볼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이 캐릭터가 이 드라마를, 영화를 본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까를 느끼려고 해요. 한 사람의 OST라기보다는 작품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작곡을 먼저 하고, 거기에 할 말들을 편지처럼 하나씩 적는 느낌으로 쭉 가요.
GQ 이번 영화에서는 드물게 OST 작업을 하지 않았죠. 만약 만들었다면 어떤 느낌으로 하고 싶었을까요?
JY 최대한 따뜻하게 쓰고 싶었을 것 같아요. 잔잔하면서 악기가 많지 않게, 그럼에도 악기가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GQ 악기가 말을 한다.
JY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악기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어 감정을 불어넣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각 악기의 멜로디가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실제로 실린 마지막 노래도 굉장히 귀여운데 조금 하찮아요. 하찮은데 따뜻하고, 약간 슬퍼요. 그 여러 가지의 느낌이 마치 아기의 마음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음악이 나오는 신을 몇 번 돌려봤어요.

GQ 영화의 배경, 에노시마는 제가 아주 지칠 때마다 달려가는 동네이기도 해요. 에노시마 하면 떠오르는 향의 기억이 있어요? 향에 섬세하다고 들었거든요.
JY 라멘집의 짭짜름한 향. 한국에서도 비슷한 향이 나면 갑자기 일본의 기억이 확 스칠 때가 있어요. 당고의 달달하고 짭짜름한 향도 너무 좋아해요.
GQ 영화를 보고 저는 어떤 장면에서 짭짤한 눈물의 냄새를 느꼈어요.
JY 할머니가 함바그를 만들어주시는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정말 길게 나왔어요. 촬영할 때도 감독님이 오셔서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렇게 길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GQ 그 장면 맞아요. 담담해서 더 울컥한. 혹시 그 장면의 첫 테이크였어요?
JY 아마 그랬을 거예요. 영화 전체적으로 테이크를 많이 가지 않았어요. 감독님은 이 작품에서 배우가 너무 계산적이면 순수함이 깨진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조금 어설픈 부분이 있어도 ‘여기서는 이렇게 가도 된다, 이게 맞는 느낌인 것 같다’라고 하실 때가 많았어요. 특히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고, 찍으면서 저도 더 느꼈던 것 같아요.
GQ 진영이 느끼는 감정이 장면으로 전해졌던 거네요.
JY 그 장면에서 제 얼굴이 그렇게 잘 나오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사실 얼굴이 중요한 장면이 아니었던 거죠. 실제로 우리가 생각할 때 내 얼굴이 지금 어떨까를 상상하면서 생각을 하진 않잖아요.

GQ 계속 ‘안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인물과 헤어질 때는 어떤 편이에요?
JY 생각보다 쿨합니다.
GQ 자신하는군요.
JY 최대한 쿨하게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쿨하게 하다 보면 그래도 나아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지, 그런 방향성 자체는 분명해요. 물론 어려울 때도 있지만.
GQ 디렉팅할 때 엄격해서 붙은 ‘호렉터’의 면모는 여전해요?
JY 엄격해요. 저는 객관화가 잘되어서 제 스스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누가 칭찬하면 못 견뎌요. 거짓말이지? 이런 생각부터 들고요. 평소에는 엉성해도 일을 할 때는 완벽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애매하게 끝내고 간다는 것이 저는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제 개인의 기준이라도 어느 정도 완성돼야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좀 집요한 편이에요.
GQ 완성의 시점은 어떻게 알아요?
JY 정말 느낌이에요. 사실 정답은 없잖아요. 그런데 저만의 어떤 기준이 있어요.
GQ 자신을 믿어야만 알 수 있는 그 어떤 지점.
JY 감각에 있어서는 저를 신뢰하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는 꽤 자신이 있어요. 제가 저를 믿지 않으면 누가 저를 믿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