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당신을 대한민국의 골프장으로 초대합니다

2023.04.19박나나

해외엔 있고 한국엔 없는 것.

CART ON GREEN
카트가 페어웨이 위를 달린다? 대부분의 한국 골프장에선 큰일 날 일이지만 해외는 당연한 방식이다. 공 앞까지 찾아가는 서비스가 가능하고, 옆 홀로 야박하게 넘어간 공도 찾으러 갈 수 있다. 경사가 심한 페어웨이를 헐떡이며 오를 일도 없고, 클럽을 바꾸러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갈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좋은 건 그린 위를 달린다는 황홀감. 놀이동산에 온 듯한 기분에 함성이 절로 나지만, 속도 조절을 잘못했다간 공보다 내가 먼저 헤저드로 빠질 수 있다.

MUSIC & DANCE
한국인도 흥이라면 빠지지 않지만 유독 골프장에선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다. 해외에선 개인 스피커를 항상 갖고 다니는 골퍼가 있을 정도로 플레이 중 음악을 많이 듣고, 가끔은 골프장에서 직접 음악을 트는 경우도 있다. 흥겨운 음악을 듣다 보면 몸은 자연스럽게 들썩이고, 순식간에 골프장은 가장 행복한 곳이 된다. 카트가 달리는 동안 듣는 음악은 그 어떤 드라이브만큼이나 황홀하고. 스피커가 아직 쑥쓰럽다면 무선 이어폰을 끼는 것도 방법이다.

1CADDY 1BAG
노 캐디 문화와 반대로, 플레이어 한 명당 캐디 한 명이 배정되는 일명 ‘황제 골프’ 문화도 있다. 주로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골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데, 2인 카트에 한 개의 골프 백을 싣는 셈. 기본 캐디 서비스는 물론 햇볕을 가려줄 우산까지 씌워주고, 벙커 정리도 대신 해주며, 해저드에 빠진 공까지도 구출해준다. 인원이 많다 보니 티 박스와 그린에선 다소 산만하다는 단점만 견딘다면 경험해볼 만하다. 비용만 지불한다면 2caddy, 3caddy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1 PLAYER
4인 필수라는 절대 룰 때문에 골프를 마음대로 즐기지 못하는 국내 골퍼가 많다. 해외에선 1인 플레이어 게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50달러 정도면 카트를 빌릴 수 있고, 20달러 정도면 골프 백 투휠 핸드 카트를, 이도 아니면 골프 백을 직접 메고 플레이를 하면 된다. 원치 않은 조인을 하게 되더라도 티 박스와 그린 외엔 만날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운이 좋으면 티 타임을 오롯이 혼자 쓸 수도 있다. 멀리건은 무제한, 컨시드는 내 마음이고.

LOWER GREEN FEE
2022년 기준 한국 평균 그린피는 20만원을 웃돈다. 골프 종주국인 미국과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한국에서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기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미국에는 18홀 기준 1백만원이 넘는 골프장과 20달러 이하의 대중제 골프장이 공존한다. 그래서 다양한 소득 계층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낮은 그린피는 가장 먼저 한국에 초대해야 할 골프 문화가 아닐까.

SCORECARD
아이패드 스코어보드를 사용하는 한국 골프장과 달리 해외는 여전히 수기로 작성하는 스코어 카드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 실제로 골프 대회에서는 스코어 카드를 쓰고 있고, 이는 곧 클래식한 골프 문화와도 직결된다. 검지손가락만 한 몽당연필로 꼭꼭 눌러 나와 동반의 스코어를 직접 적다 보면, 오히려 골프에 집중하게 된다. 도시별 냉장고 자석처럼 골프장 스코어 카드를 모으는 것도 또다른 추억이 된다.

PRIVATE CART
해외 골프장에는 프라이빗 카트 차고가 따로 있다. 회원의 개인 카트 보관용인데, 골프에 플렉스를 쏟아붓는 일부는 커스터마이징 카트 제작에 큰돈을 들인다. 캐딜락과 롤스로이스를 변형한 것부터 자신의 이름이나 특정 로고로 덮은 디자인까지. 집이 골프장 근처라면 이 카트로 집 앞까지 이동도 가능하다. 소문난 골프광인 디제이 칼리드는 카트 제작에 수억원을 들였고, 스테판 말본은 개인 카트로 아들을 등교시킨 후 골프장으로 바로 이동하기도 한다.

FOOD CART
카트 길 역방향으로 낯선 카트가 온다. 한국에서라면 위험천만하다며 놀라겠지만, 골퍼들은 플레이를 멈추고 카트를 불러 세우고, 피리 부는 카트 주변으로 몰려든다. 일명 골프 푸드 카트다. 샌드위치, 도리토스, 버드와이저가 보란 듯이 진열되어 있고, 원하면 얼음을 넣은 진토닉이나 올리브까지 얹은 마티니도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한국 골프장의 9.5홀, 그늘집 문화가 거의 없는 외국에선 18홀 동안의 허기를 이 카트가 맡는 셈이다. 푸드 카트가 없는 골프 코스에는 소박한 스낵 하우스가 오아시스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유럽은 프레첼, 일본은 어묵, 미국은 핫도그가 간판 메뉴. 한국의 푸드 카트를 상상해본다. 꼬마김밥과 떡꼬치를 메인으로, 와인, 위스키, 소주, 막걸리를 잔으로 팔아볼까.

NO CADDY
국내에도 점점 늘고 있는 노 캐디 문화. 한국 캐디 문화를 직접 체험해본 외국인이라면 그들의 믿을 수 없는 능력에 놀라고, 캐디 비용에 다시 한번 놀란다. 한국 골프의 평균 그린피를 올리는 데 캐디 비용이 일조한 것도 사실. 해외의 경우 캐디의 유무를 선택할 수 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캐디와 동반하지 않는다. 확실한 건 코스 공략, 퍼팅 라인, 거리 측정, 클럽 선택 그리고 카트 운전까지 직접 했을 때의 스코어가 진짜 핸디캡이라는 점.

패션 에디터
박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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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