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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사귀자고 고백 안 하는 이유 5

2023.10.16정은아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다.

소심하다

ENTP가 가장 플러팅을 잘 한다는 말은 도대체 누가 한 건가? 매번 검사할 때마다 ENTP가 나오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 서면 그 누구보다 소심한 사람이 되버리는 게 바로 나다. 여자인 친구들한테는 뭐하는 지도 잘 물어보고 전화도 숨 쉬듯 잘 거는 편인데도 어떻게 된 일인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화는 무슨 뭐하냐는 카톡 하나 보내는 것조차 너무나 어렵다. 그런 내가 어떻게 사귀자고 고백을 할 수가 있겠냐고. 방금 그녀에게서 온 밥 먹었냐는 말에도 답장을 1시간 동안 고민하고 있는데. (L, 29, 남)

생각이 많다

싸이월드 BGM으로 유명했던 팻두의 노래가 있다.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 나는 생각을 지워주는 병원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여태 놓친 인연이 한 둘이 아니다. 근데도 고쳐지지 않는 내 고질병은 이번 썸에서도 나아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으면 어떡하지?’ 혹은 ‘다른 사람에게 이미 마음이 있는데 내가 괜히 다가가서 귀찮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러다 보면 이렇게 머리 아플 바에야 그냥 안 사귀는 게 좋겠다로 결론이 나 버리고 만다. (H, 25, 남)

결혼하고 싶다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다. 이미 축가까지 정해둘 정도로 진심이다. 그렇지만 내가 썸을 타고 있는 여자는 너무 어리다. 그래서 결혼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요즘따라 그녀가 우리 관계의 확립을 원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나는 결혼을 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면 연애를 쉽게 시작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자꾸 피하게 된다. 근데 나도 참 이기적이고 못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게 이 관계를 놓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사귀고 싶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K, 32, 남)

다른 여자가 있다

나는 지금 3명과 썸을 타고 있다. 익명을 보장해준다고 해서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거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내 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연애가 아니라 그저 썸이지 않은가? 과일 가게에 수박을 사러 가더라도 어떤 수박이 가장 괜찮을 지 여러 개를 똑똑 두드려보는 것처럼 나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내 조건과 잘 맞는 사람이 과연 누군지 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속담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B, 30, 남)

연애할 생각이 없다

썸을 탈 때만 가질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감이 좋다. 연애는 피곤하다. 썸을 탈 때는 문제로 삼지 않았으면서 연애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문제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어지럽다. 예를 들면 잠들기 전에 잔다는 연락을 남겨두지 않았다고 하루종일 삐져 있는 그런 의미없는 감정 싸움 같은 것들 말이다. 여자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내 인생에 간섭하는 게 싫다. 요즘 결혼을 하지 않고 연애만 즐기는 비혼주의자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나같이 굳이 연애를 하지 않고 썸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거다. 왜 꼭 연애를 해야 해? (C, 27,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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