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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디킨슨 “멈추지 않고 계속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25.02.15김은희

2017년 데뷔작인 인디 퀴어 영화 <바닷가의 쥐들>부터 니콜 키드먼과의 <베이비걸>까지, 해리스 디킨슨은 영리하게도 1년에 최소 두 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며 다작을 해왔고, 그 모습은 단 한 번도 같지 않았다.

니트 톱, 드리스 반 노튼. 팬츠, 폴로 랄프 로렌. 슈즈, 페라가모. 반지, 양말은 모두 해리스 디킨슨의 것.

해리스 디킨슨이 운을 띄운다. “저는 가끔 바보처럼 대본의 한 요소에 집착해요.” 마치 그 디테일이 해당 부분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되고 그에 따라 다른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이듯이 말이다. 무인도에 고립됐을 때 마지막으로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과 심리를 파헤치는 영화이자 2022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코미디 <슬픔의 삼각형>을 준비하던 중 이런 상황이 생겼다. 디킨슨이 연기한 캐릭터는 배가 난파하기 전의 한 장면에서 호화 요트 갑판에 누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라는 엄청 두꺼운 책을 들고 햇볕을 쬐며 일광욕을 한다.

촬영 준비를 하면서 디킨슨은 실제로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누가 알겠는가? 그가 맡은 고군분투하는 모델 역은 20세기 초 더블린 거리 풍경에서 따왔을지도 모른다. “멍청한 바보”라며 그는 농담 삼아 자신을 꾸짖는다. 그래서 디킨슨은 최근작인 에로틱 스릴러 <베이비걸>의 대본에서 새, 정확히 말하면 뻐꾸기에 대한 사소한 농담 하나를 발견하고는 이를 새로운 시공간 체험의 기회로 바꾸었다. 그는 ‘그래, 좋아, 조류 관찰자가 되겠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배워야 할 이야기나 기술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그래서 새들이 저의 열정이 됐어요.” 디키슨은 이번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율리시스>만큼이나 쓸모없는 다른 책들도 섭렵했다. “하지만 배우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에요.”

새라면 해리스 디킨슨이라는 존재는 아마 알바트로스가 될 것이다. “방랑하는 알바트로스는 멈추지 않고 오랫동안 날 수 있어요”라고 그가 설명한다. “확인해봐야겠지만 3만 킬로미터 이상을 날아다닐 수 있어요”라고도 막힘없이 덧붙인다.(구글링으로 찾아본 실제 수치는 그 절반 정도지만 여전히 인상적이다.) “놀랍잖아요. 멈추지 않고 계속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니트 톱, 팬츠, 모두 페라가모. 반지는 해리스 디킨슨의 것.

그가 내 노트북을 테이블 건너편으로 밀면서 “그림 한 장 그려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낙서를 하면서도 디킨슨은 더 많은 질문에 답하며 멀티태스킹을 시작한다. “괜찮아요?” 그 스케치에는 구슬 같은 눈을 가진 알바트로스가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페이지 가득 활짝 펼친 날개가 그려졌다. 작은 형상이 등 뒤로 앉아서 두 팔을 들어 바람을 맞고 있다. 그림 옆에는 “1만 마일을 쉬지 않고!”라고 적혀있다.

디킨슨은 일종의 거침없는 바닷새다. 2017년 퀴어 인디 영화 <바닷가의 쥐들>에서 브루클린의 길 위 알려지지 않은 게이 청소년으로 데뷔한 이래 이 배우는 한 번도 쉬지 않고 1년에 최소 두 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며 다작을 해왔다. 프로젝트는 점점 더 커지고 명성은 꾸준히 높아졌다. 디킨슨은 거의 10년 동안 비행을 해왔고, 저 위에서 보면 지구는 이제 멀리 떨어져 있다.

해리스 디킨슨을 눈여겨보지 않기란 어렵다.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래플스 호텔에서 만난 그는 키가 182센티미터에 달하는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영화 <디 아이언 클로 The Warrior: The Iron Claw>에서 그는 헤어를 멀릿 스타일로 기르고 짧은 반바지를 입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오늘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오버사이즈 회색 후드 티와 검은색 운동복 바지를 입은 모습이다. 민트 그린에 웃는 얼굴이 칠해진 그의 손톱은 약간의 색감을 더한다. 디킨슨 이 단백질 셰이크를 주문한 후, 우리는 너무 작아서 친해 보일 수밖에 없는 한적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부러운 자리다, 나도 안다.

톱, 마틴 로즈. 팬츠, 로로피아나. 슈즈, 지에이치 바스. 양말은 해리스 디킨슨의 것.

스물여덟 살의 디킨슨은 부드러운 남성미의 소유자이자, 기존 A급 스타의 길을 거부하고 있는 영국-아일랜드 출신 새로운 스타의 선두주자다. 2017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바닷가의 쥐들>이 초연했을 때, 라인업에 오른 또 다른 퀴어 드라마로 조쉬 오코너 주연의 <신의 나라>가 발표됐다. 몇 달 후, 배리 키오건이라는 매혹적인 아일랜드 출신 배우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불안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이며 빠른 시간 내 칸을 강타했다.

동료들이 예고 없이 대히트를 치고 궤도에 오른 반면, 디킨슨은 예술이 이끄는 방향으로 꾸준히 매혹적인 선택을 하며 점진적 상승세를 이어왔다. 디킨슨이 자신의 부탁으로 니콜 키드먼이 우유를 한 잔 마시는 모습을 보며 대놓고 “굿걸”이라고 말하는 영화 <베이비걸>의 티저가 공개됐을 때, 디킨슨의 열성팬들은 디킨슨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건 아닌가 우려했다. “<베이비걸> 예고편 이후 모두가 해리스 디킨슨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지나치게) 이야기하고 있다”라는 트윗의 예처럼. 할리우드 최고의 비밀을 숨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디킨슨이 맡은 캐릭터는 종종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거친 외모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예민한 청년이지만 연약한 마음을 숨기고 있다. <스크래퍼>의 절망적인 젊은 아버지, <디 아이언 클로>에서 형제들과 끊을 수 없는 유대감을 가진 레슬러, <말레피센트 2>의 매력적인 왕자 등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다르다. <베이비걸>의 사무엘만큼 미스터리한 역할도 드물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그림처럼 그에게는 매우 오묘한 무언가가 있다. 사무엘은 맨해튼 거리에서 미래의 상사 로미(니콜 키드먼)를 처음 만나게 되고, 흥미로운 것은, 도망치는 저먼 셰퍼드를 향해 소름 끼칠 정도로 권위 있는 손짓을 하며 다가오는 모습이다.

폴로 셔츠, 스테판 쿡. 반지는 해리스 디킨슨의 것.

로미와 사무엘은 무언의 달달함과 거부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통해 침실에 힘을 불어넣는다. 그는 지배적이고 그녀는 복종적이지만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 <베이비걸>의 재미는 불완전한 관계의 협상과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방식에 있다. 사무엘이 로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할 때, 마치 적절하지 않은 말인 것처럼 당황한 듯이 킥킥 웃는 장면이 나온다. 그다음 그는 길 잃은 새끼 고양이처럼 우유를 한 잔 마시게 하고, 그 대가로 조지 마이클의 ‘파더 피겨 Father Figure’ 멜로디에 맞춰 그녀와 뒹군다. 두 사람의 교류는 섹시함과 아슬아슬함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그는 이불 속에서 “때때로 나는 나 자신이 무서워”라고 로미에게 속삭인다. 거리낌없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자유는 두려울 수 있다.

그조차도 자신의 캐릭터에 약간 두려움을 느꼈다. “사무엘은 내가 이전에 연기했던 모든 것과는 달랐어요”라고 그는 설명한다. “아무것도 아닌데 옷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전히 두려워요.” 실제로는 이런 두려움에 대해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6주간의 뉴욕 촬영을 앞두고 제작진이 리허설에 할애한 시간은 단 하루였기 때문이다.

디킨슨은 “너무너무 길었어요”라면서 다시는 <베이비걸> 같은 영화에서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너무 심한 노출은 많은 것을 요구한다. “<베이비 걸>을 수락하지 않을 위험을 감수했어요. 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고, 그 영역에 들어가고 싶어서는 아니었어요. 이 관계가 선정적인 버전이 되길 원치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아요.”

톱, 선스펠. 팬츠, 로로피아나. 슈즈, 지에이치 바스. 반지, 양말은 모두 해리스 디킨슨의 것.

로미와 사무엘의 유대감은 간단히 나뉘는 것을 거부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권력을 주고받고, 전달하고 빼앗기는 복잡한 추격전 속에서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이들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안정감이다. “영화에는 옳고 그름과 같은 도덕적 판단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라는 것이 디킨슨의 설명이다. “욕망은 처벌받지 않고, 그녀는 모든 것을 잃지 않아요. 제 캐릭터의 양극성은 그를 추구하게도, 싫어하게도 만들지만, 그러다가 다시 빠져들고 다시 결합하는 것이죠. 둘 사이의 끊임없는 게임입니다.”

디킨슨은 두려운 만큼이나 그 위험에 매력을 느꼈다. “그 자신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그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예의 바른 요즘 사회에서는 우리 안에 있는 어떤 동물적인 욕망이나 감정을 무시하도록 배운다고 생각해요.” 앤드류 테이트나 벤 샤피로 같은 사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디킨슨이 “유튜브의 세계”라고 부르는, 수많은 남성이 몰리는 세상에서 안전하게 자신의 정체성과 성을 탐구하는 젊은 남자를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는 잘 알고 있다. “남성성은 특히 지금 혼란스러워요. 사무엘은 20대가 되어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을 대변합니다. 남성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런 충동을 느끼고 실천에 옮기고 싶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실제로 그는 매우 취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디킨슨이 사무엘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는 로미에게서 일종의 분신, 즉 연약하지만 강력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스웨터, 버버리.

나는 작년 여름 드물게 갖게 된 휴식의 순간에 디킨슨을 처음 만났다. 이스트 런던을 거닐면서 우리는 멧 갈라부터 배우가 되기 전 경비원으로 일했던 지루한 경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디킨슨은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주 혼란스러웠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내가 당신을 끌고 다니곤 했잖아요.” 디킨슨은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된 것 같았다. 그는 자메이카의 저크 치킨 노점 주인과 친구였고, 잠시 들렀던 커피숍의 바리스타와는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디킨슨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개방적이고 친근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때로는 낯선 사람들이 제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있어요. 내게 다가온 사람들은 바로 저를 사로잡아요! 보통은 제가 갇히게 되죠.” 얼마 전에는 또 다른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마치 평생 알고 지낸 사이인 것처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 자신을 탓하기도 해요”라고 덧붙인다. “특히 런던에서는 살면서 쌓아놓은 이상한 장벽을 허무는 데 열려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모두가 해리스 디킨슨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 역시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그가 말을 시작하면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듣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그에게 가장 최근 다가온 낯선 사람에게 즉흥적인 치료사 역할을 해야 했던 순간에 대해 물으면, 디킨슨의 생각은 우연히 만들어진 일시적인 유대감에 대한 지루할 만큼 철학적인 기억으로 확장된다. “낯선 사람과 대면하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아세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예를 들어 같은 시기에 겪었던 황당한 상황으로 인해 서로를 바라보며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는 경우. 그거 정말 좋아요.” 그러더니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비상 브레이크를 당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라며 디킨슨은 스스로에게 믿기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왜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죠?”

재킷, 슈즈, 모두 JW 앤더슨. 티셔츠, 저크스 스토어. 팬츠, 말리아노. 슈즈, 처치스. 반지, 양말은 모두 해리스 디킨슨의 것.

좌석 뒤쪽에 팔을 기대며 고개를 돌린 디킨슨이 런던의 번화가를 지긋이 살핀다. 몇 시간 후, 템스강에서 몇 걸음만 가면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런던 공습을 다룬 스티브 매퀸의 전쟁 서사 <런던 공습 Blitz>의 세계 초연에 맞춰 레드 카펫을 걷는다. 디킨슨은 빨리 가고 싶다는 듯 코티지 스타일의 창문 걸쇠를 만지작거린다.

영화 제목의 배경이 된 이 시기 영국 역사는 항상 연대와 동지애에 대한 향수와 장밋빛 이미지로 묘사돼왔다. <런던 공습>은 이런 잘못된 기억을 지우고 역사가 그리는 것만큼 단결되지 않았던 런던의 현실을 보여준다. 디킨슨은 “블리츠 정신의 신화를 깨뜨리고 싶은 욕망”에 이끌렸다고 말한다.

“기만, 인종 차별, 온갖 종류의 방탕이 만연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곳은 일종의 무법지대가 되었어요. 매퀸은 이 위대한 작품에서 그 모든 것을 정말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맡은 지역 소방관 역할은 <베이비걸>에서 맡은 역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는 매퀸, 그리고 공동 주연인 시얼샤 로넌과 함께 촬영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시얼샤를 응원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지지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두 사람은 종종 디킨슨이 촬영장을 돌아다닐 때마다 길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고 농담하곤 했다. “어떤 식으로든 매퀸의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은 큰 영광이었기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었죠.” 좀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런던 공습>은 디킨슨의 뿌리로 돌아가는 작은 회귀이기도 하다. “실제로 저는 런던 시민 역을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이건 뿌리 깊은 노동자 계급 소방관이었어요.”

해리스 디킨슨이라는 사람이 잘 아는 세계다. 어린 시절 그는 런던 동부 외곽의 교외 지역인 하이엄스 파크에서 자랐다. 디킨슨은 부모님, 형 두 명, 누나와 함께 한집에서 생활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솔직히 말해서 가족들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었어요”라고 그는 회상한다. “그들 모두 저보다 더 강한 성격이었을 거예요.” 그가 말한 대로 그는 룩이나 상처, 부상 등 모든 것을 갖춘 “진짜 그런지 스케이터 Grunge Skater”였다. 그가 자주 찾던 사우스 뱅크의 스케이트 공원은 몇 년 후 <런던 공습>이 상영될 극장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재킷, JW 앤더슨. 티셔츠, 저크스 스토어.

스케이터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옷은 그의 정체성을 시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패션은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특히 프라다 덕분에 창작 과정을 볼 수 있었기에 더 그랬어요.” 디킨슨은 프라다의 홍보대사 동료들과 함께 미란다 줄라이가 각본을 쓴 친밀한 분위기의 촬영 시리즈인 프라다 AW24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는 구찌에 대해서는 “환경 친화적인 라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라고 말한다. “패션에서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패션은 끔찍한 산업이 되기 쉬워요. 그래서 그들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디킨슨에게는 더 많은 것이 남아 있다. 2024년 5월, 그는 프로듀서 아치 피어치 Archie Pearch와 함께 자신의 제작사 데비시오 픽처 Devisio Picture를 설립했다. “이 모든 것은 조금 더 통제권을 갖고 더욱 창의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거예요”라고 디킨슨이 설명한다. “영화 제작자들을 지원하고 영국에서도 영화계를 조금이나마 지원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영화는 디킨슨의 감독 데뷔작이다. “떠돌이에 관한 이야기예요. 런던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한 청년이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죠.” 그는 2024년 여름 5주 동안 소규모 스태프들과 영화를 촬영했는데, 기억에 남을 만큼 습했던 여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을 영화로 끝냈어요”라고 그가 웃는다.

티셔츠, 빈티지.

디킨슨은 2003년 단편영화를,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이자 파트너인 로즈 그레이 Rose Gray의 뮤직비디오를 여러 편 연출했다. 하지만 장편영화는 수년 동안 열정을 쏟아온 프로젝트다. 그는 “내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압도적인 감동을 받았어요”라고 말한다. “완전히 압도당했어요.” 그는 대본 작업부터 자금 조달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했다. “그러나 주변에 좋은 스태프들이 있었고 스토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편안함을 느꼈어요. 그곳에서 몇 년 동안 살았거든요. 제 커뮤니티에 있었어요.”

그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였다. 디킨슨은 팬데믹 락다운 기간 동안 노숙자를 위한 자활 커뮤니티를 만드는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봉사 활동은 지역 의회의 프로젝트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계속됐다.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항상 제 마음을 사로잡는 이런 측면을 발견했어요”라고 디킨슨은 말한다. “사람들이 행동하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주기적인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사람들은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애쓰지만 시스템이 많은 부분을 실패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어떤식으로든 제도권에 들어온 사람은 거기서 벗어났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이미 소질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틈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많이 산만하고,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라고 말을 이었고, 나는 그가 곧 준비해야 할 시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해석이었다. “저는 그저 인생이 산만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디킨슨의 고요한 태도는 그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디킨슨을 다시 만나고 나는 광란의 순간 이전에 또 다른 평온의 순간을 발견했다. 오늘 밤 레드 카펫의 카메라와 비명을 지르는 팬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모든 것을 말이다. 디킨슨은 이스트 런던을 일상처럼 걷는 데 익숙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 촬영이 진행 중이고 더 많은 영화를 준비 중일 가능성이 높다. 샘 멘데스 감독의 “비틀스 전기 영화”에서 존 레논 역을 맡을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그는 당연히 회피하고 있다. 웃으며 “말할 수 없어요”라고 피해버린다.

보머 재킷, 톱, 팬츠, 모두 프라다.

스스로 다음에 어떤 일을 하고 싶지 않은지 디킨슨은 알고 있다. 그는 <디 아이언 클로>를 앞두고 자신의 장면을 위해 레슬러 차보 게레로와 함께 링에 던져지는 훈련을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디킨슨은 “힘들었죠”라며, “그 정도 수준의 몸 쓰는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덧붙인다.

그래서 그는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배제됐다. 슈퍼맨 역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돌았던 디킨슨은 사실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 자리를 꿰차기 전까지 한동안 배트맨 역을 고려했다고 한다. “제가 다른 나이대에 할 수 있을지 모르죠. 한 번 계산해봅시다”라며 농담을 던진다. “로버트가 배트맨으로 두 편의 영화를 더 찍는다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10년은 더 할 수 있을까?” 그는 그 틈을 엿보는 모양이다.

디킨슨은 배트맨 외에도 항상 작은 일을 노려왔다.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같은 하고 싶은 일 목록이 있어요”, “유명세는 이상한 현상”이라며 그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제 친구들 중에도 그걸 심하게 경험한 친구들이 있어요.” 해리스 디킨슨은 말한다.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고 있다고. 그가 성공적인 작품과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해리스 디킨스이기 때문이 아니라 곁에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저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죠.” 디킨슨은 다시 한번 1만 마일을 쉬지 않고 비행 하는 모양새다. 마치 알바트로스처럼.

Iana Murray
포토그래퍼
Samuel Bradley
스타일리스트
Ben Schofield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Kit Swann
그루밍
Jody Taylor
세트 디자인
Phoebe Shakespeare
프로덕션
Garzon Production, Macro Macromacro.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