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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쓰레기’ 이준영의 악역 연대기

2025.05.05.박예린

<폭싹 속았수다>의 우직한 순정남과 <약한 영웅 Class 2>의 서늘한 금성제를 모두 보여주는 이준영은 사실 지독한 악역 계보를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사이코패스 탈영병 ‘정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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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악역 연대기의 시작은 2021년, 군인 잡는 근무 이탈 체포조(D.P.)라는 신선한 소재와 그들이 마주한 다양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시즌 1 3화 ‘그 여자’ 편에서 호스트바 출신 탈영병 정현민 역으로 출연하면서부터다. 정현민은 업소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함부로 대하며 돈을 뜯어내는 인물로, 이준영은 20대 초반 남성의 폭력적이고 양아치스러운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 특히 체포조 안준호(정해인)와의 과격한 복싱 기반의 화려한 액션 신이 주목받았는데, 대역 없는 액션을 위해 3개월간 땀 흘리며 열심히 연습한 것이라고 정해인이 밝히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의 여지 따윈 없는 완벽한 악당으로 분하며 악역 새싹으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 걸>, 쓰레기 전 남친 ‘최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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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로 악역의 새싹을 틔우자마자 넷플릭스 <마스크 걸>을 통해 바로 꽃을 맺게 된다. 이전과 비슷하게 여자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역할이지만 복잡한 서사가 더해졌다. 최부용은 아이돌 연습생 시절부터 김춘애를 ‘현금 인출기’라고 부르며 이용하다가 데뷔 후 춘애의 폭로 때문에 은퇴하는 인물. 무시했던 춘애가 예뻐진 모습에 달라진 태도를 보이면서 연예계 퇴출 이후 그녀에게 기생해 살아간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짓는 한없이 착한 천사의 얼굴과 그 속에 감춰진 폭력적이고 무서운 최부용의 진짜 얼굴까지, 양극을 오가는 반전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춘애가 자신의 폭로글을 올린 것을 알게 된 후 “핑핑이 밥은”이라고 묻는 그녀에게 침을 뱉는 장면은 이준영의 애드리브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회주의적인 양면성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특별 출연임에도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영화 <용감한 시민>, 안하무인 절대 권력 ‘한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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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대급 악역을 갱신하게 되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정교사가 되기 위해 불의를 참으며 사는 기간제 교사 소시민이 법도 경찰도 무서울 것 하나 없는 한수강의 학교 폭력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용감한 시민>. 이준영은 다른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후 시민(신혜선)이 다니는 학교에 재입학한 성인으로, 과거 운동 경력과 권력을 이용해 학교의 절대 권력으로 자리한 ‘한수강’으로 분했다. 온갖 만행을 저지르지만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반성의 기미가 없는 모습으로 현실 분노를 유발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캐릭터와 하나가 된 섬뜩한 눈빛과 말투,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로 소름 돋는 빌런 캐릭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왜 박진표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영의 악역은 폼이 미친 것 같다.”라고 말했는지 영화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

넷플릭스 <약한 영웅 Class 2>, 극악무도한 빌런 ‘금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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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폭싹 속았수다>의 순정남 영범 바로 다음이 <약한 영웅 Class 2>의 ‘금성제’라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선 작품들을 접했다면 그리 충격적이진 않을 것이다. 최근 공개되자마자 글로벌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약한 영웅 Class 2>에서 이준영은 그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소속되기를 원치 않고 오직 재미만을 찾아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 금성제 역을 맡았다.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던 중 맞은편에서 자신을 험담하는 목소리를 듣고 망설임 없이 걸어가 그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태연하게 자리로 돌아와 다시 게임에 몰두하는 첫 등장만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연시은과 금성제 두 광기의 충돌로 ‘연금 대전’이라 불리는 옥상에서의 피 튀기는 몸싸움 장면은 이번 시즌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전작들로 ‘잘생긴 쓰레기’ 수식어를 얻었다면, 이번 작품 속 서늘하고 섬뜩한 악역 연기로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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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마인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