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Z 세대가 찾아다니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은근한 시계 추천

2026.06.02.조서형, Mike Christensen

탄생한 지 43년이 지난 지금, 블랑팡의 빌레레를 제대로 재평가할 때가 왔다. 그동안 충분한 찬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엔 제대로 빛을 받으려 한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테크 업계 종사자든, 취향 좋은 맨체스터 게이머든, 런던의 워치톡커든, 시계 제작 가문 출신의 젊은 제네바 애호가든 지금 수많은 ‘쿨한’ 젊은 세대는 은근한 매력을 지닌 ‘아는 사람만 아는’ 시계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주 런던에서 가장 멋진 시계 커뮤니티인 서브다이얼은 블랑팡과 손을 잡았다. 블랑팡은 쿼츠 위기 속이었던 1980년대에 기계식 시계를 시대에 뒤처진 기술이 아니라 뛰어난 장인 정신을 담은 창의적 표현으로 재정립한 스위스의 원조 시계 브랜드다.

이번 대화의 중심에 있었던, 그리고 특별 전시까지 마련된 ‘숨은 드림 워치’는 바로 블랑팡 빌레레였다. 빌레레는 장클로드 비버와 자크 피게가 블랑팡을 인수했을 때 세운 마스터플랜의 핵심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가 배터리로 움직이는 쿼츠 시계에 집중하던 것과 달리, 이들은 작은 케이스 안에 더 정교하고 전문적인 기계 장치를 넣는 방향을 선택했다.

여기에는 컴플리트 캘린더 문페이즈, 차원이 다른 크로노그래프, 세계 최초의 자동 미닛 리피터, 초박형 무브먼트, 손목시계 최초의 플라잉 투르비용은 물론,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자동 손목시계로 평가받았던 1735 그랑 컴플리케이션까지 포함된다.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마치 구글이 ‘우리는 AI를 포기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비슷했을 겁니다.” 서브다이얼 공동 창립자 크리스티 데이비스는 당시 블랑팡이 얼마나 미친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혹은 소셜 미디어가 막 시작되던 시절에 메타가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인간관계와 전통적인 관계를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죠. 당시의 새로운 기술 흐름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었습니다.”

시계 역사학자 제프리 킹스턴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이번 서브다이얼 빌레레 행사에 초청 연사로 참석했다. “블랑팡의 쿼츠 위기에 대한 대응은 일종의 역행적 혁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가장 혁신적인 선택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죠.”

겉으로 보면 당시 출시된 많은 빌레레 모델들은 주얼리 워치처럼 보였다. 까르띠에 같은 시계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수준의 시계 기술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이 한계를 밀어붙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시계 제작 기술을 진정으로 발전시킬 때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킹스턴은 이렇게 말했다. 이를 설명할 좋은 사례도 있다. 블랑팡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이후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제랄드 젠타, 다니엘 로스, 쇼파드에 사용됐다. 또한 칼리버 71은 롤렉스와 파텍 필립에서도 사용됐다. 이러한 배경은 ‘네오 빈티지’라는 용어가 탄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킹스턴은 젊은 세대가 만들어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흑기에서 벗어나던 시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비스도 말을 보탠다.

“사람들이 갑자기 그 시기를 재발견하기 시작한 거죠. ‘잠깐, 그때 정말 대단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네?’ 하면서요. 쿼츠 위기 이후 시기를 중심으로 한 네오 빈티지 시대는 오랫동안 과소평가됐습니다. 덕분에 젊은 수집가들은 아무도 탐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게 됐죠.”

이 네오 빈티지 열풍에 빠진 Z세대 중 한 명이 바로 시계 전문가 브릿 본스다. 서브다이얼 행사에서 만난 그는 블랑팡 빌레레 컴플리트 캘린더 문페이즈 레퍼런스 6395를 차고 있었다. “이 정도 크기의 시계는 대부분 쿼츠인데 이건 아니에요. 진짜 고급 시계 제작 기술이죠. 게다가 빌레레 컬렉션이 시작된 1983년의 역사를 손목에 차고 있는 느낌도 있어요.”

그는 이어 말했다. “시계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작은 녀석을 사면 시대를 앞서가는 느낌도 들죠.” 본스가 언급한 크기는 킹스턴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사람들이 손목에 참치 통조림 같은 거대한 시계를 차고 다니던 시대를 지나면서 갑자기 작은 시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 그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 덕분에 작은 시계를 차는 것이 자연스럽고 멋진 일이 됐고, 동시에 네오 빈티지 시대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데이비스는 또 다른 현상도 관찰했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그레타 툰베리 세대’가 시계에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노골적인 부와 과시에 약간 거부감을 느끼는 것뿐이에요.” 반면 빌레레와 같은 네오 빈티지 시계들은 그 정반대에 있다. “왜냐하면 당시 시계들은 진짜 혁신적이었고, 진짜 창의적이었고, 진짜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이죠. 어떤 현대 시계들은 그렇지 않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요.”

내가 실제로 처음 블랑팡 빌레레를 본 것은 지난해 11월 GQ 맨 오브 더 이어 행사였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레드카펫에 자신의 빌레레를 차고 등장했을 때였다. 단순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에 눈길이 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빌레레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 “이건 ‘내 시계가 네 시계보다 더 크다’는 경쟁에 대한 반항이에요.” 킹스턴이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것이 훨씬 더 멋지죠. 정말 중요한 건 내부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브먼트 마감이나 기술적인 요소에 열광하는 거예요.”

그리고 Z세대가 어떤 트렌드에 빠졌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있다. 바로 티모시 샬라메다.“이제 시장에는 단순히 독특한 모양 이상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샬라메 같은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는 작은 까르띠에 시계에서 시작해 이제는 위르반 위르겐센을 착용합니다. 그 시점에서는 외형보다 내부가 훨씬 중요하죠.”

그러니 티모시,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다음 ‘숨은 드림 워치’는 블랑팡 빌레레로 선택하길 바란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블랑팡이 더 많은 빌레레 모델을 선보이기를 기대해본다. 이번에는 조금 덜 ‘잠잠한’ 모습으로 말이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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