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COMING.
구찌코어 GUCCICORE

“구찌와 뉴욕의 인연은 70여 년 전 피프스 애비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쇼를 뉴욕에서 선보이는 것은 홈커밍의 의미를 지닙니다.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쇼를 열고 구찌를 이 도시의 중심에 세우고 싶었습니다.” 구찌의 아티스틱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가 쇼 직전 발표한 매니페스토는 이렇듯 결연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극적인 흥망성쇠를 지나 빛나는 시절의 탈환이 이젠 요원해 보이는 구찌의 현재를 다시 펼치기에도, 극명하게 평이 갈렸던 뎀나의 구찌 발탁 역시 드라마틱한 한 수를 통한 재평가가 시급하다는 점에서, 뉴욕은 다소 평범해 보였다.
쇼 초대장은 1980년대 피프스 애비뉴 플래그십 스토어에 있던 ‘구찌 갤러리아’의 출입용 열쇠였다. 소수의 고객만 사적으로 드나들던 비밀 장소의 오마주로 제작한 작은 브라스 키가 다시 구찌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쇼에 초대된 모두의 마음은 모처럼 통했다.
주말의 타임스퀘어는 온갖 인간 군상으로 넘쳤고 디지털 빌보드와 스크린은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예쁜 것과 더 예쁜 것, 주고 싶은 것과 빼앗고 싶은 것이 뒤섞인 욕망과 혼돈의 아수라장. 이런 장소에서 쇼가 가능한 일인지 의아해질 무렵, 스크린의 자동차와 휴대 전화, 아이스크림과 부리토, 건치 남성과 주방 기구를 든 여성이 일순간 사라지고, 그 자리가 모두 구찌로 채워졌다. 순간 광장의 난잡하고 광폭한 소요 역시 중단되었다. 쇼장 안팎의 사람들은 거대한 스크린에 플레이되는 구찌 왕국을 꼼짝없이 압도당한 채 바라봤다. 구찌를 입고 먹고 바르고 타길 권하는 ‘구찌 라이프’ 비디오 몽타주는 그것이 실재하건 아니건 마음 밑바닥에 납작하게 깔려 있던 욕심까지 일깨웠고, 때를 맞춰 모델들이 등장했다. 뎀나가 꾸준히 얘기한 캐릭터 스터디, 다채로운 인물과 각각의 미학이 비로소 설득되는 런웨이였다.
뉴욕이 품은 다양한 스타일의 면면이 구찌 픽셀에 둘러싸인 채 줄지어 이어졌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옷을 입는 사람들을 뉴욕의 길을 걷다 마주치는 순간을 상상했어요”라는 뎀나의 말처럼 핀 스트라이프 수트 차림의 주식 브로커, 시어링 코트를 걸친 부호 여인, 슬라우치 데님을 입은 스케이터가 뒤섞인 런웨이는 온전히 뉴욕 자체였다. 모델들은 설명하기 여려운 모호한 개성으로 넘쳤으나 옷은 명확하게 실용적이고 일상적이었던 점도 좋았다. 당장 입을 수 있는, 그러나 구찌만의 정체성은 인장처럼 분명하게 찍힌 옷들. 이런 퍼머넌트 컬렉션을 쌓아 분방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구찌 옷장’을 완성하겠다는 뎀나의 계획은 제대로 통했다. 그리고 이 플랜의 키는 역시 뉴욕이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