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테릭스 트레일 러닝 애슬릿 염주호 선수는 ‘뉴 100 마일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새 동료를 모험에 초대한다. 올해의 모험은 제주도 ‘타쿠마스시’ 총괄 강승현 셰프. 함께 달리기 위해 염주호 선수는 이런 과정을 거쳐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12월 28일 일요일
회사 일과 달리기, 육아를 병행하는 일은 늘 쉽지가 않다. 내가 새벽 시간을 활용해 달리는 이유다. 5시에 일어나면서 두 시간을 훈련하고 출근한다. 이런 달리기를 10년째 매일 반복해서 하는 데도 겨울의 새벽은 유독 힘들다. 추위와 어둠이 몸을 침대에 붙드는 것 같다. 늦잠이 간절하다. 이럴 땐 목표가 있는 게 도움이 된다. 프로젝트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날 더 즐겁게 달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오늘도 몸을 일으킨다.

1월 4일 일요일
대만 트레일 러닝 대회를 다녀왔다.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최선을 다해 달렸다. 달린다는 것만으로 내가 이렇게 기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번 새롭다. 처음 달리는 낯선 자연 속에서 나는 마치 보물을 찾아 떠나는 해적이 된다. 바람을 맞으며 풀숲을 헤치고 달리다 보면, 한 마리 야생동물이 된 것 같다.



1월 12일 월요일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발목의 인대 세 개가 파열됐다. 발은 코끼리처럼 부어올랐고,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깁스를 했다. 하필 이 시점에 부상이라니, 야속한 마음이 든다. 1월에 예정된 대회도 결국 취소했다. 무엇 하나 내 마음 같지 않다. 마냥 달리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하다. 그렇게 힘들었던 새벽 달리기가 지금은 너무나 그립다.

1월 29일 목요일
회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달리지 못하는 현실이 더욱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래도 사고가 난 지 2주가 지나면서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몸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걸 알기에 보호대를 차고 실내 자전거에 오른다. 다시 달리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한다.

2월 8일 일요일
회복을 위한 조깅을 시작했다. 트레일은 아직 무리라고 판단되어 평지만 달린다. 오랜만의 달리기라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추운 날씨에도 땀이 멈추지 않고 쏟아진다. 발목도 여전히 시큰거린다. 그렇게 기다렸던 달리기인데, 막상 달리면 자꾸 멈추고 싶어진다. 달리고 나면 발목은 더 심하게 붓는다.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월 19일 목요일
오랜만에 한라산에 올랐다.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걷고 뛰었다. 정상에 도착해서 생각하니 내게 진짜 의미가 있는 곳은 출발지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행복을 만끽했다.

2월 24일 화요일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다리의 붓기도 거의 빠졌고 이제 전처럼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아도 된다. 아직은 발목의 불편감이 남아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프로젝트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트레일을 다시 달렸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달리면서 내내 달리기 얘기를 했다. 그만큼 달리기를 좋아한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을 신경 쓰느라 조심히 달릴 수밖에 없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3월 15일 일요일
오늘은 동아마라톤 대회 당일이다. 아침부터 러너들을 응원하러 주로에 나갔다. 열심히 달리는 친구들을 보고 나니 나 역시도 힘껏 달리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