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고와 나이키 에어가 마침내 앙금을 털어낸 모양이다. 그 소식만으로 전 세계 스니커 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니고와 나이키의 에어 포스 1 협업이 실제로 성사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수년간 이 이야기는 비웃음 섞인 루머였고, “그거 나오면 미쳤지” 싶은 상상 속 이야기였으며, 그저 헛된 꿈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 이게 현실이 됐다. 진짜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니고는 스트리트웨어의 ‘원조’ 중 한 명이다. 그는 1993년 베이프를 설립해 도쿄의 컬트 브랜드에서 시작해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키워냈다. 이후 휴먼 메이드를 론칭했고, 최근에는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영향력은 말 그대로 어디에나 있다. 지금 그걸 입고 있는 사람들조차 그 출처를 모를 수 있을 정도로.

2000년대 초반, 도쿄가 지금처럼 패션 중심지가 아니던 시절에는 미국 제품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특정 에어 포스 1을 갖고 싶다면 리셀러를 통해 연락을 돌리고, 오래 기다린 뒤,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겨우 수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니고는 판을 뒤집었다. 스우시를 쫓는 대신, 자신만의 버전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게 바로 베이프 스타였다. 에어 포스 1과 거의 똑같은 실루엣에, 스우시 대신 별 모양 로고를 넣은 디자인. 홍콩에서 처음 이 신발을 봤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손에 들어 이리저리 돌려보며 ‘왜 이렇게 익숙한데 뭔가 이상하지?’라고 생각했던 순간. 물론 미국 스포츠웨어 거대 기업이 이를 반길 리는 없었다. 법적인 디테일을 길게 설명하진 않겠지만, 이 사건은 스트리트웨어 초창기를 정의하는 장면 중 하나가 됐다. 오마주, 리믹스, 그리고 노골적인 모방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 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니고는 베이프를 떠났지만, 이미 공식은 완성된 상태였다.
그리고 2026년, 드디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콜라보가 아니다. 스니커 문화에서 가장 오래된 ‘갈등’ 중 하나가 해결되는 순간이다. 오랜 시간 베이프와 나이키의 관계는 영감과 침해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베이프 스타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고, 나이키 역시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스우시가 가장 상징적인 모델에 니고를 공식적으로 참여시켰다는 것,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니고의 첫 공식 에어 포스 1 해석은 그의 뿌리에서 직접 끌어왔다. 특히 1990년대 초 준 다카하시와 함께 만들었던 컬트 잡지 칼럼 ‘엘오투’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하라주쿠의 ‘노웨어’ 매장으로 이어진다. 베이스는 깔끔한 세일 컬러, 그 위에 유광 로열 블루 가죽 패널을 더해 당시 매장의 간판 색을 떠올리게 한다.
또 하나 중요한 디테일은 2001년형 에어 포스 1 실루엣을 복각했다는 점이다. 더 슬림한 토박스와 날렵한 프로파일을 적용해, 이런 디테일까지 집요하게 따지는 스니커 팬들에게는 제대로 된 ‘한 방’이 된다.
놀라운 일인 건 맞다. 하지만 2026년 스니커 신이 워낙 예측 불가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발레 플랫이 거리로 나오고, 쿵푸 슈즈가 유행하며, ‘스노퍼’ 같은 단어가 실제로 쓰인다. 오프화이트와 에어 조던 1 하이가 재출시되고, 에어 리퀴드 맥스 같은 실험적인 모델도 등장했다. 이런 ‘완전한 순환’의 협업이 등장하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해는 없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날 거라고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2년 전 에어 포스 3 협업만 해도 충격이었는데, 이번은 차원이 다르다. 니고 x 나이키 에어 포스 1 ‘엘오투’는 5월 1일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 “니고: 일본에서 온 사랑”과 함께 단독 발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