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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에게 스와치의 ‘로열 펍’은 신의 한 수일까, 최악의 선택일까?

2026.05.18.조서형, Cam Wolf

시계 전문가들이 오데마 피게의 초신성급 스와치 협업이 브랜드의 권위를 훼손할지, 아니면 더 강하게 만들지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시계 수집가들은 별명 짓기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오데마 피게와 스와치가 곧 공개할 ‘로열 펍’ 협업, 총 8종의 컬러풀한 포켓워치를 발표했을 때, 커뮤니티는 학창 시절 장난꾸러기 같은 본능을 한껏 드러냈다. 로열 플롭, 로열 브로크, 로열 조크… 대충 감이 올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이것이 한때 위대했던 스위스 브랜드 중 하나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라고 봤다. 물론 지지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며칠씩 줄을 서서라도 구매하려는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로열 펍 지지파는 이 시계가 미래의 시계 수집가들을 위한 입문용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언젠가 진짜 로열 오크를 갖는 꿈을 꾸며 자란 사람들에게 말이다. 오늘 나는 양쪽의 관점을 모두 살펴보려 한다. 마치 고등학교 토론 수업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로열 펍은 오데마 피게의 최악의 선택이다

모든 별명을 다 들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수집가 한나 루오(@crazykirbyh)는 또 다른 별명을 떠올렸다. “이 협업은 유행으로 끝날 거예요.” 루오는 말한다. “대중이 이 유행에 질리고, 플라스틱 로열 이 더 이상 로열하지 않게 되는 순간, 그건 로열 똥이 되는 거죠.”

로열 오크를 둘러싼 비판의 핵심은 이 시계가 오데마 피게와 브랜드의 대표 모델인 로열 오크를 영원한 추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데 있다. 약 56만 원짜리 ‘바이오세라믹’ 버전 로열 오크가 브랜드 이미지에 영원히 얼룩을 남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루오는 특히 오데마 피게처럼 로열 오크에 재정적으로 크게 의존하는 브랜드일수록 그 영향이 더 크다고 말한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다른 모델들도 있지만, 결국 브랜드를 먹여 살리는 건 로열 오크라고 본다.

“5천만 원에서 2억 원 가까운 돈을 고급 럭셔리 시계에 쓰려는 성공한 사업가가 과연 자기 여동생 집 지하실에 얹혀사는 한심한 조카가 스와치 매장에서 사서 차고 다니는 플라스틱 장난감 시계와 같은 이름의 시계를 원할까요?” 늘 거침없는 딜러 케빈 오델의 말이다.

문스와치가 새로운 수집가들을 오메가 세계관으로 끌어들이는 데 분명 큰 역할을 했지만, 오델은 로열 오크는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 사실 나 역시 이 협업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 중 하나였다. 스피드마스터는 원래 훨씬 대중적인 시계였다. NASA 아폴로 미션에 사용된 역사 덕분에 업계의 전설이 된 모델이다. “오메가는 원래 노동자들의 시계 브랜드였어요.” 오델은 말한다. “언젠가 꼭 갖고 싶다고 꿈꿀 수 있는 브랜드였죠.”

반면 로열 오크는 희소성과 배타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계다. 제작 공정이 워낙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다. 초기 광고들은 대놓고 비싼 시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1974년 광고 문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스테인리스 스틸 시계를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광고 문구는 이렇다. “무엇이 스틸을 금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가?… 분명하게 희귀하고 귀중한 시계.” 물론 지금은 1974년과 많이 다르지만, 여전히 일부 수집가들에게는 성공을 과시하고 대중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럭셔리 제품의 존재 이유 자체가 초부유층이라는 아주 제한된 집단만 접근할 수 있다는 데 있으니까요.” 오델의 말이다.

하지만 로열 펍에 대한 비판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델은 이 협업이 시계 산업 전체의 깊은 부패를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아이디어가 바닥났어요.” 그는 브랜드들을 두고 말한다. “더 이상 진짜 본질도 없고, 시계에 대한 진짜 열정도 없어요.” 물론 이 협업이 엄청난 클릭 수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는 이런 헤리티지 브랜드들이 장인정신이나 창의성, 유산, 진짜 시계 제작보다 화제성에 더 집착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좀 더 단순한 우려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대량 생산되는 사실상 일회용 시계에 대한 문제다. 수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Rehaut의 오스틴 로저스는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라 일회용성에 있었어요. 적어도 제게 시계는 계획된 노후화 세상 속의 작은 섬 같은 존재인데, 서비스도 받을 수 없는 플라스틱, 아니 바이오세라믹 로열 오크는 좀 이상하게 느껴져요.”

공교롭게도 AP와 스와치 협업 소식이 공개되기 직전, 오델은 판매하려고 로열 오크 하나를 매입한 상태였다. 현재 판매 전에 정비를 받고 있는데, 그는 벌써 로열 펍이 판매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하고 있다. “가격은 똑같이 유지하려고 해요.” 그가 말한다. “적어도 더 비싸게 팔 생각은 절대 없죠.”

로열 펍은 오데마 피게의 최고의 선택이다

흥미롭게도 로열 펍을 두고 가장 호들갑을 떨지 않는 사람들은 실제 로열 오크 오너들이다. 공식 CP 타임 공동 창립자이자 여러 로열 오크를 소유했던 수집가 앨버트 쿰스는 오히려 다시 하나를 컬렉션에 추가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런 협업이 브랜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진 않아요.” 그는 말한다. “오히려 왜 오데마 피게가 현대 시계 문화에서 중요한 존재인지 다시 떠올리게 해주죠.”

쿰스의 말은 꽤 설득력 있다. 긴 대기 명단과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로열 오크는 늘 대중문화와 잘 어울려 왔다. 다른 시계 브랜드들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모습이다. 오데마 피게는 그동안 로열 오크 오프쇼어 모델을 활용해 마블의 스파이더맨과 블랙 팬서, 르브론 제임스, 그리고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1999년 영화 ‘엔드 오브 데이즈’와 협업해왔다. 당시 댓글창 반응은 지금 로열 펍을 둘러싼 분위기와 거의 똑같았다. 르브론 제임스 한정판이 공개됐을 때 누군가는 이렇게 적었다. “오데마 피게도 이제 끝물이다.” 또 다른 사람은 “이거 보고 나서 당장 내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팔아버릴 거다!!”라고 남겼다.

오늘 나는 시계 업계와 아무 관련 없는 로열 오크 오너 한 명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로열 펍 전 모델을 다 사서 옷에 맞춰 바꿔 차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시계가 자기 컬렉션의 가치를 떨어뜨릴 거라는 생각 자체가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와 로열 펍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냈고, 그게 왜 문제냐는 것이다.

실제로 로열 오크를 판매하는 딜러들 중에서도 이번 협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베리 스페셜의 후안 디에고 라바예는 “특히 지난 주말 경매 결과가 부진했던 빈티지 모델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안티들조차 최종 제품 디자인을 본 뒤에는 약간 누그러졌다. “포켓워치 형태라면 시장에 큰 타격은 없을 것 같아요.” 오델도 인정했다. 여기에 “오데마 피게가 협업 수익을 신진 시계 제작 인재 육성에 재투자한다고 밝힌 점은 정말 멋진 결정이죠.” 로저스의 말이다.

단기적인 판매 효과를 넘어 이런 협업은 장기적으로도 여러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미래의 로열 오크 수집가 세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쿰스는 특히 로열 오크 의존도가 높은 오데마 피게 같은 브랜드에는 이런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징적인 디자인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새로운 세대에게 지속적으로 신선한 흥미를 만들어줘야 해요.” 그는 말한다. “협업과 파격적인 순간들이 전통적인 시계 커뮤니티 밖에서도 로열 오크 이야기를 계속 살아 있게 만들죠.”

로열 펍은 오데마 피게가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여성 고객층을 위한 제품일 가능성도 있다. 시계 수집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취미인데,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성장세가 크다. AP CEO 일라리아 레스타는 2025년 인터뷰에서 여성 고객 비중이 아직 20%도 되지 않는다며 브랜드가 이 분야에서 상당히 약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 이미 버킨백에 포토샵 합성된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상황, 그리고 밝은 컬러들은 여성들을 오데마 피게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효과는 시계 산업 전체에 있을지도 모른다. 오델은 현대 소비자들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수동 와인딩 시계라고 말한다. 착용만 해도 움직이는 오토매틱 시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건 시계 수집 전체에 도움이 됩니다. 대중이 수동 와인딩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거든요.” 오델의 말이다. 호딩키의 마크 카우즐라리치는 협업 리뷰에서 “두 가지 형태의 로열 펍 덕분에 수백만 명이 갑자기 ‘레핀’과 ‘사보네트’가 무엇인지 배우게 될 것”이라고 썼다.

내 생각은 이렇다

이번만큼은 대중의 편에 서야 할 것 같다. 나는 시계를 정말 좋아하지만, 오데마 피게를 살 정도의 돈은 없다. 아마 평생 지금처럼 열심히 일해도 로열 오크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로열 펍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그 환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물론 그것이 럭셔리 시계의 본질과 어긋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위와 특권을 과시하기 위해 시계를 산다면, 어쩌면 이 취미를 완전히 잘못된 이유로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로열 펍은 대체로 유쾌한 제품이고, 시계 업계에 엄청난 문화적 순간을 만들어냈다. 4년 전 문스와치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출시를 통해 또 다른 젊은 수집가 세대가 시계에 흥미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흰색 모델이 정말 갖고 싶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a href="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68041" target="_blank">'여름이 너무해'</a>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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