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파이널에서 역사가 만들어지면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 기록지는 성경이 되고, 사진은 도시 곳곳의 레스토랑 벽에 걸린다. 그리고 어떤 팬들에게는 선수들이 신었던 농구화마저 성물처럼 기억된다.

주말 동안 역사적인 순간이 탄생했다. 뉴욕 닉스가 산 안토니오 스퍼스를 꺾고 53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유심히 지켜본 스니커즈 팬들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을지 모른다. 코트 위에 유독 밝은 청록색 운동화가 많았다는 점이다.
경기 시작과 함께 팀 주장인 제일런 브런슨과 오랜 동료 조시 하트가 똑같은 신발을 신고 등장했다. 브런슨의 선수 전용 모델인 나이키 코베 6 프로트로 ‘레이디 리버티’였다. 자유의 여신상을 연상시키는 청록색 바탕에 구리색 스우시를 더해 뉴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델이다. 선수 전용 컬러웨이지만 지난해 12월 일반 발매도 진행됐다.
브런슨이 이 신발을 처음 신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이 가장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특히 2010년 코비 브라이언트 이후 처음으로 NBA 파이널 MVP가 코비 시리즈를 신고 빌 러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조시 하트 역시 전반전 동안 브런슨과 같은 ‘레이디 리버티’ 코비 6를 착용했다. 대학 시절부터 수많은 순간을 함께해온 동료에 대한 일종의 연대 표시처럼 보였다.
흥미롭게도 스퍼스의 가드 데빈 바셀 역시 비슷한 색감의 나이키 농구화를 신고 있었다. 그가 신은 모델은 나이키 북 2 ‘세도나’. 미국 애리조나주 세도나에 있는 독특한 청록색 맥도날드 아치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웨이다. 한편 칼 안토니 타운스는 조금 더 진한 청록색 계열의 선수 전용 나이키 G.T. 점프 2 PE를 착용했다. 청록색과 노란색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날의 색깔이 청록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트는 전반전이 끝난 뒤 신발을 갈아 신었다. 후반전에는 나이키 코베 6 ‘토탈 오렌지’를 착용했다. 지난해 WNBA 올스타 주간을 기념해 출시된 올오렌지 컬러 모델이다. 결과적으로 하트의 발에는 뉴욕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색, 파란색과 주황색이 모두 등장했다. 뉴욕 닉스가 반세기가 넘는 우승 가뭄을 끝내는 순간과 절묘하게 겹쳤다.
이 밖에도 닉스 선수들은 화려한 신발 퍼레이드를 펼쳤다. 특히 아누노비는 검정, 노랑, 그리고 선수 전용 ‘NY Blue’ 버전을 번갈아 신었다. ‘NY Blue’는 이미 게임 4에서 닉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슛 중 하나를 성공시켰을 때 착용했던 모델이다. 만약 브런슨의 자유의 여신상 코비 6를 구하고 싶다면 지갑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게임 5 이후 리셀 시장 가격이 급등해 현재는 사이즈에 따라 몇 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우승의 순간을 기억하는 데 돈은 들지 않는다. 그날 코트 위를 가득 채운 청록색 농구화들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