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남성복은 이렇게 입는다, 랄프 로렌의 해답

2026.06.22.조서형, Mahalia Chang

밀라노 패션위크 첫날, 랄프 로렌은 상반된 두 가지 무드를 한 컬렉션 안에 담아냈다.

“랄프가 프레피 스타일 마저 세련되게 만들어버린 건가?”

요즘은 뭐든 새로운 걸 만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금요일 밤 밀라노에서 열린 랄프 로렌의 2027 봄 컬렉션 쇼에서는 달랐다. 쇼가 끝난 뒤 샴페인 트레이를 든 모델들에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사이, 곳곳에서 흥미로운 대화가 들려왔다. “나 진짜 크라바트 하나 사야겠어.” 네그로니 잔 너머로 누군가가 말했다.

어쨌든 이번 컬렉션에서 랄프 로렌은 새로운 시도를 분명히 보여줬다. 루이스 해밀턴과 콜먼 도밍고가 자리한 프런트 로 앞에서, 올해 86세가 된 디자이너는 익숙한 클래식을 새롭게 비틀어냈다. 보로와 사시코 스타일 패치워크 데님으로 만든 디너 재킷, 러플 장식 셔츠와 베스트 위에 걸친 가죽 라이더 재킷, 라피아 소재 필드 재킷, 그리고 실크 봄버 재킷 아래 매치한 3피스 수트까지.

지난 시즌의 사이키델릭 대학생 스타일을 좋아했다면 반가운 소식이다. 퍼플 라인의 정통 아메리칸 럭셔리 룩 37개가 지나간 뒤 많은 사람이 쇼가 끝난 줄 알았다. 흰 턱시도 재킷을 입은 모델 킷 버틀러가 등장했고 음악은 영화처럼 웅장해졌다. 박수를 치려는 손이 올라갔다.

하지만 곧 음악이 바뀌고 분위기도 달라졌다. 마이클 키와누카의 ‘Cold Little Heart’가 손 리틀의 ‘The River’로 넘어가자 관객들이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그때 폴로 보이들이 등장했다. 카고 쇼츠, 카무플라주 팬츠, 화려한 니트,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 마드라스 체크 레인 재킷과 니트 밖으로 흘러내리는 비즈 목걸이. 낙서와 페인트 자국이 가득한 쇼츠까지. 이들은 옷은 잘 입지만 반려동물을 맡기기엔 조금 불안한 대학생 장난꾸러기 같았다. 총 78개의 룩으로 구성된 방대한 컬렉션이었다. 우선 눈에 띈 네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1. 클래식 남성복은 여전히 강력하다

수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적어도 그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하지만 1920년대에 사랑받던 전통 테일러링 요소들은 이제 보기 드물어졌다. 배꼽 가까이까지 깊게 내려오는 호스슈 베스트, 러플 장식의 비브 셔츠, 포켓 체인, 크라바트, 손에 들고 다니는 가죽 장갑 같은 디테일 말이다. 랄프 로렌은 이번 시즌 그런 요소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잘 재단된 수트와 자유분방한 대학생 룩 사이에서 정통 남성복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쩌면 옷장의 뿌리로 돌아가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혹은 할아버지 세대 스타일에 대한 재평가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커머번드와 베스트를 하나쯤 장만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2. 데님은 정말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랄프 로렌은 곧 아메리카나를 의미한다. 그리고 아메리카나의 핵심에는 데님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데님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적은 드물었다. 패치워크 데님은 더블브레스트 스모킹 재킷이 되었고, 로브가 되었으며, 배럴 진과 매치한 피크드 라펠 블레이저로도 변신했다. 데님은 청바지 서랍 속에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였다.

3. 대학생 스타일은 계속 진화 중이다

지난 1월 공개된 2026 가을 남성복 컬렉션은 패션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0년대 감성이 녹아든 대학생 스타일 덕분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그 캐릭터는 돌아왔다. 다만 조금 더 감성적인 모습으로. 더플백에는 옷 대신 꽃다발이 들어 있었고, 셔츠와 넥타이는 헐렁한 니트와 재킷 아래에 숨겨졌다. 넥타이뿐 아니라 스카프, 반다나, 목걸이, 크라바트, 리본 타이까지 다양한 목 장식이 등장했다. 주말을 맞아 집에 돌아온, 저녁 식사는 어머니와 할 예정인 그런 사랑스러운 청년의 모습이다.

4. 마드라스 체크의 부활

마드라스 체크는 랄프 로렌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소재다. 가을·겨울의 헤링본 트위드가 있다면 봄·여름에는 마드라스 체크가 있다. 인도 첸나이에서 유래한 이 화려한 체크 원단은 원래도 강렬한 색감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 폴로는 여기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핑크, 오렌지, 그레이, 그린, 레드 컬러를 활용해 가방, 재킷, 셔츠, 모자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했다. 가장 멋진 스타일링 방법은 런웨이에서 보여준 그대로다. 서로 다른 체크 패턴을 과감하게 겹쳐 입는 것.

이번 컬렉션은 한편으로는 귀족적인 클래식 남성복을,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분방한 미국 대학생 스타일을 보여줬다. 서로 상반된 두 세계를 동시에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얼마나 될까. 여전히 랄프 로렌이 특별한 이유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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