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워크웨어의 완성, 나이젤 카본의 따라하고 싶은 아이템 5

2026.06.18.조서형, Jeremy Freed

지난주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영국 디자이너 나이젤 카본. 그는 빈티지 워크웨어를 누구보다 사랑한 사람이었다.

영국 공군 조종사, 극지 탐험가, 그리고 20세기 초반 흑백사진 속에서나 볼 법한 인물들이 입던 튼튼한 옷을 집요할 정도로 정교하게 복원한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1953년 에베레스트 초등 당시 에드먼드 힐러리가 입었던 주황색 파카를 재현한 제품이나,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위장무늬 셔츠를 찾고 있다면 카본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브랜드 나이젤 카본은 전 세계에 유통망을 갖추고 있지만, 특히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재 일본에는 도쿄 3개 매장을 포함해 약 10개의 단독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40년이 넘는 경력 동안 그는 여러 서브 브랜드와 수십 개의 컬렉션을 선보였고, 유니매틱, 스톤아일랜드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했다. 그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현재 컬렉션은 물론 아카이브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젤 카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출발점은 다름 아닌 나이젤 카본 자신이다. 자신의 옷을 가장 멋지게 소화한 모델이기도 했던 그는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레이어드, 그리고 약간의 보헤미안 감성이 어우러진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의 대표적인 스타일 요소를 살펴봤다.

오버올

2018년 6월 피티 워모 행사에 참석한 나이젤 카본. Getty Images

저스틴 비버나 앙드레 3000이 아무리 멋지게 입어도 멜빵 바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나이젤 카본에게 오버올은 모든 스타일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스웨트셔츠, 티셔츠, 파카 등 거의 모든 워크웨어 아이템과 오버올을 조합했다. 히코리 스트라이프 캔버스부터 일본산 생지 데님까지 다양한 소재로 오버올을 제작했고, 직접 입을 때는 늘 발목 위로 자연스럽게 롤업했다. 여기에 화려한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것도 그의 시그니처였다.

트위드

2017년 1월 런던 패션위크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나이젤 카본. Getty Images

전통적인 영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카본은 해리스 트위드 같은 영국산 원단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트위드는 학자나 교수의 옷감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스코틀랜드 해리스 섬에서 수세기 동안 생산된 이 울 원단은 원래 농부와 등산가들에게 사랑받았다. 뛰어난 보온성과 발수성, 내구성 덕분이다.

그는 수많은 트위드 아이템을 만들었지만 가장 유명한 작품은 말로리 재킷이다. 어깨와 팔꿈치에 보강 패널을 덧댄 스포츠 코트로, 영국의 전설적인 산악인 조지 말로리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2003년 발표한 중요한 컬렉션인 ‘어센트 오브 카본’의 일부였으며, 조지 말로리와 에드먼드 힐러리, 그리고 원정대를 지원한 셰르파들이 입었던 재킷에서 영감을 얻었다.

다운 파카

2015년 가을 남성복 프레젠테이션에 전시된 에베레스트 파카. Getty Images

나이젤 카본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을 하나 꼽는다면 단연 선명한 오렌지색 에베레스트 파카다.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가 텐징 노르게이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초등할 때 입었던 파카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카본은 완벽한 복원을 위해 뉴질랜드까지 직접 날아가 힐러리의 원본 파카를 촬영했고, 당시 사진 자료를 분석했으며, 부자재와 금속 장식까지 최대한 동일하게 재현했다. 나이젤 카본 어센틱 라인에서 생산된 이 제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종사들을 위해 개발된 방수 면직물 벤타일, 양가죽, 거위털, 코요테 퍼 등 전통 소재를 사용해 전량 영국에서 제작됐다.

메카닉 캡

2016년 6월 공개된 2017년 봄 컬렉션. Getty Images

모자를 사랑한 나이젤 카본은 모자를 쓰지 않은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로 챙을 위로 접은 야구모자 형태의 캡이나 머리 뒤쪽에 걸치듯 쓴 비니를 즐겨 착용했다. 특히 자주 썼던 것은 1940년대 미 공군 정비사들이 사용한 A3 메카닉 캡에서 영감을 얻은 부드러운 6패널 캡이었다. 기본적인 올리브 컬러는 물론 카무플라주 패턴, 인디고 데님, 심지어 말가죽 버전까지 제작했다.

카모플라주

2017년 6월 공개된 2018년 봄 컬렉션 룩. Getty Images

빈티지 군복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가진 만큼 카모플라주 패턴은 그의 컬렉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파카와 바지, 반바지, 스웨트셔츠 등 거의 모든 아이템에 위장무늬가 등장했다.

하지만 카본의 카모플라주는 흔한 사냥용 패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컬렉션을 살펴보면 미 해병대가 헬멧 커버와 텐트에 사용했던 미첼 패턴 같은 희귀한 아카이브 위장무늬부터, 2018년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엘리먼트와 협업하며 선보인 화려한 색감의 변형 패턴까지 폭넓게 확인할 수 있다. 카본에게 카모플라주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역사와 기능성을 담아내는 수단이었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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