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갈 때, 한 벌쯤 꼭 챙기고 싶은 ‘꾸꾸꾸’ 스타일링

2026.06.23.조서형, Mahalia Chang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2027 봄 컬렉션은 새벽 2시 흡연 구역에서 가장 빛날 청바지를 제안했다.

오늘 밀라노에서 열린 돌체 앤 가바나 2027 봄 컬렉션 쇼를 보는 동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당장 시칠리아행 항공권을 끊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쇼장 조명은 어둡게 깔렸고, 스크린에는 눈부신 해변과 푸른 만을 내려다본 풍경이 투사됐다. 옷들은 마치 당장 캐리어에 쑤셔 넣고 휴양지로 떠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돌체앤가바나가 가장 잘하는 유럽 휴양지 스타일도 물론 등장했다. 브로더리 앙글레즈 셔츠, 탄탄한 허벅지와 엉덩이가 없다면 소화하기 어려운 마이크로 쇼츠, 석양 아래 저녁 식사를 위한 린넨 수트, 그리고 1970년대풍 프린트가 컬렉션을 채웠다.

MILAN, ITALY – JUNE 20: A model walks the runway at the Dolce&Gabbana fashion show during the Milan Fashion Week – Menswear Spring/Summer 2027 on June 20, 2026 in Milan, Italy. (Photo by Estrop/Getty Images)
MILAN, ITALY – JUNE 20: A model walks the runway at the Dolce&Gabbana fashion show during the Milan Fashion Week – Menswear Spring/Summer 2027 on June 20, 2026 in Milan, Italy. (Photo by Estrop/Getty Images)

하지만 이번 쇼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파티 청바지’다. 여기서 말하는 파티 청바지는 적당히 낡은 셀비지 데님 같은 것이 아니다. 런웨이에는 크리스털이 폭포처럼 장식된 흰색 오버올이 등장했고, 보석 브로치를 빼곡하게 단 스트레이트 핏 청바지도 이어졌다. 회색 애시드 워시 데님 위에는 Y2K 감성의 청록색 패턴이 휘감겼고, 페인트를 튄 듯한 디테일까지 더해졌다. 마치 2000년대 초반 팝스타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장식들이 찢어진 인디고 데님 위에도 등장했다. 어떤 청바지에는 산호 모양 크리스털 장식이 달렸고, 또 다른 제품에는 주황색 태양 문양이 수놓아졌다. 한마디로 클럽 조명 아래에서 가장 빛나기 위해 만들어진 청바지였다.

스타일링도 명확했다. 민소매 탱크톱, 엽서 프린트 티셔츠, 묵주를 연상시키는 목걸이, 비즈 체인, 비치백, 선탠한 피부와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가 함께 등장했다. 신발은 가죽 샌들이나 장식이 더해진 슬리퍼였다. 클럽 입장 줄에서도 편하게 신을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이다. 물론 돌체앤가바나의 세계관에서는 클럽 경비원도 당신의 친구라 줄을 설 필요조차 없겠지만. 이 청바지는 낮보다 밤을 위한 옷이다. 바 안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댄스 플로어의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용성은 거의 없다. 아마 편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청바지를 입고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면 새벽 3시 택시 뒷좌석 정도가 적당할지 모른다.

이번 컬렉션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순히 화려한 청바지가 아니다. 돌체앤가바나는 이제 사람들이 외출을 위해 특별히 차려입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하다. 시칠리아든, 마이애미든, 칸쿤이든 밤은 특별한 이벤트이며, 그에 맞는 옷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장식이 가득한 바지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특히 유럽 클럽 문화를 사실상 패션으로 정립한 돌체앤가바나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에서는 이 청바지들이 해변용 쿠바 셔츠와 넓은 라펠의 베이지 수트 사이에 배치되면서 의미가 달라졌다.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이 바지들이 옷장보다 여행 가방에 먼저 들어가길 바라는 듯했다.

밀라노에서 애프터파티는 부차적인 일정이 아니다. 오히려 메인 이벤트다. 그리고 돌체앤가바나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증명할 바지 한 벌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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