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연구 끝에 알게 된, 자존감이 바닥일 때 진짜 효과 있는 생각을 소개한다.

한국 남자들은 칭찬에 익숙하지 않다. 잘하면 본전이고,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운동장에서도 그랬으며,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습관이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무의식적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성취는 당연한 것이 되고, 실수는 무한정 확대된다. 자존감이 언제든지 깎여나가는 구조다.
다행히 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높은 자존감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새로운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자신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1. “또 실패했다” 대신 “이번에 잘 안 됐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는 수십 년간 자기 연민을 연구해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감과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는 자존감보다 자기 연민이 더 안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난 최악이야. 또 실수했어.”처럼 나를 평가하려 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상황만 설명한다. “이번에 숫자 기입을 틀린 실수를 했어.” 정도면 충분하다. 포인트는 성과와 자존감이 세트처럼 묶이지 않는 것. 좋은 결과를 냈을 때만 자존감이 높아지는 오류가 생기는데, 우리는 모두 반드시 실패한다. 실패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2. 저번에 잘한 일 떠올리기
최근 해외 심리치료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용어가 있다. 잘한 것 모음집 같은 ‘브래그 파일’이다. 받은 칭찬, 성공한 프로젝트, 운동 기록, 자격증, 소소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메시지까지 언제든 찾아볼 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둔다. 우리 뇌는 구조적으로 성공보다 실수를 오래 기억한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낮에 실패한 장면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브래그 파일은 그 왜곡을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에서 꺼내보기만 해도 꽤 나아진다. ’생각처럼 형편없는 인간은 아니네’
3.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올 초 하프마라톤 대회에 나간 나는 완주를 위해 스스로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너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들도 뛰고 있어. 달리기 연습을 안 한 사람들도 너보단 빨리 뛴다고. 옆에 지금 밤을 새우고 온 사람도 저렇게 기운차게 달리는데 뭐해 지금? 너만 기어가고 있어. 뛰라고!’ 완주는 했지만, 죽을 맛이었다. 지난주 참여한 트레일 러닝 하프 코스에서는 다른 전략을 세웠다. “여긴 오르막길이야. 다들 걸을 수밖에 없어. 달리기도 힘든데 여긴 산이라고. 아주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모두가 힘들어!”
자기 연민 연구의 핵심 개념 중 하나에는 ‘공통 인간성’이 있다. 실수하고 불안하고 힘든 마음은 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 설정이라는 것이다. SNS에서 보이는 남들의 하이라이트에 속지 말자. 모두가 각자 부침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4. 자존감도 기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신감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에 가깝다. 도전을 앞두면 누구든 두려움이 앞서기에 ‘다음번에 더 자신감이 있을 때 하자.’라고 미루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행동하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게 된다. 두려움이 사라졌을 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면서 그 두려움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5. 남한테 하듯 예의 갖춰 말하기
내가 힘들 때 스스로 하는 생각을 그대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것밖에 못해?”, “왜 이런 실수를 해?”, “이 모자란 놈아” 그럴 사람은 없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다들 이 정도 실수하고 살아. 다음에 잘하면 되는 거지.” 크리스틴 네프가 정의한 자기 연민은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대하듯 자기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더 큰 성공을 하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덜 괴롭히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