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은 기록으로 남지만, 스타일은 더 오래 기억으로 남는다.

월드컵은 원래 축구를 위한 무대다. 골, 우승 트로피, 국가대표의 자부심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장 입장 패션, 이른바 터널 핏이나 패션위크 프런트로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떤 선수들은 공 차는 실력만큼 옷 입는 재능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지난 10년 동안 축구 선수들은 남성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는 득점왕 경쟁 대신 또 다른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했다. 2026 월드컵 최고의 스타일 플레이어들이다.
라민 야말

돌아보면 18살 때 나는 넥타이도 제대로 못 맸다. 야말은 다르다. 스페인 대표팀 캠프에 샤넬 트위드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그것도 샤넬 메티에 다르 토트를 들고. 그의 옷장에는 크롬하츠, 릭 오웬스, 레디메이드가 가득하다. 대부분의 어린 선수들이 첫 연봉을 받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헤매는 동안, 야말은 이미 ‘성지 아이템’ 단계에 도달했다. 축구계 최고의 신예이자 최고의 패션 신예다.
마이클 올리세

릭 오웬스 풀 착장으로 대표팀 소집 장소에 나타나는 사람은 둘 중 하나다. 아무것도 모르거나, 모든 걸 알거나. 올리세는 후자다. 검은 바우하우스 플라이트 재킷과 카고 팬츠 조합만 봐도 알 수 있다. 경기 전 슬리퍼를 신고 경기장 잔디를 한 번 밟고 돌아오는 독특한 루틴까지.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아론 완비사카

트레이닝복과 정장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오가는 선수는 흔치 않다. 완비사카는 과한 스타일링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정확히 안다. 지난해에는 트랩스타와 에드 하디 협업 캠페인 모델로도 등장했다. 결국 가장 어려운 스타일은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완비사카는 그걸 해낸다.
닉 볼테마데

198cm의 큰 키 때문에 마치 학부모 등굣길에 나온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닉은 실제로 2002년생이다. 넉넉한 팬츠, 실험적인 실루엣, 레이브 파티에서 볼 법한 작은 선글라스까지. 누구보다 Z세대다운 감각을 보여준다. 최근 월드컵 투어 사진에서는 플립플롭마저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했다.
버질 반 다이크

버질 반 다이크는 필드에서 수비수지만 패션에서는 공격수다. 유년 시절부터 북유럽 문화권 영향을 받은 듯한 미니멀하고 구조적인 스타일을 즐긴다. 레인스 캠페인 모델 경험도 있다. 이번 월드컵 참가 선수 중 가장 우아하게 미니멀리즘을 활용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아마두 오나나

그라운드에서는 기관차 같은 미드필더지만 스타일링은 훨씬 더 과감하다. 카우보이 모자와 선글라스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지금 같은 웨스턴 무드가 유행하는 시대에도 말이다. 그의 가죽 재킷 컬렉션은 패션 애호가라면 누구나 탐낼 수준이다.
쥘 쿤데

축구계 터널 핏 문화를 이야기할 때 쿤데를 빼놓을 수 없다. 힐 부츠도 신었고, 스커트도 입었다. 희귀 백, 민소매 니트, 에메 레온 도르 제품도 즐겨 입는다. 중요한 건 이런 모든 스타일이 억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패션에 입문하려는 축구 선수가 아니라 이미 패션계 사람처럼 옷을 입는다. 자크뮈즈의 뮤즈와 사무엘 로스 캠페인 모델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니콜라스 잭슨

명품 브랜드 로고 플레이에 의존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잭슨은 늘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전통 세네갈 의상을 입고 훈련장에 등장하기도 하고, 런던 패션위크 단골손님이 되기도 했다. 좋은 스타일은 사람에 대해 말해준다. 잭슨의 옷은 늘 그렇다.
샤를 데 케텔라에르

그는 패션으로 화제를 만드는 타입은 아니다. 대신 좋은 기본 아이템, 훌륭한 헤어스타일, 그리고 과하지 않은 감각이 그의 장점이다. 최근에는 ERL 티셔츠와 메종 마르지엘라 스니커즈 등을 착용하며 한 단계 더 깊은 패션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잭슨 어빈

사진만 보여주고 베를린에서 공연하는 인디 밴드 베이시스트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긴 머리, 덥수룩한 콧수염, 문신, 매니큐어까지. 그는 언제나 자기만의 세계를 유지해왔다. 빈티지 축구 유니폼, 워크웨어, 두툼한 니트 등을 즐겨 입는다. 모두 실제 이야기가 담긴 옷처럼 보인다. 모두가 비슷하게 입는 축구계에서 아이라인은 오랫동안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손흥민
손흥민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늘 환하게 웃고 있고, 축구를 하는 모습도 동네 공원에서 뛰노는 아이처럼 자유롭다. 패션 역시 마찬가지다.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으면 분위기 있는 셜록 홈즈 같고, 인스타그램을 보면 마치 잘생긴 K팝 아이돌 계정을 보는 기분이다. 물론 경기력도 스타일도 흠잡기 어렵다.
그레이엄 포터

엄밀히 말하면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 명단에 넣을 만하다. 2025년 말 스웨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깔끔한 테일러드 수트와 셔츠, 넥타이를 즐긴다. 그런데 텍사스 훈련 캠프에서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기본은 클래식하게, 한 방은 확실하게. 좋은 스타일의 정석 같은 인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