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보영이 옛날 옛적에

2008.08.08GQ

솔직한 것이야말로 궁극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진심을, 배우 이보영은 끊임없이 증명해낸다.

블랙 턱시도 재킷은 웅가로, 블랙 스키니 진은 보브, 모자는 루이레이.

블랙 턱시도 재킷은 웅가로, 블랙 스키니 진은 보브, 모자는 루이레이.

고집이 센 것 같다.
나? 안센데.

아까 모자 맘에 안 든다고 쓰지 않으려 하는 것 보고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분명히 어울렸다.
목소리가 큰 거지, 고집이 센 건 아니다. 하라고 하면 궁시렁댈지 몰라도 어쨌든 끝까지 다 한다.

아직 자기 것을 요구하고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인가?
아니다. 어딘가에 매료됐을 때 강하게 주장하긴 한다. 하지만 쓸데없이 고집이 세다거나 내 것이 꼭 옳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도 난 꽤나 융통성 있는 편인 것 같은데. 남들이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폭 넓게 이해하려 애쓰는 편이니까.

<원스 어폰 어 타임>이 세 번째 영화다. <우리 형> <비열한 거리>와 무엇이 달라졌나?
많이 달랐다. 처음에는 앞의 두 영화 같은 쪽을 계속 할 생각이었다. 아직 내가 타이틀 롤을 맡아 무언가를 꾸려나가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형>이나 <비열한 거리>에선 감독님이나 상대 배우에 조용히 묻어가는, 소소한 역할이어서 부담이 적었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계속 하려 했던 거고… 영화는 아직 좀… 그래서.

‘그런’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아직은 비중이 크지 않고, 내가 그 영화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맘 편한 작품이랄까. 부담스러워서 말이다.

다른 배우들은 빨리 주연 따고 싶어서 안달하는데.
그랬다가 흥행 못 했을 경우 배우가 입는 타격이 너무 크지 않나. 난 그냥 스텝 바이 스텝으로 찬찬히 가고 싶다. 성격이 확, 앞질러 가는 타입은 아니다.

영리한 건가, 소심한 건가.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제 당신의 이력을 보면 꽤나 역동적으로 성장한 편이다. 처음부터 드라마 주연으로 데뷔하지 않았나.
주연‘급’이었지 주인공은 아니었다(웃음). 의도한 건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고 안 하고 싶고를 따질 수 없이 휩쓸려 다녔다. <서동요>는 <상도> <대장금>의‘거장’이병훈 PD님에 기댔고, <미스터 굿바이>는 안재욱 선배에 기댔고. 그렇게‘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없이 여기까지 온 셈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당신이 기댈 수 있는 감독도 배우도 없어서‘달랐다’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전면에 나서서 뭔가 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는 거다. 일단 분량부터 세배로 늘었다. 포스터에 얼굴도 처음 나온다.

그런 것치고는 배우 이보영의 존재감이 크다.
드라마도 있고 CF도 많이 하지 않았나.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는 홍보활동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비열한 거리>때는 드라마 촬영 중이라 홍보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내가 전면에 나설 계제도 아니라서 홍보팀이 그런 걸 바라지도 않았다. 요번에는 경우가 달라 애초 마음 단단히 먹었었다 그렇게 홍보활동 들어간 게 지난 주 목요일인데, 그러니까 일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그로기 상태다. 너무 힘들다.

쇼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는 건 체질에 맞았나?
아니. 안 맞는다.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그런지, 말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더라. 생각하고 말해야 하니까 차근차근 말하게 되고. 전반적으로 템포를 못 따라가겠다.

포스터는 마음에 들었나?
아니. 내가 나 같지 않아서 맘에 들지 않는다.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드(안젤리나 졸리)인 줄 알았다. 몸매가 과격해서.
내 말이.

그래서 그런 몸매인 줄로만 알았다.
미안하다.

이번 영화를 선택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처음에 감독님과 약속했다“. 나 진짜 연기 못한다. 그런 고민 때문에 <게임의 여왕> 이후 1년을 쉬었다. 책임지고 연기자로서 성장시켜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셨다.

약속이 지켜진 것 같나?
나는 내 모습에 대해 객관적으로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타입이다. 시나리오를 봤어도 이게 재밌는지 재미없는지의 객관적인 기준을 가늠하지 못하겠고, 같은 화면을 봐도 내가 예쁘게 나왔는지 그렇지 않은지 구별이 어렵다. 다른 사람들 것은 잘 보이는데 왜 내 것은 그렇게 안 보이나 모르겠다.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이나 스태프나 촬영감독님이나 홍보팀이나 모두들 잘했다고 말해주는 거다.

확신이 없어 보이니까 용기를 주려고 그런 걸까?
글쎄. 그런데 거의 모든 장면을 NG 없이 해낸 걸 보면 아주 못한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난 사실 자기 확신이 출중한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과, 타인이 좋아하는 내 모습 사이에는 괴리가 크니까 자꾸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다.

대중이 선호하는 모습에 맞춰가고 싶나?
아니다. 남들이 하는 말이 더 객관적일 수 있으니, 그 사람들의 말에 최대한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거다.

제목은 마음에 드나. <옛날 옛적에>는 왜 안 되는 건가.
원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였다. 그런데 그게 너무 길어서 바뀐 거다. 생각해보면 우리 영화를 짧게 함축해서 표현할 수 있는 마땅한 말이 참 없다. <경성특급>도 이상하고 <춘자와 봉구>는 더 이상하고. 그래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연작들 덕분에 귀에 아주 낯선 제목은 아니니까 이 정도면 됐다 싶기도 하다.

제목은 누가 지었나, 감독? 작가?
작가님이 지었다. 이제는 제목에까지 태클을 거는구나. 분명히 AB형일 거 같다.

놀랍게도 그렇다. 혈액형을 믿나?
그런 편이다. 난 B형이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B형. AB형과 B형은 원래 잘 안 맞는다. 특히 B형은 AB형을 싫어한다.

그런가?
하지만 AB형은 날 좋아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일제 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요즘 그런 영화가 무척 많다. 무슨 매력 때문일까?
역사적으로는 암울한 시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구의 신문물이 밀려오던 시기이지 않나. 남자들이 죄다 중절모를 쓰고 다녀도 이상할 게 없는, 참 볼거리가 화려한 시대다. 한국과 일본과 서양의 사상, 패션, 문화가 혼재된 상태인 거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뭔가?
영화가 한마디로 시원하다. 유쾌하고 통쾌하고 일직선으로 쭉 뻗어나간다. 배우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찍은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럼 전에는 행복하지 않았나?
<비열한 거리>할 때는 드라마 촬영과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이 너무 힘들었다. 즐거움을 느끼고 말고 할 물리적 여건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그때는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드라마 할 때도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울고 있으면 연기하면서도 속으로 막 답답하다. 아니 왜 울어, 네가 그렇게 사니까 불행한 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인물들에 몰입해서 생활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현실생활도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캐릭터가 워낙 단순하고 귀엽고 유쾌하고, 말하자면 백치미? 그런 식이라 우울해지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과 닮아서 편했던 건 아닐까?
푸하하. (한참 웃다가) 뭐, 그런 것 같기도.

왜? 나쁜 의미로 물어본 게 아닌데.
아니‘, 백치미’이야기해놓고 나서 그런 질문 들으니 웃겨서 그랬다. 난 사실 어디 몰입하면 그것만 생각하고 가는 편이다. 그런데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춘자도 워낙‘돈’에 몰입해 있다 보니 다른 걸 생각하지 못한다. 독립이고 뭐고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저 돈 내가 가져야겠다는 생각만 있는 거다.

당신이 당시 경성에 살았으면 뭐 했을까. 독립운동 했을까?
아니. 어디 구석에 숨어있었을 것 같다. 원래 겁이 많다. 아마 학생운동 하던 시기에 태어났어도 난 운동 안하고 숨어있었을 거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누구 지탄하고, 화내고, 욕하고, 그럴 수는 있었겠지. 하지만 앞에 나서진 못한다. 무서워서 고문 못 당하겠다. 한 대만 맞아도 전부 다 털어놓고 엉엉 울 것 같다. 이상한가? 난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거다. 나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럴 때 앞에 나서는 사람들이 위대한 거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청순가련형으로 자리 잡혀 있다는 건 알고 있나?
그렇다.

이번에는 그런 걸 깨고 싶다는 생각도 했나?
아니다. 그런 걸 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게, 내가 실제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내가 출연한 작품들 보면 청순가련하다고 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몇 없다. 그냥 나라는 배우가 대중에 그렇게 생각되고 있을 뿐이다. 아마 첫사랑 캐릭터를 연기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번 영화를 하는 것도, 또 그 전 영화를 했던 것도 모두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여한 거다.

생각보다 반응이 격렬하다.
그렇게 보였나? 청순하게 보이려고 그런 선택들을 하고 이번에는 그걸 깨려고 이런 선택을 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요번 캐릭터도 귀엽고 웃길 거 같아 선택한 거지, 섹시 코드를 예상하지는 못했었다.

그레이 깃털은 루이레이, 실버 새틴 재킷은 웅가로.

그레이 깃털은 루이레이, 실버 새틴 재킷은 웅가로.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섹시하게 나오나 보다.
그런 식으로 많이 기사화되고 있지 않나. 그래서‘청순가련한 캐릭터에서 섹시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싶은 거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게 아니라는 거다.

섹시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는 게 부담스러운가?
아니다. 그냥 난 아직 내 모습을 잘 모르겠다. 오늘 촬영 결과물을 보고도‘아, 내게 이런 모습이 있을 수 있구나’하고 새삼 신기했다. 워낙에 섹시한 것과 거리가 멀다. 학교 다닐 때부터 오로지 워너 비 섹시였다. 그런데 그게 항상 잘 안됐다. 좀 야한 옷을 입어 봐도 아무도 섹시하다고 생각 안했다. 다들 그냥 아기라고 생각한다. 난 내가 무척 평면적인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런 내가 그렇게 입체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그럼 극 중 섹스장면도 감수할 수 있나?
그건 다르다.

하기 싫다는 이야기인가?
어쩌면 배우 마인드의 부재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배우로서의 인생보다, 개인으로서의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 속에서 섹스 장면이 있는 분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나와 사고방식이 다른 거다. 간단하다. 나는 내 자신이 행복하고 싶어서 연기를 한다. 섹스 연기는 날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섹스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의 일부라고 생각했을 때, 배우로서 마냥 그걸 멀리할 수도 없을 거다.
내가 멜로 연기가 약하다.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닌데, 많이는 못해본 것 같다. 짝사랑을 해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사랑의 절절한 느낌을 잘 모르겠다.

모든 혈액형의 사랑을 받는 B형이라.
누군들 안 좋아하겠어. 하하하.

아무튼 그래서?
멜로도 어려워하는 내가 어떻게 정사 연기를 잘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주위의 말들이….
나 그 이야기 안한다.

아니 왜?
내가 미스코리아 출신이 아니거든. 어디 기사에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 꼽으면 내가 꼭 들어가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난 그냥 대전 충남 진이었다. 그건 후보지, 미스코리아가 아니다. 기자들 도대체 왜 그래.

혹시 미스코리아 출신이라고 했을 때 너무 생각 없어 보일까봐 그러는 건가?
아니다. 그런 잘못된 정보가 싫은 거다. 그렇게 알려지고 싶지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럼 배우 생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그게 그러니까 이렇게 시작이 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엄마 친구가‘미스 인천 선발대회’라는 현수막을 발견하고 와서 “보영이 좀 내보내봐”했다. 내가 그때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미스코리아 나가면 은근히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혹했다.

하긴 빠른 79년생에 97학번이면 IMF 세대다.
취업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때였다. 그래서 3주 전에 갑자기 나가기로 결정을 하고 아버지에게 비밀로 한 채 미스 대전에 응시했다. 그런데 턱, 된 거다. 하지만 본선에선 떨어졌다. 웃긴 게, 취업에 도움 될까봐 미스코리아 나갔던 건데 그것 때문에 2년 늦게 졸업했다는 거다.

혹시 군대 다녀온 건가.
미스코리아 프로필이 돌기 시작하니까 기획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람 들지 않겠다고 엄마와 약속하고 캐나다에 나갔다 왔다. 다시 돌아와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선배가 근무하는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용돈벌이 겸 CF를 시작했다. 거의 졸업 때가 돼서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항공사 승무원 공고가 붙었다. 그때 남자친구가“네가 무슨 승무원이냐”고 하기에 화가 나서 응시했다. 그리고 방송사 아나운서를 뽑는다기에 거기에도 응시했다.

흥미진진하다.
최종 4차 12명에 들어서 될 줄 알았더니 똑, 떨어졌다. 화가 났다. 그런데 졸업하고 나니까 먼저 응시했던 항공사에서 합격통지가 왔다. 하지만 그냥 다음 해에 아나운서 시험을 다시 보기로 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때 내 프로필을 본 방송사 PD님이 날 부른 거다. 마침 역할이 아나운서 역이란다. 그래서“저 아나운서 시험 봤습니다”했더니 바로 캐스팅이 됐다. 그렇게 방송데뷔 한 거다.

아나운서에 더 욕심이 없었나?
금방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너무 우스울 것 같았다.

연기가 꿈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내가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연기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끼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난 남들 앞에서 노래도 잘 못한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연기가 평생의 꿈이고, 거기에 인생을 건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자의식이 강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배우들과 잘 이야기가 안 통한다. 대화가 안 된다. 도대체 무슨 말 하고들 있는 건지 못 알아듣겠다(웃음).

연기 안 해도 난 언제든지 다른 것 할 수 있다는 안일함이 생기지 않나?
그렇지는 않다. 생각해봐라. 한국에서, 내 나이의 여자가, 하던 일 그만두고 어디 가서 다른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만두면 시집밖에 더 가나? 게다가 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다. 이대로 좋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로부터 질투를 살 수도 있겠다. 인생을 걸지도 않고 연기를 하다니, 이런 식으로.
배우가 되고 나서부터는 운명, 인연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내가 하려고 의도했던 일들 가운데 그다지 잘 풀린 게 없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은 건 우연찮게 잘 풀려왔다. 나중에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지방 방송국으로 가서 1년 동안 일할 수 있겠냐는 거였다. 이모들이 “가방 사줄게 내려가라”고 유혹했다(웃음). 하지만 가지 않았다. 누가 자꾸 등을 밀어서 어느 위치에 날 밀어 넣어주는 느낌 있지 않나. 그게 다 인연과 운명의 맥락 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삶의 진실인 것 같다.

그 운명이 당신에게 연기를 그만두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
그럼 연기를 그만둘 수도 있는 거다. 그래도 이왕이면 평생 하고 싶다. 난 연기를 직업으로 생각한다. 나이 먹고 데뷔했는데, 그걸 직업삼아 시작한 거지 어디 확 떠야겠다 싶어서 했겠나. 내가 이 직업에서 신뢰를 쌓고 능력을 인정받고, 그래서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하지만 결국 다른 길이 생겨서  가게 된다면, 그것마저도 운명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쪽으로 대단히 가파르게 성장한 케이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별 달리 뚜렷한’스캔들이 없다.
어? 나 스캔들 전혀 없었는데.

박지성과의 스캔들이 있지 않았나. 허구로 드러났지만.
그건 스캔들이 아니다. 그건 그냥 거짓말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스캔들이 ‘근거가 없어서’스캔들이다.
그게 이렇다. 일단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소문이 났고, 아니라는 게 확인이 됐다. 그때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아니라고 확실히 말했다. 그런데 그 아니라는 걸 가지고 기사를 쓰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는 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일축했다. 결론은 이런 해프닝이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인 거다.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들은 왜 생기는 걸까?
예전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난다. 사람들이 남 말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정말 아무 인연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 해괴한 소문이 도는 건 참 이상하다. 그냥 장난삼아 인터넷에 쓴 댓글이 소문으로 비화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있을 땐 주로 뭘 하나?
책 많이 본다. 김형경의 글을 좋아한다. 힘들 때 읽으면 가슴에 확 와 닿는다. 남자 작가보다는 여자 작가를 좋아하고, 번역본보다는 한국소설을 좋아한다.

예전에 연애할 때, 남자친구는 당신의 어디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가?
난 늪이다. 한번 빠지면 정신 못 차린다. 빠지려면 용기가 필요해서 그렇지(웃음). 많은 남자들이 애교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나. 난 그런 타입이 아니라서 실상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 대시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나?
없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삶, 그리고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적절히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그렇게 지혜롭게, 여유롭게.

    에디터
    허지웅
    포토그래퍼
    송창래
    스타일리스트
    홍화두,이경
    헤어&메이크업
    이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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