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온실에서 보낸 오후

2009.03.10장우철

창경궁 대온실은 서울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오는 곳이다

창경궁 대온실은 서울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오는 곳이다

창경궁 대온실에 동백이 흐드러졌다는 벗의 문자메시지로부터 겨울이 끝난다. 1909년에 지어진 이 아름다운 온실엔 1백여 종의 식물들이 허세나 위용도 없이 다만 헹군 듯한 얼굴로 놓여 있다. 갯국, 구름솔, 고사리, 박쥐란, 철쭉, 동백, 현호색, 까마귀쪽나무, 치차, 원추리, 명자나무, 상사화, 꽃기린초…. 무엇보다 이 대온실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담백함이다. 꾸미고 또 꾸며서 어필하려 들지 않고 그저 계절의 햇빛을 집약적으로 담은 채 주저앉아 있는 화분들은 저희들끼리 모여 수군거리는 아주 개인적인 뉘앙스마저 풍긴다. 우연히 그곳에 들렀으되, 돌 틈을 움켜쥐고 자라는 고사리줄기를 쳐다보고 있으면 오후가 다 가고 나서야 온실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온실 밖 연못 춘당지엔 원앙 삼십여 마리가 잔물결을 일으키며 푸드덕거리고 있을테고.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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