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너의 목소리가 들려 Part. 1

2010.06.22GQ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그 목소리가 들린다.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멈춰선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나얼, 정엽, 영준, 성훈의 네 목소리가 넷인 듯 하나인 듯 결을 따른다. 그것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다면, 무엇일까?

의상 협찬/ 나얼의 헨리넥 티셔츠는 언더커버 at 톰 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즈

의상 협찬/ 나얼의 헨리넥 티셔츠는 언더커버 at 톰 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즈

 

의상 협찬/ 나얼의 헨리넥 티셔츠는 언더커버 at 톰 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즈

의상 협찬/ 나얼의 헨리넥 티셔츠는 언더커버 at 톰 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즈

 

나얼

지난 콘서트에서 ‘Lately’ 를 불렀다고 들었다. ‘드디어’ 라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중학교 때였나?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으면서, 막연히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가수가 되고 나서는 부담스러웠다. 더 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당신이 노래 연습하던 장면은 어땠을까? 노래방에 많이 갔다. 혼자 가본 적도 있다. 그냥 생활이 연습이었다. 걸어가면서 계속 중얼거리는 거다. 고등학교 때 얘기다. 그 전엔 음악시험도 20점, 30점 그랬다. 아, 요즘 깨달은 건, 음악은 완전히 수학이라는 거다.

무슨 말인가? 음악은 완전히 수학이다. 그리고 완전히 감성이다. 두 가지가 철저히 동시에 존재한다. 그걸 몰라서 힘들어했다는 걸 알았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두 번 빵점 맞았다.

빵점은 정말 힘든데. 당신의 보컬을 ‘본능’ 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마이클 잭슨이나 테빈 캠벨처럼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한 게 아니다. 감성이 예민했던 것 같긴 하다. 그게 결국 음악을 하게 만든 것이고.

싱글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중적’ 이라는 말이 안팎에서 들린다. 이전에도 충분히 대중적이지 않았나? 물론 그렇다. 팀의 감성도 그렇고, 영향을 받은 것도 어떤 팝적인 흑인음악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좋은 멜로디는 그냥 좋은 거니까. 팀 이름은 ‘소울’ 인데 노래는 소울이 아니라는 얘기도 듣지만, 그럼 무엇이 소울일까? 실제로 과거 필라델피아 쪽에 있던 소울 그룹들은 너무나‘팝적인’음악을 했다.

장르는 덫이다. 그것에 얽메이는 순간 바보가 되니까. 그럼 한국대중음악이라는 말은 어떤가? 어쩐지 당신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한 말. 조금 슬픈 얘기인데, 오히려 예전에는 조금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내가 아니라 음악으로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문제가 있다. 80, 90년대까지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하게 음악이 퇴보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사.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음악 들려주는 수업을 하는데, 예전 가사나 정서를 모른다. 예전 것들을 전혀 모르니까 요즘 노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총맞은 것처럼’? 바로 그거다. ‘총맞은 것처럼‘ ’사고쳤어요’, 요즘엔 ‘감옥에 갇혔어요’ ‘목에 칼이 들어왔어요’ 이런 노래도 있다. 짧은 시간에 각인시키려다 보니 벌어지는 황당한 일이다.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미치겠다. 정말 너무 속상하다.

다른 가수는 어떤 의미인가? 휘성이나 김범수 같은 이름을 당신과 나란히 놓고 얘기하기도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어떤 아이돌 가수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걔보다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다. 그걸 감추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 조용필 선배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정말 위대한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김건모 선배님 노래하는 걸 들으면 이런 게 가수구나 생각한다. 또래 중에서는 김범수씨. 노래에 교과서가 있다면 그는 정말 교과서구나. 나는 절대 교과서가 아니다. 그냥 혼자 좋아서 하는 감성 위주의 보컬이다.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그런 면에서 미안하기도 하다.

음악은 물론이고 미술 작업에서도 ‘흑인’ 이라는 존재감은 비중이 크다. 당신은 영원히 흑인이 아닌 채. 흑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흑인들의 목소리를 닮고 싶어서 정말 흑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적도, 아, 후회가 아니라 원망했던 적도 있다.

그걸 누구에게 원망하나? 하나님을 좀…. 흑인으로 태어나게 해주시지, 이런 경우도 있었다. 근데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한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이다.

팀으로 활동하지만, 나얼 하나로도 뚜렷하다. 음악적인 기대는 어떻게 다른가? 기대가 다르진 않다. 일단 팀이 좋다. 혼자 하면 외롭고, 자신도 없고, 무대를 즐기지도 못한다. 그래서 팀이 좋다. 혼자 한다는 편암함이 있다 해도 팀이 더 매력적이다. 음악을 시작한 것도 중창단 때문이다. 하모니, 화음 때문에. 함께 화음을 맞추는 게 너무 좋아서.

화음이야말로 수학 아닌가? 완전히 수학이다. 혹시 교회다니나?

안 다닌다. 삼위일체에 대해 아나? 성부, 성자, 성령 세 분이 각각 다르지만, 다시 한 분이란얘기다. 그게 음악에도 있고 미술에도 있다. 기본 삼화음이 삼위일체 하나님이다. 도미솔. 이걸 한 번에 눌렀을 때 하나의 화음인데, 도미솔은 각각 다르다. 기막힌 발견이다. 미술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삼원색이 있다. 빛의 삼원색이 있고 색의 삼원색이 있다. 빛의 삼원색은 빨강, 노랑, 초록인데 합치면 흰색 광이 된다. 근데 색의 삼원색은 합치면 검은색이 된다. 무슨 얘기냐면 색의 삼원색은 땅에 속한 것이고 빛은 하늘이기 때문에, 내 생각인데, 빛은 하나님이고 생명이다. 세 가지 색을 합쳤더니 흰색 광이 되는 거다. 하나님 자체가 되는 거다. 근데 땅의 것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지만 서로 섞으니까 검어졌다. 색은 섞을수록 더러워지고 빛은 밝아진다. 여기서 너무 놀랐다. 하나님이 이걸 숨겨놓으셨구나. 숨겨놓은 게 너무 많다. 사람들이 이제야 하나씩 발견을 한다.

종교적인 걸 떠나서, 대중음악가로부터 듣기엔 불편한 얘기일 수도 있다. 편협하달 수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다. 비밀이라서 그런 거다. 똑같은 얘기를 해도 이 사람은 믿고 이 사람은 믿지 않는다. 그게 비밀이다.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예전에 가수 이미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예술세계에서는 종교를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인간의 희노애락에 정직할 뿐이다. ‘하느님 맙소사’ 할 때의 자연스러운 하느님 이상을 말하지 않겠다.” 당신에겐 어떤가? 개념의 차이다. 사람의 입장에선 그게 인본주의지만, 사람은 피조물이기 때문에 하나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내가 그걸 따질 게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음악을 하는 목적은 니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고, 오로지 하나님을 위해서 하는 거다. 내가 찬송가를 부르는 건 너무 당연한 거다. 복음은 전해야 되는 것이다. 그게 내 목표다. 다른 것은 얘기할 가치가 없다. 에디터 / 장우철

 

의상 협찬/ 정엽의 러닝톱은 구찌, 재킷은 앤 드뮐미스터 at 무이

의상 협찬/ 정엽의 러닝톱은 구찌, 재킷은 앤 드뮐미스터 at 무이

 

정엽

2집 부클릿을 보면 아이팟과 테이프, CD와 LP가 반씩 잘려 붙어 있고 옆에 코익시스턴스, 하모니라고 쓰여 있다. 이런 게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적 지향점인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이라기보다는,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의 어떤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 소수만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아티스트라고 불리길 원하지만, 동시에 대중가수다. 정말 진한 알앤비, 솔을 하고 싶었으면 그냥 언더그라운드에 있었을 거다.

대중가수는 기본적으로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뮤지션 자신이 좋아서 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혼자 집에서 음악 하는 게 아닌 이상 “이걸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의 평가에 동요하지 않는다는 건가? 나는 그렇다. 누가 싫은 소리 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만다. 신경 쓰는 멤버가 있긴 하다. 영준이 좀 그런 편이다. 세심한 친구다.

싱글 2개가 나왔는데, 이번엔 다시 ‘짙어지는’ 걸로 합의를 본 건가? ‘Love Ballad’ 의 전주, ‘Never Forget’ 의 악기 구성은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일단 작업해보고 나오는 대로 하는 거다. ‘이번엔 콘셉트를 어떻게 해야지’ 같은 건 토의해본 적이 없다. 각자 개인적으로 곡 작업을 하는데, 그중 4명 모두가 맘에 들어 하는 걸 하는 거다.

그런데 왜 항상 공동작곡이라고 표기하나?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도 이익 관계로 얽히다 보면 틀어지게 되어 있다. 한 명의 저작권으로 타이틀곡이 나가면, 그 사람만 돈을 번다. 우리는 매체 출연도 잘 안 해서 음원 수입밖에 없다. 그래서 누가 만들어도 공동저작권으로 하기로 했다. 가사도 거의 한 명이 도맡아 쓴다.

‘공동’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My Everything’ 이나 ‘Because of You’ 같이 작정하고 화음을 맞추는 노래가 많지 않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출발은 보이즈투맨 같은 중창단 아니었나? 일단 곡을 만들 때 그런 부분에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때론 두 명이 주고받는 게, 때론 혼자 치고 나가는 게 더 적절할 때가 있다. 또 후렴을 주로 나얼이 하는데 나얼이 여자 키라 키가 잘 안 맞는 문제도 있다. 계속 맞춰가고 있는 단계다. 우리가 지금 8년 차인데, 아직 앨범을 2장밖에 못 냈다. 소속사 문제가 좀 있었다. 앨범을 꾸준히 냈다면, 많은 부분이 더 잘 맞았을 거다. 혹자는 우리가 매체에도 안 나오고, 앨범도 드문드문 내고 하니까 ‘진짜 뮤지션 같다’ 이런 말을 한다. 그런데 앨범 같은 경우엔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다. 앞으로는 꾸준히 앨범을 낼 거다. 변했다는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아니다. 방송에 안 나간 것도 나얼의 개인적 부담 때문이었지, 얼굴 없는 가수 이런 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형태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고유함이 있다는 점에서 음악 전문가나 대중들이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혹시 책임감 같은 걸 느끼나? 아직 우리가 책임감을 논할 만큼의 수준에는 오르지 못했다고 본다. 그것보단 걱정이 많이 된다. 높은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그런 부담이 있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방송에서의 당신과 지금 당신은 좀 다른 인물 같다. 그게 다 콘셉트다. 긍적적이고 낙천적인 편이지만, 방송에서처럼‘자뻑’이고 그런 건 없다. 내 나름의 개그 코드다. 그걸 진짜로 받아들이면 난 이상한 사람 되는 거다. 정말로 휘황찬란한 사람이 번지르한 말을 하면 비호감이지만, 평범하게 생겨서 노래도 그냥 그런 사람이 잘난 척하면 웃길 거라는 생각이었다.

‘노래도 그냥 그런’ 이라고 했나 지금? 한 번도 내 노래에 만족해본 적이 없다. 외모 역시.

방송에서의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길 원하나? 급하고 날카로워 보이기보다, 멀리서 조용히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 조금은 관조적인 느낌. 실제 성격이 좀 그런 편이다. 더 많이 나가다 보면 내 안의 다른 모습이 보이겠지. 아직은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어떤 매체에서 당신이 맥스웰에 대해 “존경한다는 표현까지는 어울리지 않지만, 매우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무척 반가웠다. 존경 과잉의 시대 아닌가? 맥스웰과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동등하게 음악을 하는 뮤지션의 입장이지, 누가 높거나 낮은 위치에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색깔의 음악을 하고 그 음악이 좋은 것뿐이지, 존경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존경이라는 건 일정 수준 이상의 위치에 오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적절한 평가를 내리고 존경이든 뭐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몇 계단 올라가 보지도 않았는데, 누가 100층에 있는지 200층에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존경도 하나의 평가라는 말인가? 그렇다. 난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조용필 선배님 정도 되면 누군가를 존경한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말에 설득력도 생길테고.

얼마 전 당신의 솔로 싱글 ‘잘 지내’ 랑 ‘끝났어’ 가 나왔다. 당신은 이를 두고 담백하게 ‘팝발라드’ 라고 말했다. 알앤비니 소울이니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꾸밈없는 사람인가? 내 음악을 자꾸 장르화시키는 게 싫었다. 내가 거기 갇히는 것도 싫었고. 누구한테는 퓨전재즈가 록일 수도, 디스코가 댄스일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가장 무난하고 선입견을 없앨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팝발라드라고 말한 거다. 흑인음악 흑인음악 하는데, 왜 한국 사람이 흑인음악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정엽이라는 사람이 음악을 만들어놓고 보니 그 색이 묻어나는 것뿐이다. 평론가들이 ‘알앤비를 가장한 팝발라드’ 라는 식으로 혹평하면 그냥 웃고 만다. 난 만들면서 흑인음악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으니까. 팝발라드가 나쁜 건지도 모르겠고.

팝발라드든, 소울이든 당신의 음악은 어쩐지 구슬프고 오래된 느낌이 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그런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사랑하고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나 사랑이 최우선이었다. 연애를 많이 할수록 음악에 묘한 느낌이 생기는 것 같다. 후배들을 봐도 연애 안 해보고 노래 잘하는 친구보다는, 가창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연애 많이 해본 친구가 노래할 때 감정이 더 풍부하더라. 계속 연애하면서 사는 게 목표다.

결혼은 안 할 건가? 힘 닿는 데까지 연애할 거다. 물론 언젠가는 결혼도 하고, 아빠가 될테지만. 결혼한 선배들 이야기 들어보면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그때 되면 또 다른 음악을 하겠지. 지금보다 좀 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정엽의 사랑은 어떤 방식인가? 로맨틱하고 낭만적이고 이런 거 좋아한다. 영화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좀 있다. 손 한번 잡는 데도 뭔가 과정을 만들고, 감동을 주고 싶고 그렇다.

여자에 약한 남자 정엽인가? 하하. 여자한테는 늘 배려하는 게 제일 강한 거다. 에디터 / 유지성

    에디터
    장우철, 유지성
    포토그래퍼
    김형식
    스탭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메이크업 / 이가빈, 어시스턴트 / 김규현, 어시스턴트 / 홍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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