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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신제품. 1

2011.04.01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뱅앤올룹슨 베오사운드 8

뱅앤올룹슨은 논란의 대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가격이다. ‘성능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의견과 ‘혁신적인 디자인의 가치’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뱅앤올룹슨의 가격대 성능비에는 이견이 있지만,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가치는, 그에 비해 대체로 이견이 없다. 베오사운드8도 마찬가지다. 약한 중저음은 우퍼가 없는 태생적인 한계이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가격 면에서 유일한 라이벌로 보이는 바우어앤윌킨스의 제플린은 베오사운드 8의 3분의 2 가격이지만 뛰어난 저음을 만든다. 우퍼를 가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태생적인 장점이 있다면 아이패드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를 거치했을 때 조화롭다. 취향의 문제는 제쳐두고, 스피커의 크기와 아이패드 스크린의 크기가 맞물려 안정감 있는 풍경을 만든다. 하지만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하는 거라서, 아이폰을 거치했을 때 근육질의 남자가 모자를 쓴 것처럼 어색해 보이는 문제가 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뱅앤올룹슨의 명맥을 잇기엔 부족함이 없다. “어쨌든 예뻐야 돼”라는 신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제품 전면 조작부와 동일한 디자인의 리모컨과 6가지 색으로 구성된 스피커 커버를 따로 판매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손색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거의 ‘지상명제’에 준하는 듯하다. 하지만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가수고, 스피커는 소리가 좋아야 스피커다. 베오사운드 8의 선명한 고음은 아이폰 도크를 선택할 때, 소리에 대해 고려할 옵션 중 하나다. 그걸 감안하고 선택했다면, 베오사운드 8은 만족스러운 스피커로 남을 수 있다. 어쩌면 가격을 생각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뱅앤올룹슨의 ‘모던’에 동의하는 소비자라면, 인테리어 효과를 떠올리면서, 다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RATING ★★★☆☆
FOR 인테리어는 스피커부터.
AGAINST 스피커는 소리부터.

모토로라 아트릭스+랩독

우선, 이것은 노트북이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를 향한 모토로라의 21세기적 대답이 바로 아트릭스다, 라는 건 농담이다. 사실 아트릭스는 노트북처럼 생긴 제품 뒤쪽에 꽂힌 스마트폰의 이름이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그럼 노트북이 아니면 뭐냐”란 질문이 되돌아온다. 모토로라는 이걸 랩독이라고 부른다. 우선 주인공인 아트릭스부터 소개하면, 모토로라가 내놓은 최신이자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이다. 1GHz의 듀얼코어 CPU에다 램은 무려 1GB다. 상단에 있는 전원 버튼이 움푹 들어가 있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문인식 센서가 들어가 있다. 지문을 등록해놓으면 화면을 켤 때마다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4인치 화면 크기의 스마트폰은 익숙하다. 그러나 손가락을 슥슥 문지르기 시작하면 좀 다르다. 특유의 멈칫하는 느낌이 없다. 처음으로 이 정도면 아이폰 부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웹서핑도 시원시원하다.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스마트폰보다 빠르다. 쿼드런트 벤치마크 점수는 2천 점대 중반으로 역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가장 높다. 구글 넥서스원의 점수와는 2배나 차이가 난다. 이제 랩독의 차례다. 랩독 뒤쪽을 젖히고 아트릭스를 가로로 꽂으면 둘을 합체시킬 수 있다. 랩독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진 않는다. 아트릭스를 꽂으면 부팅이 되고 화면 왼쪽에는 아트릭스의 화면이 그대로 나온다. 터치패드를 사용해 랩독의 화면에서 아트릭스를 조작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화면을 이용해 웹서핑 등을 할 수도 있다. 즉, 랩독은 아트릭스를 노트북 수준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랩독 말고도 TV나 컴퓨터 화면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독이란 액세서리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액세서리는 별매, 가격은 미정이다. 해외에서는 아트릭스 구매자에 한해 랩독을 3백 달러에 판매한다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노트북 같은 성능의 아트릭스와 아트릭스 같은 성능의 노트북(스러운 물건)은 전혀 다르게 다가오지 않나?

RATING ★★★★☆ (아트릭스 본체에 한해)
FOR 안드로이드 OS로 생활을 재편하고 싶다.
AGAINST 아니, 그런데 액세서리를 따로 사야 한다고요? 그냥 주면 안 될까요?

    에디터
    정우영,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성원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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