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검은 소리 1

2011.06.15유지성

놀라운 변종과 예측불허의 혼합. 당대를 논할 만큼 새롭고 현대적인 동시에, 깊고 두꺼운 뿌리. 흑인음악 기류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진보적인 일곱 뮤지션과 극적으로 인터뷰했다.

토로 이 모아 Toro Y Moi

코가 반질한 구두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쿵짝쿵짝 스텝을 밟는다. 울렁거리는 베이스며 수증기처럼 습하고 뿌연 소리에 현기증이 나다가도,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이 싫지 않아 곧 만끽하게 된다. 전자악기 위주의 데뷔 앨범을 내놓더니 여보란 듯 두 번째 앨범에선 밴드를 동원했다. 너무 푸근해서 눈밭에 엎어져도 하나도 안 추울 것 같은 음악이다. 그는 무심한 듯 천진한 목소리에 뽀글뽀글한 머리, 선한 눈은 사춘기 소년을 닮았다.

당신의 음악은 독창적이고 고유하다.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주관적 경험이 있나? 훌륭한 음악엔 적당한 역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설이 반드시 유머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좋은 역설이 담겨 있다는 건, 게임에서 앞서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경험에 의존하기보단 스스로에게 도전하며 ‘좋은 역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당신의 음악에서 어떤 부족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뭘까? 내가 마이클 잭슨이나 비욘세처럼 노래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음, 내 음악에 잘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2011년 현재 가장 뛰어난 흑인음악 뮤지션은 누구일까? 당연히 카니예 웨스트. 그는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아무도 그와 같은 힘을 가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난 그를 정말 좋아한다. 곰 인형처럼 생겼으니까! 하하.

당신의 구어체적인 가사가 주목받을 때가 있다. ‘I found a job I do it fine/ Not what I want but still I try’ 같은 가사는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길 원하나? 사람들이 내 가사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전해 듣는 건 즐겁다. 특별히 원하는 방향은 없다. 그런데 저 구절은 너무 평범하고 단순하지 않나?

1년에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첫 앨범의 좋은 평가 이후 무척 빠른 행보였는데, 부담은 없었나? 제일 어려웠던 건 작업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내는 것이었다. 팬들의 반응이나 비평가들의 성토엔 별로 신경을 안 썼지만 시간 때문에 좀 고생했다.

캔자스에서 로마까지, 4~5월에 거의 매일 밴드와 함께 공연했다. 두 번째 앨범은 애초에 밴드와 함께 작업했지만, 전자음악 성향이 짙은 첫 번째 앨범의 곡들은 어떻게 연주하나? 밴드와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공연에서는 자주 연주하지 않는다. 그런 곡을 밴드와 함께 부르면, 제이지나 릴 웨인이 텔레비전 시상식에서 밴드를 대동하고 공연할 때처럼 어색한 소리가 난다. 밴드와 함께 활동하는 것과 혼자 지내는데 큰 차이는 없다. 어차피 투어가 없을 때도 만날 음악을 붙잡고 있으니까.

매 앨범마다 똑부러지는 전환점이 있다. 데뷔 앨범에선 거칠게 울렁이는 ‘You Hid’에서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Low Shoulder’로 넘어가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앨범에서도 ‘Got Blinded’를 기준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그러나 그런 식의 구성은 감상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분명 전체적인 앨범의 흐름을 고려하긴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을 넣는 것도 좋아한다. 하나의 앨범에 LP의 1면과 2면처럼 파트1과 파트 2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각각의 면은 독립적이다.

지난여름 와시드 아웃이나 네온 인디언 등과 함께 ‘칠웨이브 무브먼트’로 거론되었지만, 새 앨범 은 좀 달랐다. 스스로를 그들과 어떻게 구분하나? 두 번째 앨범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한 빨리 내고 싶었다. 지난 앨범과 비교하면 이 앨범은 꽤 많은 라이브 연주를 담고 있다. 그래서 좀 다르지 않나?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SAMANTHA BEARDSLEY, KALEIDO, MOSES MITC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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