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내 치즈를 옮겼을까

제대로 잡고 썰고 뜯고 찌르기 위한 연장들.

[DINNER TIME]

 ‘좌빵우물’만큼이나 기억하면 유용한 정보 하나. 커트러리는 접시를 중심으로 세팅된 것의 가장 바깥쪽부터 사용한다는 점. 접시를 기준으로 12시 방향에 가로로 누워 있는 도구는 디저트용이라는 점. 하지만 잘못 사용해도 문제는 없다. 커트러리를 여러 개 세팅할 정도의 레스토랑이라면 웨이터가 모자란 도구를 쥐도 새도 모르게 갖다 준다. 

01. 샐러드 포크와 나이프 주로 전채에 쓰는 커트러리. 테이블 세팅 시 가운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연장이다. 메인 코스의 커트러리에 비해 크기가 확실히 작아서 위치가 애매해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가볍게 썰 수 있는 식재료나 샐러드를 먹는 데 쓰기 때문에 칼도 베일듯이 예리하진 않다. 자라홈 포크 7천원, 나이프 9천원. 

02. 레몬 포크 끝이 바깥으로 벌어진 포크의 날이 무르고 성긴 레몬의 단면을 꽉 잡아 올린다. 식사 중간 손으로 레몬을 잡기가 애매하다면, 이 포크로 우아하게 집으면 된다. 날이 밖으로 벌어지지 않은 작은 포크는 디저트 용으로 두루 쓸 수 있다. 손잡이가 더 길면 오이스터 포크라고 부르고, 굴을 먹을 때 쓴다.

03. 버터 나이프 버터를 바를 때 사용하는 날이 작고 납작한 도구. 기능이 단순하고 크기도 앙증맞아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장식으로 꾸미는 경우가 많다. 나무로 만들거나 사진 속 버터나이프처럼 식탁 위에 수직으로 세울 수 있도록 손잡이에 받침이 있는 경우도 있다. 포르쥬 드 라기올 16만2천원.

04. 베이컨 포크 베이컨 포크는 길쭉한 베이컨을 안정적으로 집기 위한 도구다. 포크의 날이 다섯 개 정도인, 옆으로 길쭉한 모양이다. 이 포크로 베이컨의 한가운데를 집으면 체통없이 덜렁거리지 않는다. 날의 개수가 다섯 개를 훌쩍 넘으면서 길이도 짧은 요상한 모양의 포크도 있다. 이건 통 정어리 요리를 집을 때 쓰는 포크다.

05. 바비큐 전용 뒤집개 이 도구가 고급스럽게 세팅된 테이블 위에 직접 올라올 일은 없겠지만, 야외에서 여럿이 모이는 바베큐 파티가 있다면 이런 도구 하나가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도 있다. 왼쪽과 위쪽에 칼날이 있어 자르면서 뒤집는 일이 도구 하나로 가능하다. 강화목 손잡이가 손에 꽉 쥐는 맛까지 살린다. 레그노아트 8만원.

06. 바닷가재 픽 바닷가재 구석구석을 세밀하고 세련되게 파 먹을 수 있는 도구. 물론 포크로도 충분히 살을 발라 먹을 수 있지만, 간편한 게 능사는 아니다. 어차피 젓가락은 여기 있는 거의 모든 도구를 다 대체할 수 있지 않나? 바닷가재의 두꺼운 껍질을 깨뜨리는 도구는 바닷가재 크래커라고 부른다. 큐티폴 고아 1만8천2백원.

07. 육류 포크와 나이프 날이 예리해서 큰 힘 들이지 않고 고기를 썰 수 있는 메인 요리용 칼. 묵직하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좋다. 일류 레스토랑에 주로 납품하는 포르주 드 라기올의 이런 테이블 포크와 나이프라면 어떤 고깃덩이든 가장 우아한 자세와 손 모양으로 썰 수 있다. 마블 혼팁 세트 37만7천원.

08. 생선 포크와 나이프 생선 전용 나이프는 얼핏 버터 나이프 같다. 다만 생선 나이프가 훨씬 더 길고 납작하다. 재료를 써는 용이 아니라 생선 뼈에서 살을 부드럽게 바를 수 있도록 날이 무디고 넓다. 이 나이프가 식탁에 세팅돼 있다면 코스에 생선이 나오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자라홈 포크 7천원, 나이프 9천원.

 

[TEA TIME]

서양의 식탁엔 재료별로 세분화된 식기가 등장한다. 과거로 갈수록 식탁 위는 더 화려했다. 하지만 요즘은 미슐랭 별이 빛나는 이름 난 레스토랑에서도 모든 도구를 다 갖추고 있진 않다. 유럽의 빈티지 마켓을 뒤질 때나, 은식기를 제대로 갖춘 누군가의 집에 초대 받았을 때, 그도 아니라면 작은 것에도 아는 척을 하고 싶을 때, 이 정보는 빛난다.

01. 슈거 스푼 큰 각설탕은 슈거 통스라고 불리는 작은 집게로 집는다. 슈거 스푼은 더 작은 덩어리, 혹은 가루 설탕을 뜰 때 쓰는 도구다. 조개껍데기나 오므라진 꽃잎을 본 떠 만든 것이 많다. 비슷한 모양의 봉봉 스푼과 구별하자면, 슈거 스푼은 오목한 부분의 가로 넓이가 좁은 편이고 구멍이 없다.

02. 망고 포크 디저트 포크를 괴기스럽게 변형한 듯한 이것은 망고 포크다. 가운데 날이 삐죽하다. 손이 아닌 다른 도구는 죄다 미끄덩 빠져버리고 마는 요망한 망고를 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과거엔 식재료에 따라 세분화된 도구를 사용했지만, 요즘은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하면 그만이다. 이를테면, 이 포크는 묵을 먹을 때?

03. 젤리 스푼 파이 서버나 케이크 서버에 비하면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다. 날이 없어도 쉽게 벨 수 있고, 비교적 단단해서 흘러내리지 않는 디저트류를 먹을 때 사용한다. 오목한 부분이 거의 없이 납작하고, 일정한 모양없이 둥그스름하다.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지만 주로 젤리 스푼, 젤리 서버라고 부른다.

04. 케이크 포크와 케이크 서버 디저트와 관련된 은식기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케이크를 뜨는 서버와 포크는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도구 중 하나다. 케이크 포크는 사진 속처럼 왼쪽 날이 특별히 두꺼운 편이다. 포크를 옆으로 뉘여서 딱딱한 파이나 스콘 등을 부술 때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날을 더 넓게 만들었다.

05. 봉봉 스푼 은식기 중 가장 화려한 도구. 봉봉은 프랑스에서 사탕이나 작은 과자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식탁 위에 올라온 초콜릿 디저트나 딸기처럼 작은 과일을 먹을 때 쓰는 스푼이다. 주로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흐드러지게 화려한 문양이나 레이스 뜨개 천 같은 무늬로 꾸민 것이 많다.

06. 올리브 포크 길게 쭉 뻗은 이 포크는 주로 병에 든 작은 재료를 꺼낼 때 쓴다. 그래서 올리브 포크 혹은 피클 포크라고 부른다. 긴 목을 꽈배기처럼 꼬아서 장식하거나 세공한 것이 많고, 끝이 화살촉처럼 생긴 것도 있다. 하지만 정말 병에 든 재료를 꺼낼 게 아니라면 식사할 때는 긴 포크보다는 짧은 것이 훨씬 간편하다.

07. 크럼버 크럼 스크래퍼라고도 한다. 식사 중간, 웨이터가 식탁에 떨어진 부스러기들을 정리할 때 쓴다. 전통적인 은식기 크럼버는 쓰레받기처럼 생겼다. 그러다 1939년 미국 워싱턴의 한 카페 주인이 사진 속처럼 작고 가벼운 크럼버를 개발했다. 펜 뚜껑처럼 웨이터의 포켓에 꽂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스투카니 크럼버 8천원.

08. 치즈 나이프 유럽의 식탁에선 치즈가 나와야 비로소 식사가 마무리된다. 중식 칼처럼 생긴 것은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치즈를 한 번에 자를 때, 그 아래 작은 칼은 부드러운 치즈를 날렵하게 자를 때, 제일 왼쪽의 칼은 힘을 실어 딱딱한 치즈를 자를 때 쓴다. 레그노아트 라테 비보 치즈 세트 7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