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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가 만든 새로운 미닛 리피터

2015.04.02GQ

브레게는 1775년 창립 이래 완벽한 스타일과 기술력을 두루 갖춘 특별한 타임피스를 선보이며 명성을 쌓아왔다. 이번 바젤월드에서 브레게는 트래디션 컬렉션 10주년을 기념한 새로운 타임피스와 레인드 네이플의 뉴 버전을 선보였다. 특히 지금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 새로운 미닛리피터 워치 ‘브레게 트래디션 레피티션 미티트 투르비오 7087’은 이번 바젤월드에 등장한 하이 컴플이케이션 워치 중 단연 최고라 말할 수 있다.

 

브레게 트래디션 레피티션 미니트 뚜르비옹 7087

미니트리피터야말로 많은 시계 컴플리케이션 중에서 단연 가장 매혹적인 기능이 아닐까.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는지를 일련의 맑은 소리로 들려준다는 사실은 시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실로 어마어마한 기술적 노련함을 요한다. 시계의 정확성과 정밀함은 물론이고 워치메이커는 스트라이킹 메커니즘, 소리의 품질, 그리고 리피터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등의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브레게는 과거부터 소리를 내는 다양한 시계들을 선보여왔고, 그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진화시켜왔다.

올해 브레게는 트래디션 7087을 통해 색다르고도 이색적인 도전을 했다. 가령 워치메이킹이 일종의 직물이고 워치메이커가 그 직물을 짜는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들은 일일이 손으로 실을 하나하나 풀어냈고 혁신적인 최근 연구 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실들로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이 시계가 접근 방식, 그리고 결과에 있어 전혀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브레게 워치메이커들과 엔지니어는 기존에 사용하던 전통적 방식은 완전히 버리고 시계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을 시작했다. 우선 시뮬레이션을 통해 10만 가지의 소리들을 종합한 후 그것들을 음향심리학적 기준을 토대로 분류했다. 그리고 이 소리들을 듣고 평가 과정을 거쳐 두 개의 ‘적절한’ 음을 찾아냈다. 현대적인 방식의 조화와 조율을 통해 완벽한 소리를 찾아내려는 시도였다. 이처럼 소리를 먼저 선택한 후 이 소리를 기계적으로 어떻게 시계에서 구현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부품의 모양을 결정짓는 기술력, 장식을 위한 소재 등 시계와 관련한 모든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이런 유례 없는 접근 방식을 적용했다. 브랜드 특유의 스타일 역시 그 최상의 소리를 방해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매우 세심하게 고안했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미니트리피터의 필수 부품으로 발명한 공 스프링 역시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작업했다. 그리고 진동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베젤에 부착했다. 레인 드 네이플 소네리 오 파시지 8978(Reine de Naples Sonnerie au Passage 8978)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리를 발산하는 글래스가 여기서는 3개의 필러로 케이스밴드에 스크루 고정한 소리를 발산하는 베젤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베젤과 글래스가 더욱 자유롭게 진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 구조 덕분에 소리의 발산에 있어 훨씬 진보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낮은 주파수대의 소리에서 그랬다. 시계의 외부 부품은 보통 높은 주파수대의 소리를 발산하는 반면 베젤은 4000Hz이하의 훨씬 넓은 범위의 주파수대 소리를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해머의 움직임이 시계 무브먼트와 평행을 이루는 대부분의 미니트리피터와 달리 이 브레게 트래디션 7087은 베젤 쪽으로 무브먼트와 수직을 이루는 위치에서 치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기계적 진동이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음파로 변환된다. 해머에는 특허를 받은 또 다른 혁신적 기술력이 담겨 있다. 바로 세미 액티브 버퍼(semi-active buffer)가 그것이다. 미니트리피터는 보통 진동하는 공이 다시 한번 맞는 것을 방지해주는 버퍼 스프링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버퍼 스프링은 해머가 공을 치기 직전에 작동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해머의 힘이 부분적으로 감소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하여 브레게 워치메이커는 진동에 의해 두 번 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해머의 에너지도 극대화 해주는 일명 세미 액티브 버퍼라 불리는 장치를 고안해냈다.

클래식 라 뮤지컬 7800(Classique La Musicale 7800) 모델과 마찬가지로 멤브레인은 케이스 뒷쪽에 위치하고 있다. 베젤에 부착된 이 막은 케이스백과 멤브레인 사이의 공기를 진동시킨다. 따라서 미니트리피터의 소리는 더욱 커지고 메커니즘에서 나오는 소음은 걸러진다. 브레게의 소리와 음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반영해 사파이어 크리스털에 부착한 골드 소재 멤브레인을 채택했고, 덕분에 7800의 메탈릭 글래스 멤브레인과 달리 여기에서는 무브먼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재 또한 브레게의 진동 음향학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선택했다. 화이트 골드 혹은 로즈 골드 케이스로 만날 수 있고, 공 역시 같은 소재로 제작했다. 무브먼트의 베이스플레이트와 브리지는 티타늄 소재를 채택했다. 골드 소재는 메커니즘에서 나오는 소음이 외부로 전달되는 것을 걸러주면서 소음이 커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소리를 전달하고 확대하는 역할을 하는 티타늄은 공의 소리를 맑고 아름답게 재생산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로써 브레게는 티타늄을 음향적인 목적으로 무브먼트에 사용한 최초의 브랜드가 되었다. 사실 티타늄은 작업하기 매우 까다로운 소재이기 때문에 이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혁신적 특징과 더불어 트래디션 레피티션 미니트 뚜르비옹 모델 역시 클래식 라 뮤지컬 시계와 동일하게 자성 거버너(magnetic governor)를 채택하고 있다. 전통적인 거버너와 달리 이 특허를 받은 시스템은 자석 아래로 지나가면서 자성의 의해 속력이 줄어드는 실버 추로 이뤄져 있다. 조정 스프링 덕분에 자석이 자성을 띈 부분과 더욱 가까이 혹은 더욱 멀게 움직이는 것 또한 가능하다. 따라서 소음이 줄어드는 동시에 마모 역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공을 치는 스트라이크는 그것이 몇 번이든 상관없이 일관된 리듬 속에서 균등한 속도를 유지한다. 클래식 라 뮤지컬 모델에서 사용한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사용한 자성 거버너는 미니트리피터 메커니즘에 사용하기 위해 더욱 많은 계산과 연구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 이 장치는 다이얼 쪽에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래스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이 같은 놀라운 기술적 성과를 담아낸 트래디션 7087은 브레게의 오랜 역사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뚜르비옹을 장착한 것만 보아도 짐작 가능하지 않은가? 시계의 레귤레이터 부분을 중력으로부터 보호해주며 오차를 상쇄시키는 이 장치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1801년 발명했고, 이 후 시계 업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하지만 트래디션 7087의 진짜 매력은 바로 과거의 포켓 리피터에서 볼 수 있는,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베이어닛(bayonet) 푸셔다. 푸셔를 돌려서 푼 후에는 꼭 다시 한번 돌려서 잠궈야 한다. 그 후 간단히 누르는 동작만으로 리피터 메커니즘을 작동시킬 수 있다. 프랑스의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제작한 그 유명한 N°160 시계 같은 과거 포켓 워치가 그렇듯 최종적으로 스트라이크가 체인을 통해 배럴에서 미니트리피터로 전달된다. 소리의 품질을 진일보시킨 많은 혁신적 발명품과는 별도로 이 시계는 이미 증명된 바 있는 또 다른 뛰어난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바로 시계 측면에서 움직이는 페리퍼럴 로터(peripheral rotor)가 그것이다. 이 시스템은 애초에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고안되었지만, 여기에서는 무브먼트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며 트래디션 컬렉션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또한 5277과 5377 모델에서 선보인 고에너지(high-energy) 배럴도 탑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점차 많은 브레게 시계로 확대되고 있는 실리콘 소재의 브레게 스프링도 이 시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즉 요약해보자면 트래디션 레피티션 미니트 뚜르비옹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연구 결과를 통해 탄생했으며, 브레게의 모든 최신 기술력들을 한데 집약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미래지향적이고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브레게는 극도의 맑은 소리와 독특한 음색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스타일에 있어서는 매우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다른 트래디션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다이얼 위에 모습을 드러낸 무브먼트 부품들은 감탄과 탄성을 동시에 자아낸다. 브레게가 사랑하는 많은 장식적 기법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시침과 분침은 전형적인 블루 스틸 소재의 브레게 핸즈 스타일로 선보이며, 다이얼은 장인이 직접 손을 이용해 엔진 터닝 기법으로 완성했다. 케이스밴드에는 섬세하게 홈을 낸 플루팅 디테일로 장식했고, 웰디드 러그를 장착했다.

    에디터
    이은경(GQ Watch onlin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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