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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기이한 도전, 사이버 트럭

2024.03.08신기호

테슬라 사이버 트럭은 최고의 혁신인가, 최악의 시도인가. 어쨌든 이 기이한 트럭은 상식적인 존재는 아니다.

글 / 김태영(자동차 전문 기자)

등장부터 충격이었다. 미래적 디자인을 가진 무게 3톤짜리 트럭.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순수 전기 자동차이면서도 스포츠카와 같은 가속 성능, 나아가 로켓 소재로 만든 외골격 등 전에 없던 플랫폼이 시선을 끌었다. 대부분이 창의적인 시도로 가득했지만, 그만큼 우려도 컸다. 지난 1백 년간 자동차 업계가 발전시켜 온 기술력과 안전 장비 같은 노하우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테슬라의 이런 과감한 행보는 천재적인 발상인 동시에 바보 같은 도전으로 보였다. 어떤 쪽이든 사이버 트럭은 상식적인 생각이나 행동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 3년에 걸친 테슬라의 행보로 미뤄볼 때 사이버 트럭은 첫 공개 시점부터 제품을 생산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4년간 약 1백50만 명(출처 야후파이낸스) 이상이 이 차를 선주문했다는 점이다. 사이버 트럭은 구조상 대량 생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테슬라도 연간 생산량을 25만~30만 대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예측했다. 쉽게 말해 앞으로 4~6년간 생산할 사이버 트럭은 이미 주문이 완료됐다는 뜻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테슬라는 얼마 전부터 사이버 트럭의 사전 예약을 중지했다. 그렇게 지난 4년간 사이버 트럭은 프로토타입에서 설계를 여러 차례 변경하며 2024년 1월, 최종 양산 버전을 공개했다. 더불어 “1년간 타인에게 재판매 금지”라는 조항을 붙여 북미에서 극소수 고객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사이버 트럭이 포함된 카테고리,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 차종이다. 픽업은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 깊숙이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트럭의 이런 인기와 폭발적인 관심 뒤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일론 머스크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와 민간 우주 항공 장비 제조 및 우주 수송 회사인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다. 그가 전기차와 우수 항공 산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단순하다. 요약하면 지구의 대기 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보급화해서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연장하는 것이다.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인간은 다른 행성은 고사하고 달에도 다시 가지 못한다. 로켓을 만들고 발사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과 위험 요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1980년대 이후 우주 왕복선도 퇴역하면서 지금은 인간이 지구 저궤도에 가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이것이 지금의 로켓 산업의 경향입니다. 남은 것이 없죠. 미래가 된다고 기술이 스스로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방치된 기술은 오히려 뒤처질 뿐이에요. 그래서 정부가 하지 못한다면 누군가(사기업)가 나서서 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막대한 자금을 스페이스X에 투자하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후 스페이스X는 우주에서 발사체가 분리된 후 지구로 되돌아오는 회수형 로켓 기술을 개발해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인 비용으로 우주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꿈꾸던 우주 항공 사업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르면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사이버 트럭이다.

초기 사이버 트럭 디자인은 영화 <007> 시리즈에서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로터스 에스프리나, 나이트호크 스텔스 폭격기, 람보르기니 쿤타치 같은 존재감 있는 디자인을 참고했다. 그 결과 미래적으로 멋진 스타일링을 가진 픽업트럭을 구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기존 트럭들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원했다. 그것은 총알에 방탄 능력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외피를 만드는 것이었다. ‘초고경도 냉간압연 30X(HFS)’라 불리는 소재는 뛰어난 내구성이 특징이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재사용 로켓인 스타십의 소재이기도 하며, 사이버 트럭을 통해서 스타십의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일부 포함된다.

로켓의 내구성 기준에 부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실제로 9밀리미터 기관 단총 총알이 뚫지 못할 만큼 표면 강도가 강력하다. 하지만 그만큼 가공성이 좋지 못해서 복잡한 형태의 설계는 구현할 수 없다. 사이버 트럭이 종이를 접어 만든 것처럼 단순하고 각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시에 이 차는 단단한 외부 패널을 갖추면서 일반적인 자동차의 내골격 구조를 과감히 삭제했다. 그러니까 차 안쪽에 뼈대가 있고 겉에 패널을 붙여서 만든 일반 자동차와 달리, 내부 뼈대에 차 문이 그대로 붙어 있는 구조다. 외골격 조립에서 얻는 이점은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면서 원가를 절감한다는 것이다. 반면 많은 자동차 회사가 이런 구조를 선택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많은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먼저 당연히 유지 보수가 어렵다. 외골격은 접촉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의 외부 패널을 교체할 수 없어 부분 수리가 불가능하다. 총알도 막아내는 단단한 외부 패널은 일반적인 망치나 수리 공구로는 손도 댈 수 없다. 다른 문제는 충돌 안전성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의 발전은 외부 충돌 시나리오에 따라 승객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자동차 보닛의 높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도 보행자와 정면 충돌 시 머리와 보닛 사이의 거리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의 경우 시내에서는 시속 50킬로미터,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는 시속 30킬로미터로 주행 속도를 제한할 정도로 자동차의 사고와 안전 규제가 까다롭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사이버 트럭의 존재는 길거리에서 대단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길이가 6미터에 가까운 육중한 트럭이 탱크처럼 단단한 외부 패널로 무장한 것도 모자라 차 정면과 측면이 연결되는 모서리 부분은 화살촉처럼 생겼다? 여기에 3개의 모터를 달아 시스템 출력 8백 마력 이상을 발휘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지 단 3초 만에 가속한다? 종합적인 관점으로 볼 때 사실 사이버 트럭은 3톤짜리 로켓, 아니 바퀴 달린 포탄에 가깝다. 실제로 지난 1월 말 사이버 트럭의 첫 충돌 사고가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도 안정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사이버 트럭이 토요타 코롤라와 충돌했는데, 코롤라는 도로 밖으로 튕겨나가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된 반면, 사이버 트럭은 앞뒤 바퀴 주변 팬더와 후방 패널이 손상되는 등 상대적으로 파손이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이버 트럭의 승객은 안전했을까? 이후 정확한 보도는 없지만,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적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실제 충돌 사고 후 차에 탄 승객도 내상을 입거나 후유증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사이버 트럭은 과거의 실수를 바탕으로 인류가 개선해온 많은 노하우에 정면으로 맞서는 새로운 ‘머신’이다. 물론 디자인적 우려와는 달리 기술적으로는 이전에 없던 미래적 모습도 있다. 바퀴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완전히 전동화된 스티어링 휠. 코너를 돌 때 네 바퀴 모두가 조향에 참여하기도 하는 구조, 픽업트럭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적재 공간은 충분하고, 컨버터블처럼 뚜껑이 전동 슬라이드 방식으로 열리는 편리함까지 갖췄다. 여기에 엔진이 삭제된 보닛 아래엔 커다란 수납공간도 마련된다. 사이버 트럭의 이런 발상의 전환은 안전 규제와 친환경 정책으로 제한적인 21세기의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자유를 선사하는 동시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폭력적인, 어찌됐든 기이한 트럭임이 분명하다.

어찌되었든 이 차는 유럽 자동차 안전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쳤다’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개발자들의 아이디어와 경영진의 과감한 추진력은 자동차 역사에 분명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순간에도 애플 비전 프로(혼합 현실 장비)를 쓰고 사이버 트럭을 운전하는 SNS 영상이 미국 내에서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보인다. 또 사이버 트럭의 문틈에 당근을 끼워놓고서 문을 닫으면 예리하게 절단되는 오싹한 영상도 보인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을 둘러싼 지금의 모든 이슈가 분명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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