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난리나

한때는 “잘못 씹으면 이빨 다 나간다”며 으르렁대더니, 어느새 “이 정도면 훌륭해”라고 멋을 낸다. 이제 지코는 굳히기에 들어가나?

재킷은 베르수스, 셔츠는 재희신, 보타이는 던힐, 반지는 매닉.
라이더 재킷은 디아프 바인, 팬츠는 생로랑, 반지는 락킹에이지와 저스틴데이비스, 팔지는 락킹에이지와 렘.

바비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일단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블락비 지코 형이에요.” 고맙죠. 저를 인정하고, 자기보다 위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잖아요. 그런 말들이 동기부여가 돼요. 바비가 그런 점이 멋있어요. 사람을 인정할 줄 아는 거죠. 보통 스스로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뮤지션들은 그런 말 잘 안 해요. 그러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아무렇지 않은 듯, 원래 여기가 제 자리였다는 듯이 말하죠.

그렇다면 지코는 바비보다 뛰어난 래퍼인가요? 아직 순수하게 랩만 따지면 제가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바비가 갖고 있는 재능이 있고 저한텐 저만의 것이 있긴 하지만요. 바비한테 항상 얘기해요. 산 넘어 산이라고.

지코 위에 또 다른 산이 있다는 건가요? 그게 또 저죠. 저는 저를 넘을 거니까. “네가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있을 거야.”

자극을 받는 방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거예요. 자신보다 뛰어난 누군가를 잡기 위해 힘을 내거나, 누가 쫓아온다는 사실에 동력을 얻거나. 저는 보통 위를 보는 편이에요. 아래를 보고 따라잡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따라잡힌 거라고 생각해요. 탈 아이돌 래퍼 같은 수식어가 저는 솔직히 좀…. 저는 여기서 짱 먹으려고 온 게 아니거든요. 만화나 영화 <크로우즈 제로> 같은 걸 봐도 스즈란 고교 전체에서 짱이 돼야지 어떤 학급 짱 이런 건 의미가 없잖아요. 내가 최고가 될 거야, 이런 맘보단 그저 잘하고 싶은 맘이 더 커요.

실력이 늘었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나요? 직접 느끼는 순간은 드문 것 같아요. 그보다는 남들한테 가식 없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알게 되는 쪽이에요. 그냥 “야, 너 잘하더라”는 별로 와 닿지 않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전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된 것 같다, 같은 말요.

최근에 받은 가장 인상적은 피드백은 뭐예요? 타블로 형이 ‘Well Done’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을 문자로 써서 보내주셨어요. 거기가 멋있다고. “열정도 지나치면 해가 된다는 말”이라는 가사.

프로듀서로 출연한 <언프리티 랩스타>에서도 아이돌이란 편견과 싸우고 있다거나, 그걸 굳이 이겨내려 한다는 인상은 아니었어요. 그보단 이미 증명했고, 그래서 여기 나왔다는 당당함이 엿보였죠. 겨우 스물네 살밖에 안 됐지만, 솔직히 온갖 경험을 다 해봤어요. 커리어도 그렇고 인생가도에 있어서도 그렇고. 그래서 좀 초연해진 것 같아요. 힙합으로 인정받겠어, 같은 맘은 이제 없어요.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이 힙합이나 랩 얘기를 하면 저를 포함시키는 걸 느끼기도 해요. 나를 하나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구나…. 이제 좀 실감이 나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죠. 굳이 따로 어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미 자연스럽게 하고 있으니까. 오늘 인터뷰 끝나고도 일리네어 레코즈 형들이랑 워커힐 호텔에서 공연해요. 이게 제 삶이잖아요. 아이돌 멤버들이 가끔 힙합곡 내면 이렇게 말해요. “나 아이돌인데 어쩌라고. 그렇지만 뭐뭐뭐.” 괜히 욕 쓰고. 자기가 진짜 힙합이라면, 그렇게 얘기 안 해도 인정받겠죠.

정식으로 발매한 첫 솔로곡 ‘Tough Cookie’ 이후 자신감이 붙은 건가요? 아, ‘Tough Cookie’가 기점은 아니었어요. 사실 원래는 발매할 생각이 없던 곡이에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랩 음악은 일기처럼 자기가 겪은 걸 곡으로 기록해서 발표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을 나중엔 얘기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Touch Cookie’를 내게 된 거예요. 내고 나서 한 5개월 됐나? 지금은 그런 가사 못 쓸 것 같아요. “난 음중(음악중심) MC이기 전에 그냥 엠씨지” 같은 말.

이어서 3개월 뒤쯤 두 번째 싱글 ‘Well Done’이 나왔어요. 그동안 믹스테이프에 수록된 곡이나 ‘Tough Cookie’의 가사에 꽤 날이 서 있었지만, ‘Well Done’에선 이렇게 말하죠. “눈 부릅떠 다 극복했어, 이 정도면 훌륭해.” 완전히 만족하는 건 아니라도, 지금까진 잘해온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피처링한 자메즈 형 가사에도 “앞으로도 계속 앞으로 갈 거지만”이란 구절이 있듯이, 더 나아갈 거지만 일단는 수고했다는 맥락이죠.

자메즈는 < Show Me The Money 3 > 에서 아이돌 래퍼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낸 출연자였어요. 그런데 지코의 노래에 참여했죠. “형, 같이 해요”라고 제안하자마자 승낙한 걸 보면 절 인정하는 거겠죠. 자메즈가 방송에서 바비랑 붙었었잖아요. 그때 자메즈 형 랩 듣고 깜짝 놀랐거든요. 너무 잘해서. 떨어져서 되게 아쉬웠어요. 그분의 랩을 더 듣고 싶었는데. 그래서 혼자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찾아 듣고 그랬어요. 

솔로 활동을 병행하는 아이돌 멤버는 대개 둘 중 한 쪽으로 말하곤 해요. “그룹 활동은 그룹 활동이고, 솔로곡 할 땐 제 것을 하는 거죠.” 혹은 “그룹 안에서 제 지분을 서서히 넓혀갈 거예요.” 전 아예 다른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블락비 음악에 제 얘길 하진 않잖아요. 전 블락비가 힙합이라고 생각 안 해요. 많은 분이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거죠. ‘Her’는 록 블루스고 ‘난리나’는 댄스곡이고. 힙합이 없어요. 사실.

소속사 홈페이지에도 ‘힙합 아이돌’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힙합이 베이스로 있긴 하죠. 그렇지만 우리가 힙합이라고 PR하고 싶진 않아요. 솔로 지코는 말 그대로 지코에요. 내가 갖고 있는 러프한 이야기를 랩이란 악기를 통해 얘기하는 사람. 블락비에서 제 역할은 어떤 매개체? 멤버 7명이 최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일이죠. 온전한 제 얘기 말고 다른 주제를 랩으로만 풀어냈다면 사람들이 결코 공감하지 못했을 거예요.

‘Tough Cookie’에 “메이저 가수들 깔 거면 어디 나부터 건드려봐”라고 썼어요. 함께 활동하는 다른 뮤지션들에 대한 동료의식 같은 건가요? 모두 각자의 위치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인디에서 음악 하는 분들 중 일부는 꼭  < Show Me The Money >나 <언프리티 랩스타>를 비하하면서 자기들 게 진짜라고 말해요. 아니, 자기들 음악이 진짜라면 그냥 그걸 계속 지키면서 증명하면 되는 거잖아요. 자기랑 다르면 이단이라 생각하고, 메이저 가면 변한다고 말하는 건 좀…. 그렇게 무조건 타도할 거면 나부터 건드려보라는 가사예요.

꼭 국내 음악 신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죠. 해외 래퍼들 사이에서 이기 아잘레아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래퍼의 태도에 관해서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봐요. 자기는 힙합이란 문화를 이런 태도로 대하는데, 쟤는 저런 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 분노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저 자기 PR하려고 건드리는 건 아니라고 봐요.

< ZICO on the BLOCK >시리즈를 비롯한 믹스테이프를 데뷔 전부터 계속 발표했어요. 태도든 실력이든 “날 제대로 보라”는 선언처럼 보였죠. 맞아요. 열여섯 살 때 낸 믹스테이프는 절 광고하려고 했던 거죠. 너 나 알아? 들어봐. 나 쩔어. 버벌진트가 인정한 애야. 확성기 들고 외쳤던 거예요. 그리고 데뷔 이후엔 안 좋은 일이 좀 많았어요. 그 당시의 생각을 고스란히 적어서 다른 믹스테이프로 낸 거죠. 여과 없이. 

아무래도 래퍼는 좀 굴곡이 있을 때 더 좋은 가사가 나오죠? 맞아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외로운 일이든 모든 게 다 재료가 돼요. 제 감성과 상황이 맞아떨어졌을 때. 무난하게 살 때가 제일 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코는 지금 약간 위험한 것 아닌가요? 꽤 안정 궤도에 오른 것 같은데. 아, 저는 그럼 그걸 재료로 쓰죠. ‘Well Done’ 같은 가사. 도끼나 더 콰이엇 형들도 자기가 이뤄낸 얘기를 하잖아요.

제이통이 이끄는 벅와일즈 크루에 합류한 뒤로 확실히 신에서 지코를 보는 시선이 꽤 달라졌어요. 솔직히 멤버들끼리 음악적 교류는 거의 안 하거든요. 망나니 집단이에요. 음담패설에, 뒷담화에. 하하. 그런데 우리가 다 뭉쳤을 때 나오는 오묘한 힘이 있거든요. 그게 저한테 큰 힘이 돼요.

한편으로 온도차를 느끼기도 해요. 뮤지션들에겐 인정받고 있지만, 이른바 ‘힙합 리스너’들이 주목하는 래퍼란 인상은 덜해요. 리뷰나 평론도 드물죠. 일단은 제 독자적인 결과물이 얼마 없다 보니 피드백 기회 자체가 적은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왜 나한텐 피드백을 안 해주지? 가끔 아이돌 랩 나올 때만 지코 괜찮지, 이런 얘기 하고. 뜨뜨미지근 한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씹을 거리라도 부지런히 던져야 되는데, 그런 소스를 안 내놨던 것 같아요.

로브는 김서룡옴므, 패츠는 바이더알, 반지는 렘과 매닉.

왜 믹스테이프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나요? 들을 사람은 알아서 들어요. 그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는 거지 꼭 들어주세요, 하면서 요란스럽게 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요즘은 믹스테이프 자체가 많이 변질됐잖아요. PR의 수단이 됐죠. 전 믹스테이프는 고유한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비즈니스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아요. 이 문화를 대할 땐 이 문화의 방식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상하게 짬뽕시키지 말고.

음… ‘Tough Cookie’가 발매됐을 때, 한 힙합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은 이랬어요. “눈 화장하는 게 무슨 힙합이야.” 하하. 맞아요. 기분 안 나빠요. 그래서 저 힙합 공연할 땐 무조건 눈 화장 지워요.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힙합이라고 말하는 애가 눈 화장하고 랩하고 있으면. 그래서 아이덴티티를 다르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블락비 활동할 때는 제가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콘셉트가 있잖아요.

다음 솔로곡에선 화장 안 한 지코를 볼 수 있나요? ‘Tough Cookie’ 뮤직비디오에서도 전부 화장하고 나온 건 아니에요. 일부분에서만 했는데, 더 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랩을 듣고 싶은데 거북하다면 아, 오케이, 내가 자제할게. 그래도 완전히 노 메이크업은 좀 그렇죠. 카메라가 있으니까. 어쨌든 과도한 눈 화장은 안 할 거예요. 저도 예전에 제가 한 걸 보면 좀 싫을 때가 있더라고요. 노력하겠습니다.

래퍼들은 어떤 옷을 입느냐로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기도 해요. 랩에 대한 굉장한 열의와 별개로, 스타일을 과시하려는 맘은 썩 없어 보여요.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 랩할 땐 좀 더 그런 것 같아요. 저 가사에서 옷 자랑 안 하잖아요. 저랑 같이 어울리는 형들은 건물을 사고, 차 바꾸는 얘기를 하는데 내가 굳이 티셔츠 얘기를 해야 되나? 싶은 거죠. 그리고 솔직히 옷 되게 좋아하지만 나 패셔니스타예요, 하면서 광고하고 싶진 않아요.

그렇다면 뭘 사고 싶어요? 아, 최근에 차도 바꾸고 옷도 많이 사는 편이에요. 과시를 안 할 뿐이지.

아직 건물 올릴 정도는 아닌가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빚 청산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아이돌 그룹에서 래퍼가 음악적 주도권을 쥐게 된 건 썩 오래된 일이 아니죠. 지코, 바비와 B.I, 용준형, 랩몬스터…. 더 이상 래퍼는 그저 노래 못하는 멤버가 아니에요. 거기서 힙합이란 장르를 편견 없이 들으면서 자란 새로운 세대가 보인다고 말한다면, 너무 거창한가요? 힙합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잘 태어난 것 같아요. 일단 2013년 컨트롤 대란 때 신에 몸담고 있던 래퍼였다는 사실이 저한테 의미가 커요. 한국 힙합의 중요한 분기점이었잖아요. 제가 1996년에 완전히 아기였다는 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때 힙합이 진짜 장난 아니었잖아요.

이런 것 한번 해볼까요? 탑 5 래퍼. 버벌진트, 타블로, 개코, 이센스, 아… 빈지노.

저는 이센스, 빈지노, 도끼, 스윙스…. 한 자리는 일단 비워둘게요. 딱 제 리스트는 랩만 따졌을 때의 얘기예요. 그 사람의 음악이 힙합 문화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가, 무대는 어떤가 이런 것 빼고요. 정말 랩을 해부해보면 이 다섯 명인 것 같아요. 애티튜드 같은 거 얘기하면 도끼 형이 1위죠. 얼마나 멋있어요.

그중엔 누가 1등인가요? 가사 1등, 플로우 1등 이런 건 다 정할 수 있어요. 전제적으로는 너무 어려워요.

“내 경쟁 상대는 딴 데 있어. 방송국엔 Nothing.”이라고 가사에 쓴 적이 있어요. 그렇다면 적어도 TV에 나오는 래퍼 중엔 지코가 1등인가요? 아니요. 그런 얘기라기보다, 항상 아이돌 래퍼 얘기가 나오면 제가 비교 대상이 돼요. 그러니까 그만 비교하라는 얘기예요. 난 딴 데 가서 놀아야 하는데, 왜 거기에 가두느냐고.

지코의 랩은 안정적이에요. 모든 항목이 수준급이죠. 하지만 뭔가 한 부분이 특출나다는 느낌은 덜한 듯해요. 이를테면 바비 같은 경우엔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스윙스에겐 ‘펀치 라인’이라는 한 방이 있듯이. 일단 저는 리듬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한 부분도 안 놓치려고 하는 것도 제 장점인 것 같아요. 가사 쓸 때도 한 줄도 그냥 안 넘기거든요. 계속 분석해요. 처음부터 끝까지의 맥락이든 라임이든 뭐든.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제 발목을 잡는 것 같기도 해요. 강박적으로 쓰니까.

틀리는 것도 미덕이 있을 수 있죠. 후루룩 나오는 느낌도 있어야 되는데, 성격상 그게 안 돼요. 난제예요 난제. 곡을 많이 만들면서 요령이나 노하우가 생긴 뒤론 더 모험을 걸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무지할 때가 제일 창조적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래도 작곡이나 편곡은 어떻게든 되는데, 가사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여기서 한발 더 가야 하는데, 그 한발이 뭘까, 생각을 많이 하죠.

작곡은 보통 공동 작업으로 많이 했어요. 지코의 몫은 어디까지인가요? 전반적인 편곡에 참여하고 당연히 비트도 찍어요. 멜로디만 쓰고 그런 거 아니에요. 대신 이론적인 것들은 도움을 받죠. 예를 들면 코드 보이싱. 그런 부분을 공동 작업하는 팝타임 형이 굉장히 잘해요. 작곡 크레딧 혼자 먹겠다고 제가 완벽하지 않은 부분까지 다 하려고 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보통 멜로디만 쓰는 게 무슨 작곡이냐고 하잖아요. 그것도 작곡 맞아요. 톱 라인을 잘 쓰는 게 진짜 곡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요. 비트? 일주일만 배우면 누구나 찍어요. 보통 기계 다루는 걸 굉장히 대단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다 할 수 있어요. 큐베이스 요즘 버전엔 코드 정해주는 가이드도 있는데요 뭐. 그런 것보다 감성에서 나오는 부분이 어려워요.

끝내주는 남의 비트에 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래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아직 그런 생각이 든 적은 없어요. 아무래도 직접 제가 작곡이랑 편곡을 하다 보니까, 누구한테 뭘 요청하는 게 번거로운 일이란 걸 알게 됐어요. 계속 수정 요청하고 그런 건 곡 쓰는 사람한테도 좀 실례고. 그럴 바엔 그냥 제가 만들어서 하는 게 더 편한 것 같더라고요. 물론 엄청난 비트가 있으면 거기에 랩을 하고 싶겠죠. 제가 쓰고 싶다고 얘기할 거예요. 저는 그런 곤조 없어요. 꼭 제가 만든 비트에 랩을 해야 한다는 식의.

피처링 제안은 많이 안 들어오나요? 박보람의 ‘예뻐졌다’, 효린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정도를 제외하면 참여곡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요. 엄청 많이 왔죠.

왜 안 했어요? 듀엣곡이야말로 요즘 성공의 급행열차인데. 굳이 제가 그걸 배고파할 시기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제 것을 만들어서 할 시기죠. 1월에만 피처링 제안 30건이 왔어요. 그중엔 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좀 자중하려고요.

보컬과 랩 듀엣 말고 랩과 랩 듀엣은 어때요? 해볼 만한 시기인 것 같은데. 맞아요. 그런데 정말 너무 바빠요. 심하게. 쉴 틈이 없어요. 저도 어쨌든 아이돌이잖아요. 스케줄이 계속 있어요. 해외 가고, 인터뷰에, <음악중심> MC 등등. 활동기간이 아닐 때도 절대 쉬는 날이 없어요. 스케줄 다 끝내고 새벽에 곡 작업하는 거예요. 그래서 ‘Tough Cookie’에 이렇게 썼잖아요. “내 아이돌 데뷔는 네 입장에선 어드밴티지.” 시간적 여유마저 있었다면 진짜 내가 씹어 삼킨다, 이런 의미가 있죠.

그런데 정작 솔로 음반에 대한 예고는 하지 않고 있어요. 블락비의 자리가 안 잡히다 보니까 계속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작년 <4가지쇼>에서 얘기했거든요. 이젠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 중이에요. 아직 확실히 내겠다는 맘을 먹은 건 아닌데, 작업은 계속하고 있어요.

블락비의 곡을 꾸준히 프로듀싱하고, 솔로곡도 성공적으로 발표했어요. 다음 목표는 뭔가요? 뭔가 선택해야 할 시기처럼 보이기도 해요. 어느 정도 이미지는 굳혔다고 생각하지만, 1백 퍼센트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아예 지코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게 올해의 목표예요. 흥행을 떠나서 지코라는 브랜드 네임을 각인시키는 게. 음반을 낼 수도 있고, 매체를 통해서일 수도 있고.

비장의 무기가 있나요? 굉장히 많아요. 제 목표는 랩스타가 아니에요. 랩도 랩이지만 프로듀싱에 정말 욕심이 많거든요. 얼마나 한계가 없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제 영역을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는지, 그게 얼마나 넓은지.

재킷과 팬츠와 구두는 모두 생로랑, 셔츠는 씨와이초이, 반지는 렘과 매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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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레코드와 농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