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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의 헤어드라이어?

2016.06.12정우영

다이슨의 혁신이 이번엔 헤어드라이어를 향한다. 늘 그래왔듯이, 전부 다 바꿨다.

언젠가 헤어 디자이너가 머리를 자르면서 말했다. “머리카락이 힘이 없고 건조하네요. 평소에 뜨거운 바람 말고 찬바람으로 말리세요.” 현대적인 전기 헤어드라이어가 확립된 1960년대 이래, 헤어드라이어 분야에서 일어난 혁신은 찬바람뿐이었다. 음이온도 있다고 덧붙이고 싶겠지만, 말할수록 궁색해지는 게 있다. 지난 4월, 다이슨에서 전기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다이슨이 해온 것과 같은, 해당 분야의 기술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모발 손상을 감수하고 극심한 열을 쏘이는 것이 최선일까?”, “헤어드라이어가 크고 무거운 이유는 뭘까?”, “소음도가 꽤 심각한 것 아닌가?”

모터부터 손봤다. 다이슨 디지털 모터 V9은 다른 헤어드라이어 모터보다 최고 8배 빠르고 무게는 절반밖에 안 된다. 헤어드라이어의 크기와 무게는 일반적으로 모터에서 비롯된다. 손잡이에 들어갈 만큼 줄인 다이슨 디지털 모터 V9으로 헤어드라이어의 무게중심까지 잡았다. 마치 날개 없는 선풍기처럼, 물리적 위협이 없는 링 형태의 디자인, 유입 공기를 증폭시켜 고압, 고속의 제트 기류를 형성하는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모터 덕분이다.

 

1 스무딩 노즐

2 스무딩 노즐

3 디퓨저 노즐

 

3단계 온도 조절과 3단계 풍량 조절, ‘찬바람’에 해당하는 쿨 샷을 지원한다. 바람을 넓고 부드럽게 분사해 모발을 매끄럽고 차분하게 건조시키는,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스무딩 노즐, 컬에 바람을 고르게 분사해 곱슬기를 줄이고 모발을 자연 건조시킨 듯한 효과를 내는 디퓨저 노즐 기본 포함.

하지만 선풍기와 달리, 헤어드라이어에서는 센 바람이 곧 좋은 바람이 아니다. 다이슨은 4년간 1625킬로미터에 달하는 다양한 모발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모발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발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폈다. 열 제어 기술이 그 결실이다. 기존의 헤어드라이어보다 훨씬 강력한 바람을 내뿜는 슈퍼소닉이지만, 유리구슬 서미스터가 초당 20번씩 온도를 측정한 데이터에 기반해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발열체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헤어드라이어가 모발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인 열손상을 해결했다. 각각의 노즐에 뜨거운 바람이 차가운 바람 사이로 분사되는 히트 실드 기술을 적용해, 사용 후 부속품에 손이 닿아 깜짝 놀랄 일도 없어졌다. 말하자면 열기가 손과 두피에 델 정도로 쏟아지던 경험은 이제 끝났다.

마지막으로 슈퍼소닉은 모터에 축류 임펠러를 탑재하고, 일반적으로 11개인 모터 임펠러의 날을 13개로 늘렸다. 각각 난류와 소용돌이를 감소시키고, 인간의 가청 주파수 범위를 벗어난 모터음을 생성하기 위한 조치다. 모터가 손잡이에 위치하기에, 소음은 더욱 효과적으로 제어된다. 시간을 재촉하는 듯하던, 치열한 하루를 예고하는 듯하던 그 진절머리 나는 굉음이 나오지 않는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는 시간이 이제 그늘 아래 있는 것처럼 안락하다.

아낌없이 쏟아 부은 기술력 덕분에(모발 과학 연구를 위한 첨단 연구소 설립 비용 포함 총 개발 비용 약 8백12억원), 이번에도 문제는 가격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6~7월 출시 예정으로 아직 가격은 미정이다. 틀림없이 비싸겠지만, 늘 다이슨의 그 높은 문턱을, 시간이 좀 걸렸을 뿐 결국 많은 사람이 넘었다. 미증유의 경험이 가지는 가치를 한 지역사회의, 당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매기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또 한 번의 기회다. 그에 따라 헤어드라이어는 ‘겨우 하루에 몇 분 사용하는 기기’에 머무를 수도, ‘하루도 안 빼고 쓰는 기기’로 탈바꿈할 수도 있겠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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