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두 남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두 남자

2018-02-28T12:52:10+00:00 |ENTERTAINMENT|

관객 모두의 찬사를 받은 영화 이탈리아 북부 산간 마을 곳곳에 흩어진 감미로운 성장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두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 와 아미 해머는 로맨스 영화 속 남자에 대한 새롭고도 무결한 정의를 내리는 중이다.

재킷과 바지는 생 로랑, 부츠는 발렌시아가.

재킷과 바지는 생 로랑, 부츠는 발렌시아가.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었다면 아미 해머와 티모시 샬라메는 서로 정반대의 감독이, 정반대의 이유로 찾는 스타였을 것이다. 물론 영화에 임하는 호기심과 자신감(둘 모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가르침 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한다)만 놓고 따진다면 둘의 열정은 비슷한 농도다. 영화계의 온도 변화를 짐작케 하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위해 각자의 스타일대로 ‘맺어질 수 없는 연인들’에 완벽한 숨결을 불어넣은 것만 봐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뉴욕의 어느 화창한 여름날 오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가까이에 위치한 세련된 호텔에 아미 해머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는 존재감이 확실하다. 195센티미터의 키에 체격이 좋고 그을린 피부. 310밀리미터나 되는 큰 신발. 누구라도 자신감을 가질 법한 체격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의 지각변동을 다룬 최초의 위대한 영화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에서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로 가장 잘 알려졌다. “영화를 위해 감독은 키 195센티미터의 배우가 필요했대요. 그 정도로 큰 배우는 사실 많지않죠.” 해머는 큰 체격에도 불구하고 고압적이지 않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랄프 로렌 광고 같다. 사교적 측면으로 본다면 채닝 테이텀과 같이 똑똑하면서도 재미있는 친근한 부류에 속할 것이다. 어쩌면 그런 두드러진 미국적 성향 때문에 해머는 첫 만남부터 이탈리아 출신의 구아다니노 감독에게 매료되었는지도 모른다.

해머와 티모시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만들기 수년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만났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회의를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곤 했어요. 그는 뭐랄까 완벽한 향락주의자 유럽인 같은 분이죠.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구아다니노 감독은 <아이 엠 러브>와 <비거 스플래쉬> 등의 영화를 감독했으며 아르마니와 페라가모의 광고를 찍기도했다. “커피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에 시크함이 넘쳐나요.”

티모시 샬라메는 조각상처럼 거대한 해머에 비하면 정반대의 남자다. 깡말랐고, 왜소하다. 그러나 구아다니노 감독의 눈부신 작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샬라메는 해머가 그랬던 것처럼 시선을 끄는 배우적 본능과 날카롭고 열정적인 존재감을 두루 갖춘 채 등장한다. 티모시 샬라메가 구아다니노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은 건 2013년이었다. 당시 <홈랜드>에서 데이나 브로디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퉁명스러운 고등학생 남자친구를 연기하며 과묵한 연기를 시작한 때였다. “영화가 구체화되기 전, 59번가에 있는 무슨 트럼프 빌딩의 로비에서 만났어요. 저를 보자고 한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죠.” 샬라메는 열일곱 살 시절로 돌아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머와 샬라메 둘 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 샬라메는 컬럼비아 대학을 중퇴했고, 해머는 아예 대학에 입학하지도 않았다. 이 공통점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만큼 각자 판이한 삶을 살아왔다. 해머는 미국 서부의 순혈 근육질 청년으로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미국 공산당 창당인 중 하나의 4대손이자 골수 자본주의자의 증손자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어린 시절의 집은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있는 전원주택이다. “그 집에 살 땐 더트 바이크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마체테도 있었어요. 코코넛을 따고 파파야를 손질할 줄 알아요. 어릴 때부터 로빈슨 크루소 생활을 경험했던 거죠.” 프랑스인 아버지와 부동산 업계 및 에퀴티(배우조합)를 위해 일하는 어머니를 둔 샬라메는 집 근처에 있는 극장을 돌며 매년 12~15편 정도의 공연을 열심히 보러 다녔고, 어느 날 세르게이 폴루닌의 실험적인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을 본 것을 계기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림 같은 이탈리아 시골을 배경으로 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촬영이 시작되기 1년 전, 구아다니노는 해머와 샬라메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샬라메는 십 대들의 집착에 가까운 성적 자각을 여과 없이, 매혹적으로 다룬 안드레 애치먼의 원작 소설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샬라메의 에이전트인 브라이언 스워드 스트롬의 배우자가 이미 그 소설을 점찍어뒀던 것이다. 아미 해머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해머와 샬라메, 그리고 루카 구아다니노가 일궈낸 역작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한 명이 더 있다. 애치먼의 이 놀라운 소설을 각색한 건 제임스 아이보리다. 원작의 현대화를 이룬 동시에, 자신의 과거 작품 중 두 편, <모리스>와 <전망 좋은 방>을 절묘하게 엮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이보리가 사별한 연인이자 동료인 이스마일 머천트와 함께 제작한 두 영화는 찬란하고 영원하며 세련된 회화 작품 같다. 그가 아니었으면 휴 그랜트, 루퍼트 그레이브스, 헬레나 보넘 카터의 커리어가 지체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재능으로 충만한 계보에 해머와 샬라메까지 발을 들이게 된 셈이다.

제임스 아이보리의 전문 분야는 엘리트적인 혹은 지적인 로맨스인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끈적이고 숨 막히는 작품이다. 1983년의 여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밝히는 건 대부분이 지중해의 흐릿한 구릿빛 햇살과 더없이 아름다운 자연의 녹색빛이다. 수프얀 스티븐스가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채운 완벽한 사운드트랙의 정점은 사이키델릭 퍼즈의 불후의 명곡 ‘러브 마이 웨이’가 장식한다. 장면 장면마다 등장하는 커튼 같은 실내장식과 음식들 또한 완벽하다. 의상 담당자들은 뻔한 80년대 레퍼런스를 피하면서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느낌을 세심하게 살리기 위해 공을 들였다. 물론 패션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샬라메의 베네통풍 배낭 외에도 최소 한 벌 이상의 옷을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을 것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작은 이야기로 시작해 큰 결말을 맞이하는 아트하우스 영화로, 새롭고 솔직하며 종종 아슬아슬한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을 통해 남성의 욕망을 샅샅이 풀어낸다. 샬라메가 복숭아를 사용하는 자위 장면도 있는데,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마트의 청과 코너를 지날 때마다 얼굴을 붉힐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 영화에 넘쳐나는 섹슈얼리티는 섬세하고 세밀하다. 이 영화는 사회의 정치적 제약을 끌어들여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망하는 바를 자유로이 추구할 수 있는 자들의 깊은 내면에 더 집중했다. “이 영화가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라고 해머가 운을 띄웠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답하죠. 전혀 다른 영화라고.”

두 주인공의 나이 차이 때문인지 어떤 장면에선 케이트 윈슬렛이 십대와 사랑에 빠지는 전쟁 서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연인 사이에서 보여주는 은밀하고도 뜨거운 양상을 볼 때면, 샬라메가 사랑하고(그러나 해머는 본 적이 없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비교될 여지도 남긴다. 성적 표현을 솔직하게 드러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고 극장문을 나서는 모든 이는 등장인물들의 가장 깊은 정서를 직접 체험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베를린 영화제 기간에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관람객은 질의응답 세션에서 몸이 떨릴 정도로 감명을 받아 눈물을 흘리며 손을 들었다. 영화의 예상치 못한 결말에 이르러 샬라메가 연기한 인물에게 아버지 역의 마이클 스툴바그가 들려준 대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카의 연락을 받고 일주일 뒤, 제임스 아이보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이보리가 있는 곳 건물 로비에서 만나 인사하고 곧바로 함께 식사를 하러 갔죠.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났을까요? 루카와 제임스가 차례대로 제게 전화를 걸어왔어요.” 샬라메가 주인공 엘리오 역에 캐스팅될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엘리오는 보헤미안 학자의 외아들이자 시종일관 조숙한 애어른이다. 어느 여름, 가족 별장에 머물기 위해 찾아온 대학원생 올리버에게 집착과 광기로 가득한 십 대의 첫사랑을 보여주는 주인공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두 주인공의 권력 관계는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한다. 첫사랑이 늘 그렇듯, 근사하고 학구적인 영화 <여자의 이별>과 같이, 엘리오와 올리버의 여름날 연애가 그들에게 최선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끝까지 불확실하다.

샬라메는 엘리오 역 캐스팅을 두고 “엄청난 믿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스크린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대본 리딩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한테 믿음이 있었다기보단 그들은 그때까지 했던 내 작품에 믿음이 있었던 거예요. 가능성을 믿어줬던 것 같아요”라고 샬라메는 덧붙인다. 그는 루카와의 첫 만남을 돌아보며 “열일곱 살은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나이죠”라고 얘기한다.

2016년 5월, 이탈리아에 도착한 해머와 샬라메는 그곳에서 4개월간 틀어박힌 채 일체의 제약 없이 촬영에 몰입했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보자면, 그들의 연기 인생을 결정지을 배역이다. 엘리오와 올리버라는 캐릭터는 두고두고 훌륭한 연기의 기준이 될 것이다. 촬영 첫날 갈색 맥도날드(샬라메는 치킨 너겟을 좋아한다) 봉투를 들고 나타난 샬라메에게는, 이 순간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젊은 날 겪은 바로 그 전환점일지도 모른다. <바스켓볼 다이어리>에서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광기에 황폐해진 나머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며 어둠과 빛을 오가는 레오의 얼굴을 남김 없이 빨아들이듯 카메라가 담아낸 바로 그 순간 말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루카스 헤지스가 맡은, 그 세대의 정수를 담은 배역에 사실상 유일하게 필적할 수 있는 게 샬라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샬라메와 헤지스는 그레타 거윅의 감독 데뷔작 <레이디버드>에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강도 높은 섹스에는 강한 약물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뷰티풀 보이>에서 스티브 카렐의 아들이자 크리스털메스 중독자 역할을 맡은 샬라메는 이제 막 촬영을 마쳤다.

해머에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0년 전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내비친 무수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쏟아부은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해머의 이름은 더 빠르게 펴져나갈 것이고, 그 무게 또한 묵직해질 것이다. 해머와 샬라메와 각각 또는 함께 얘기를 나누며 분명해진 것은 그들이 이 야심 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을 뿐 아니라 남성과 신체, 그리고 인간의 감정에 대해 뭔가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제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이미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개척자 반열에 올랐다.

 

의상은 모두 벨루티.

의상은 모두 벨루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은 언제 처음 읽었어요? 
아미 해머(이하 해머) 대본을 받은 뒤 루카와 장시간 스카이프 통화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 원작을 읽은 뒤 영화와 내가 망설여지는 부분 등에 대해 루카와 다시 얘기를 나눴죠. 내가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루카가 도와줬어요. 서로의 의견과 생각이 확실하게 맞춰진 후에는, 무조건 이 영화를 해야겠다는 마음이었죠. 물론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무섭긴 했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영화를 해야 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무엇 때문에 망설였는데요?
해머 지금까지 카메라 앞에서 해보지 못한 많은 것이 있었어요. 누드 신도 그렇고 오럴 섹스도 그렇고, 과거에는 사실상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장면들이거든요.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나는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이 말 기저에 놓인 복잡함이나 복숭아 장면과 같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설명을 해주셨어요. 우리는 촬영을 위해 베르가모에 갔는데, 원작이 묘사한 것과 같은 장소였기 때문에 모든 게 진짜로 느껴졌죠. 곧바로 빠져들었어요.

촬영이 시작되는 시점에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요?
해머 이탈리아에서 3~4주 정도 리허설을 할 시간이 있었어요.
티모시 샬라메(이하 샬라메) 그전에는 아미에 대해 전혀 몰랐죠.
해머 우리는 매일 하루종일 같이 붙어 다녔어요.
샬라메 이탈리아에 갇힌 채 오로지 서로에게 의지해 촬영 외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은 영화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죠.

처음에 어떻게 친해지게 됐나요?
해머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데서 출발했어요. 우리 둘 다 이탈리아어를 잘 하지 못했거든요. 샬라메는 이탈리아어를 대충 알아듣고 어느 정도는 말을 할 줄도 알았어요. 나는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조금 배우긴 했지만 간신히 아침 식사를 주문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안녕하세요”나 “좋은 아침입니다” 또는 “만나서 반갑습니다” 외의 얘기를 하고 싶다면 티모시와 해야 했죠. 밤에 시내에 놀러 가서는 두리번거리다 “뭐, 맥주나 마시면서 내일 찍을 장면 연습해볼까?”라는 식이었어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다음 날에 관한 것을 얘기하고, 대본을 같이 읽거나 연습하곤 했죠.

영화에서 여성과 성적인 화학반응을 형성하는 것과 남성과 성적인 화학반응을 형성하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해머 그다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은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인 거죠. 자기를 열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용하고서는, 그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거둬들일 수 있게 하는 거죠. 이런 식의 미묘한 춤을 계속해나가기 위해 지극히 미세한 변화들까지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친숙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샬라메 키스나 섹스와 같은 육체적인 관계와 반대로 화학반응은 접촉이 부재할 때 더욱 명백해지는 것 같아요. 안드레 애치먼의 원작을 로드맵으로 삼았어요. 엘리오가 결국 다른 사람을 동경하고 올리버와 올리버의 자신감에 약간 질려버리는 초반부가 마음에 들었어요. 대개의 절친한 관계들이 그렇잖아요. 성적 또는 육체적 긴장감 대신 우정이 싹트죠. 영화 초반에 육체적 긴장감이 있다면 그건 차라리 레슬링에 가까워요.

코트는 베르사체.

코트는 베르사체.

올리버와 엘리오의 관계는 건강해 보이나요?
샬라메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격정적인 여름날의 첫사랑이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마다 각각 다르게 이해할 수 있겠죠. 지난날을 돌아보며 ‘우와 그건 정말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경험 중 하나였어’라고 회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제 생각엔 많은 경우 그런 관계를 정리하며 그다지 유익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자기가 망가졌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해머 건강하면서 동시에 건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인간관계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올리버와 엘리오 모두 자기들 내면에 있는 뭔가를 인식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는 한 번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을 겪은 것 같아요. 스스로는 물론이고 삶과 사랑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을 거라고 봐요. 궁극적으로는 일종의 가르침이자 배움이었던 거고,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올리버와 엘리오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언제 처음 봤어요?
샬라메 루카의 제안으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봤어요. 제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대형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는데 비현실적일 정도였어요. 아시죠? 저는 그때 스물한 살이었고, 영화는 스무 살에 만들었죠. 게다가 제가 꽤 드러나는 영화예요. 클로즈업도 많고 아미와 마찬가지로 제 몸이 많이 등장해요. 하지만 물론 굉장히 기쁜 일이긴 해요.
해머 저도 완성본은 선댄스에서 처음 봤어요. 그전에 러프컷을 본 적은 있죠. 제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건 언제나 힘들어요. 영화 촬영의 신비감을 해친다고나 할까요. 이번 영화를 찍으며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영화 안에서 일체감을 느꼈고, 어떤 숭고한 경험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경험은 직접 촬영한 것에 비해 조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서로의 연기가 자랑스러운가요?
해머 티모시의 연기가 너무나 자랑스러워요. 그는 이 영화에서 끝내주게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죠. 티모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아주 훌륭하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눈부신 연기를 펼치는 것을 저는 직접 목격했어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건 제게 행운이었어요.
샬라메 저는 아미와 마이클 스털벅의 엄청난 팬이에요. 하지만 제가 그들의 연기를 두고 자랑스럽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기에는 제가 너무 어리거든요. 그들의 연기가 제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에 자랑스럽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없는 거죠. 그들은 엄청나게 뛰어난 배우들이에요.
해머 우리 둘 다 너무나 강렬하고 아름다우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경험을 했어요. 엄청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우리 둘만이 공유할 수 있고, 또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거예요. 아주 귀한 친구 관계 초기의 어떤 특별한 순간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 이후 영화와 관련 없이 ‘Love My Way’를 들은 적 있는지?
샬라메 우리가 같이 아는 친구, 정확히는 아미의 친구였는데 저와도 가까워진 친구가 아미와 저에게 보내준 영상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바에 있었는데 그 노래가 나오자 찍어서 보내준 거였죠.
해머 듣자마자 거리에서 춤을 추는 게 다시 생각났어요.

영화 촬영 이후에 복숭아를 먹은 적이 있나요?
샬라메 그 장면을 찍고 일주일인가 지나서 복숭아를 먹은 것 같아요. ‘맞다, 이 과일이 등장한 장면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전에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꾸 그 장면만 눈에 들어왔어요. 저에게는 조금 웃긴 일이기도 해요. 촬영할 때와 비교하면 이제는 완전 의식을 하고 보니까요. 복숭아 장면을 촬영할 때, 가끔은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어요. 촬영을 마친 후에는 마치 유체이탈을 하고 돌아온 것 같았죠.

 

재킷은 빌리어네어, 이너는 선스펠.

재킷은 빌리어네어, 이너는 선스펠.

Call me Armie
아미 해머의 부인 엘리자베스 챔버스는 첫 번째 촬영이 진행된 이후부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게 영상을 보여달라고 계속 요청했다. “당신은 이미 두 번이나 봤다는 얘기를 그녀에게 하면 안 돼요”라고 아미는 신사답게 충고를 건넨다. 둘은 두 명의 어린 자녀를 두고 있다. 딸 이름은 하처, 아들 이름은 포드다. 이번 영화에 대한 챔버스의 관심은 상당하다. 남편이 복잡하고 낭만적인 주인공을 맡았을 뿐 아니라, 대본 리딩을 함께하며 그가 지난해 이탈리아에서의 촬영을 위해 집을 잠시 떠나기 전까지 모든 준비 과정을 도왔기 때문이다.

“연기를 준비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을 줘요. 그녀는 언제나 제 곁에 있어요.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는 직접 나서서 대본 리딩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일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눠요. 영화와 관련해서 함께 많이 작업하는 편이에요”라고 해머는 설명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챔버스는 엘리오 역을 꽤 잘 소화했다고 한다. “대단했어요. 근데 사실 엘리자베스는 뭐든지 잘 해요.” 해머는 아내 엘리자베스를 향한 마음을 담아 왼손 약지에 영문자 E 두 개를 문신으로 새겼다. 영문자 E 때문에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엑스터시를 과하게 좋아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하긴 뭐 그렇다고 E가 엑스터시를 뜻하지 말라는 법도 없네요. 영화 촬영을 하다 보면 반지를 빼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데 이렇게 손가락에 새겨두면 항상 반지를 끼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소셜 네트워크>로 대중에 얼굴을 알리긴 했지만 그 후 아미 해머의 커리어는 순조롭지 못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는 후광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핀처 감독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서 저를 섭외한 감독들도 분명히 있을걸요?” 해머가 웃으며 장담했다.

그는 이름이 빛나는 스타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으며, 그 이름에는 <제이. 에드가>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디카프리오도 포함된다. “그때도 게이 역할을 맡았죠. 그 전까지는 한 번도 못 해봤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연기를 하게 된 거예요. 엄청나죠?” 고등학교를 중퇴한 해머를 두고 늘 걱정만 하시던 부모님도 이스트우드의 이름을 듣고 나서는 해머의 결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의 <론 레인저>에서 조니 뎁과 함께 출연했고, <백설공주>에서는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연기를 펼쳤으며 가이 리치 감독의 <맨 프롬 엉클>에도 등장했다.

“이런 대작 영화의 문제는 그만큼 흥행 성적에 대한 부담도 크다는 거예요. 영화가 정말 잘 나왔다는 스태프들의 생각이나 또는 영화를 찍으며 제가 얼마나 즐거웠는지는 아무 상관없어요. 요즘 시대의 영화 제작 스튜디오들이 요구하는 말도 안 되는 흥행 수치를 못 맞추면 실패작이 되어버리는 거죠”라고 해머는 조심스레 얘기한다. 조금 의외의 행보이긴 하지만 그는 매우 보기 좋은 독립영화계의 신성이다. “그런 대작 영화 제작 방식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런 걸 하고 싶지 않았고요. 그래서 제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보다 작은 규모의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전까지 해머가 가장 성취감을 느낀 영화는 <국가의 탄생>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작품을 통해 그는 자신의 연기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했다고도 한다. “이제는 정말로 이 일을 사랑해서 하는 거예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눈부신 외모는 축복인가요, 장애물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외모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 해요.

지금 한번 생각을 해본다면요?
좋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정말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는데 제가 그 역을 맡기엔 너무 깔끔하게 생겼다거나 너무 잘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좀 아쉽긴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눈물 훔치는 시늉을 하며) ‘흑흑 내가 너무 불쌍해’라며 징징대진 않을 거예요.

사랑에 빠진 십 대의 감정이 어떤지는 다들 알죠. 한 번쯤은 그런 시기를 거쳤을 테니까요. 하지만 사랑의 대상인 올리버를 연기하는 것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음, 일단 둘 사이에 일방적인 사랑만 존재하는 건 아니에요. 올리버도 엘리오와 똑같이 상대에게 매료되었고 마음을 빼앗겼죠.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거리를 지켜야 했던 거예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엘리오에게 올리버가 지니는 의미는 올리버에게 엘리오가 지니는 의미와 마찬가지인 거죠. 한 편의 아름다운 춤과 같아요.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뿐 아니라, 상대가 그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줘야 해요. 그리고 물론 누구나 나름의 방식이 있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영화를 만들며 제 자신에 대해서는 일절 생각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관객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하는 것조차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 영화의 너무나도 많은 장면이 자기를 놓아버리고 그 순간에 달콤하고도 부드럽게 몰입해야 했거든요. 그쯤 되면 관객의 반응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게 되죠. 그러니 한마디로 답하자면 그러한 순간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실제로 촬영하는 것보다는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이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촬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지만요.

연기할 때 긴장하는 편인가요?
엄청, 엄청이요.

그럼에도 놀라울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해 보이는데요?
아니에요. 저는 한심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하는데 그걸 거의 항상 잘 감추는 것뿐이에요. 저의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를 찍기 전에 거의 공포에 질려 있었어요. 하지만 티를 내진 않았어요. 당연히 티미 앞에서는 절대로 드러내지 않았죠. 루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사람 가득한 방에서 남자 앞에 나체로 서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굉장히 어렵게 느껴져요.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놓이면 엄청 쉬워요. 그래서 실제 촬영보다는 촬영에 이르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더 긴장됐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런 공포가 연기에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첫 경험은 어느 정도 두려움을 수반하지 않나요?
그렇죠? 올리버와 엘리오에게도 그게 처음이었거든요.

이번 작품을 통해 남성성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다면요?
저는 남성성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 해요. 그리고 함께 촬영한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고, 이 새로운 감정을 달콤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짚어가는 두 남자가 등장하는 최초의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도 없고, 갈등이 싹트거나 병에 걸리는 사람도 없죠. 그런 건 일어나지 않아요. 그저 두 남자가 서로를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대하는 것만 나오죠. 그런 점이 관객들의 헛점을 찌를 거예요. 영화 말미의 마이클 스털버그의 대사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어요. 저는 그 얘기를 기억해두고 매일 밤 제 아이들에게 들려줄 거예요. 우리 모두 그런 얘기를 해줄 수 있는 부모를 만나는 축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녀들에게 꼭 그 얘기를 들려주라는 거예요. 정말이지, 놀라워요.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동성애에 관한 이 영화로부터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당신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물어봐야 할까요?
그게 정답이죠. 그건 그렇고, 모든 동성애자 및 이성애자 남자들과 모든 소녀, 공주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들과 왕자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들에 대해 모든 부모가 자녀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재킷은 랑방, 셔츠와 바지는 모두 생 로랑, 부츠는 발레시아가.

재킷은 랑방, 셔츠와 바지는 모두 생 로랑, 부츠는 발레시아가.

Call me Timothée
<홈랜드>로 눈길을 끈 티모시 샬라메는 이후 다양한 방면에서 스타성을 키워 나갔다. 에디 슬리먼의 화보를 찍는가 하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 출연했고, 뜻하지 않게 마돈나의 장녀 루르드의 첫 남자친구로 잠깐 동안 가십 사이트를 장식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마친 후 샬라메는 안드레 애치먼의 평이 가장 중요하다고 애치먼에게 직접 얘기했다. “원작을 완전히 망치지만은 않았기를 바랄 뿐이에요.” 샬라메는 어떤 기분 좋은, 즐거운 강직함 같은 걸 타고난 것 같다. 그는 맡은 배역과 어느 정도 동질감이나 공통점을 찾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엘리오의 경우, 샬라메의 프랑스계 혈통에서 단서를 찾았다. “유럽의 작은 마을에서 사는 게 어떤지 잘 알아요.” 샬라메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곤 했다. 배역을 연구하기 위해 들이는 공은 미래에 저지를지도 모르는 실수에 대비한 보험 같은 거라고 말한다.

인격 형성기에 그처럼 순수한 감정들을 다양하게 다뤄본 경험은 샬라메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적임자로 훈련시켰음이 분명하다. “감정을 과장해서 드러내는 것과는 달라요. 감정을 과장하는 건 나쁜 연기의 다른 말일 뿐이에요.” 영화 개봉 직전 쏟아지듯 나오는 보도자료나 기사 등에서 티모시는 자신이 ‘아역 배우 출신’으로 소개되는 것을 보고 조금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저는 단 한 번도 제가 아역 배우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물론 어렸을 때 몇 번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그건 그냥

뉴욕에서 자란 것이 배우 티모시 샬라메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요?
뉴욕이라는 용광로가 없었다면 연기를 하고 있지 않았을 거예요. 뉴욕은 인간뿐 아니라 감정과 경험의 용광로이기도 하거든요. 지하철만 타도 그 안에 모든 게 있고, 그로 인해 창의성이 많이 발달하게 되죠. 창의성은 본질적으로 애매한 것이고 형체가 없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 때문에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보자면 어려서부터 수많은

대형 상업영화의 배역을 맡지 못한 이유가 혹시 그에 어울리는 외모가 아니어서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려 했어요.
그런 건 순전히 우연이거든요. 지난 6~7년간 오디션을 보며 뼈저리게 깨달은 바가 있다면, 원하는 배역을 따내지 못한 건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거나 스스로도 만족할 정도의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거예요. 실은 다른 누군가가 뭔가를 다르게 했기 때문인 거죠. 그게 좋든 나쁘든 영화계의 문법인 거예요. 무력한 거죠.

영화에서 상당히 과감하던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최근에 또 한 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시작하자마자 옷을 벗었어요. 제가 그런 장면에 대해 어느 정도 불안해한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촬영 전에 이탈리아에서 보낸 시간과 루카가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루카는 잔뜩 긴장한 젊은 배우인 저에게 다가와 “조금 다르게 해보자”고 말했고, 저는 그대로 했어요. 꽤 많은 장면, 특히 성적인 장면들에서 감독님이 사용하는 건 마지막 테이크예요. 그럴 때마다 마치 허공에 떠오르는 것처럼 가벼운 기분이 들곤 하죠.

스물세 살은 오스카상을 타기엔 너무 이른 나이일까요?
보세요, 저는 2년 전에 초대형 영화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6개월 정도 실의에 빠져 지냈어요. 과장하는 게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이 영화에 대한 아카데미의 평가와는 별개로, 선댄스와 베를린 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을 봤단 말이죠. 그게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토록 강렬한 반응을 본 것만으로도 제가 바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