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핫한 유튜브 영어 강좌 ‘라이브 아카데미’

2019.02.14GQ

영어 교육 채널 라이브 아카데미는 당황할 시간에 한마디라도 더 해보라고 말한다.

채널명에 크리에이터의 이름이 없어요. 실명이든 닉네임이든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채널명을 짓는 데 깊게 고민하진 않았어요. ‘뭔가를 배우는 곳’이라는 의미만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하지, 누가 가르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첫 번째 영상부터 자기소개도 생략하고 다짜고짜 영어 이야기를 시작하죠. 이름을 일부러 숨기는 건 아니에요. 딱히 말할 이유가 없어요. 가르치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를 자꾸 말하면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산만해져요. 누구에겐 듣고 싶지 않은 정보일 수도 있고요.

항상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와서 그런지 다들 ‘빨간 모자 쌤’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머리 스타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시선을 뺏고 싶지 않아서 항상 같은 모자를 써요. 매번 거의 비슷한 옷을 입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가르치는 사람 말고, 가르치는 내용에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유익하지만 재미 없다”는 반응도 있어요. 재미있으려고 공부하는 건 아니잖아요. 외국어를 배우면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재미는 ‘느는 재미’예요.

조회수와 구독자를 늘리려고 자신을 ‘브랜드화’ 하거나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많아요. 교육 콘텐츠 중에도 상당하고요.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후발 주자고, 지루해 보일 수도 있는 수업 방식인데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상은 유튜브에 얼마든 있잖아요. 반면 정직하게 영어 수업만 하는 채널은 찾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더 건조하게 영어 이야기만 하자고 처음부터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유명해지면 채널의 규모와 수입도 커지죠.
10년 동안 학원에서 영어 회화를 가르쳤어요. 그런데 영어 교육 업계든, 학생이든 ‘스타성’에 의존하는 게 싫었어요. 유명한 선생님한테 배우면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실제로 그걸 믿고. 강사가 유명해지려면 수업 내용 말고 다른 것에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돼요.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영어 교육 온라인 플랫폼은 매우 많은데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잠재적 수강생’이 많잖아요. 강사를 찾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찾는 사람도 많을 거고요. 혼자 기획하고 커리큘럼을 짜니까 원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주도하기도 수월해요.

‘라이브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수업 방식이라는 게 뭔가요? ‘케이스 스터디’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말 그대로 현상과 사례를 연구하는 거예요. 과목의 구분을 완전히 없애고 한 가지 주제를 두고 한 학기 내내 수업해요. 예를 들어 ‘IMF’로 주제를 정하는 거죠. 학생들은 IMF에 대해 배우면서 경제, 언어, 지리, 역사 등 다방면의 지식을 함께 얻어요. 이 방식을 참고해서 큰 틀을 짰어요.

상황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건가요? 네. 예를 들어 “사역 문장은 문장의 주체가 남에게 동작을 하게끔 하는 거예요”가 아니라, 사무실이라고 가정하고 사역 문장을 사용할 만한 상황을 먼저 제시하는 거예요. “저는 내일까지 이걸 처리해야 돼요”를 영어로 “I need to take care of this by tomorrow”라고 말할 수 있지만 수동태로 말할 수도 있고, “I need to have this taken care of by tomorrow”라고 할 수도 있죠. 뜻은 비슷해도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다른 사람이 개입된다’는 미묘한 차이를 알려주는 거예요.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던 과정의 역순이네요. ‘제1과 단수와 복수’, ‘제2과 전치사’처럼 미리 분류해놓고 문법을 단원별로 배운 경우가 많았거든요. 결국 읽을 줄은 알아도 말은 잘 못 하는 채로 끝나고요. 학생들의 질문 중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건 “전치사 in은 언제 써요?” 같은 거예요. 너무 사례가 많아서 설명할 수가 없어요. 알고 보니까 그렇게 배운 사람이 많더라고요. ‘전치사의 용법’, ‘to 부정사의 용법’이라면서 외우는 거죠. 그런데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은 매번 달라요. 그때그때 적절한 표현을 떠올리고, 올바른 전치사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어야 돼요. 책 한 권에 그 많은 사례를 다 제시할 수는 없어요. 유명 강사의 수업을 들어도 해도 절대 습득할 수 없는 능력이죠.

‘라이브 아카데미’의 모든 영상을 보면요? 저는 영어 능력을 이식해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죠.

그럼 더 작은 틀에서의 수업 방식은 뭔가요? 첫 번째는 올바른 문법을 가르치는 거예요. 두 번째는 적절한 표현의 사용이고요. 자주 사용하지만 애매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걸 다루려고 해요. 우리말로 ‘당황스러워’를 영어로 하면 “I’m embarrassed”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 창피해’라고 할 때 써요. 당황스러울 때 많이 쓰는 표현은 “I panicked”예요. 하지만 사전을 뒤져보면 ‘공황’처럼 무겁고 부담스러운 뜻이 나오니까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쓸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죠.

너무 문법에 치중하는 건 아닐까요? 예전에 ‘테드’에 어떤 중국인이 나와서 강연한 걸 본 적이 있어요. 발음이 엉망이었는데 다 알아듣더라고요. 정확한 문법 구조에 단어를 배치하니까 가능한 거죠. 영어는 문법에 관대한 언어도 아니잖아요. 모든 문법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초보 단계에선 가장 절실하게 익숙해져야 할 게 문법이에요. 쓰고, 말하고, 들으면서요. 이 단계를 넘지 못하면 영어 못 해요.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뭘까요? 배우는 게 아니라 ‘배워지길’ 기대하는 거예요. 가만히 앉아서 강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해요. 뭔가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오니까 착각하는 거예요. 외국어 교육을 상품화해서 판매하는 업체들도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줘요. 말도 안 되죠.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운동하고 비슷해요. 체육관에 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힘을 들여 기구를 꾸준히 사용하는 거예요.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일단 후다닥 배우겠다는 마음을 비워야 돼요. 다만 영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단어가 생긴 내막을 이해하려고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강사들도 많이 하는 실수인데, 자기도 모르게 알고 있는 모든 걸 가르치려고 해요. 능숙하게 듣고 말할 정도로 ‘체화’하기만 하면 돼요.

업로드된 콘텐츠 중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은 영상은 ‘would와 could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법’이에요. 1백만이 훌쩍 넘었어요. 다른 영상보다 유독 조회수가 높은 이유가 뭘까요? 사실 그 영상 만들고 좀 후회했어요. 원래는 사람들이 could를 can의 과거형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바로잡고 싶었어요. could는 총 일곱 가지 방식으로 쓰여요. 그중 하나가 can의 과거형처럼 쓰이는 거고, 나머지는 can과 아무 관련이 없어요. 그런데 could와 would를 동일 선상에 두고 단순히 비교하는 걸로 오해했는지 조회수가 엄청 나왔어요. 둘은 워낙 다양하게 쓰여서 단순히 비교할 수도 없어요. 조회수가 높게 나온 덕에 학생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 문법의 아주 작은 용례에 연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안타깝더라고요. 사전에는 어떻게 나와 있다면서 댓글 싸움도 엄청나게 났어요. 그 영상 댓글만큼은 되도록이면 안 읽어요.

‘라이브 아카데미’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팁을 준다면요? 외국에 살아서 영어만 듣고 말하는 환경이라면 공부를 따로 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수업 동영상을 보고 배운 표현법을 토대로 일기를 써보는 걸 추천해요. 첨삭을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다면 더 좋고요. 글로 써보면 의식적으로 올바른 문법을 쓰려고 할 거예요. 비슷한 상황을 설명한다고 해도 수업에서 배운 걸 응용해서 조금씩 어감을 달리하면서도 써보고, 수정된 글을 소리 내며 읽어보는 거예요. 계속 영어를 듣고, 대화를 나눌 기회를 필사적으로 만들기도 하고요.

‘라이브 아카데미’에서 배운 걸 ‘라이브 아카데미’ 내에서 복습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나요? 요즘 많이 중점을 두는 건 ‘연습 영상’이에요. 자막 없이 영어 문장을 들려준 후 자막을 띄우고 한 번 더 읽어요. 이후 화면을 멈추고 소리 내어 읽을 시간을 주죠. 전체 문장을 살펴보며 배웠던 문법이나 표현을 다시 배워요. 맴버로 가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씩 퀴즈를 내기도 해요. 한국어 문장을 주고 영어로 작문을 시키는 거죠. 댓글이 50개가 넘으면 정답과 해설하는 영상을 올려요.

앞으로의 콘텐츠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초보자를 위한 ‘토들러’ 채널을 분리했어요. 일반 채널과의 수준 차이를 조금 더 확실하게 둘 생각이에요. 또 외국인과 함께 나와 대화하는 모습을 시리즈로 구성하려고요. 제3자가 되어 영어로 말하는 걸 관찰하는 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거든요.

크리에이터의 이름 외에 ‘라이브 아카데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또 있나요? ‘오버 스펙’일 정도로 좋은 녹음 시스템을 써요. 회화는 보는 게 아니고 듣고 말하는 거니까요.

    에디터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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