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는 압도적이다. 불안하지 않다. 스스로도 그런 자신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신지애가 신기해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ADT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 비회원으로한 시즌 3승을 거둔 최초의 선수가 됐다.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다. 주위에서 놀라시는 걸 보면서도 실감이 안난다. 매 순간 집중하려고 했고, 아직도 그 순간들만이 생생하다.
경기가 끝나고 영어로 인터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듬거리고 떨기도 했지만, 의욕에 넘쳤다. 영어 때문에 떨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승에 대한 기쁨 때문에 더 떨었던 것 같다. 내가 미국 사람이 아니니까 영어로 말할 때 더듬거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해외에서 인터뷰할 땐 짧게라도 그 나라 말로 하는 게 매너다. 프로 전향 후 항상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노력해 왔는데 많은 분들이 더듬더듬해도 할 말은 다 한다고 격려해 주셔서 힘이 난다.
운동하기도 바쁠 텐데, 영어공부는 언제 하나?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영어 테이프를 듣게 했단 애기도 있다. 지난 2년간 골프휴식기인 겨울에 한 달씩 영어 개인 교습을 받은 게 전부다. 하지만 영어공부용 MP3에 아버지가 단어, 일상 회화 등을 다운로드해서 주신다. 그리고 호주 출신 캐디하고 영어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종반에, 캐리 웹이 한 타차까지 따라붙었는데 흔들림이 없었다. 해병대 캠프라도 다녀온 것같이 보였다. ADT 대회의 경우 우승에 대한 기대가 많지 않아서 오히려 마지막에 더 침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팬들이, 내가, 항상 마지막 날 성적이 더 좋은 ‘파이널 퀸’이라서, 기대를 많이 하셨다고 한다.
상금이 백만 불이었다! 캐리 웹은 백만 불 앞에서도 떨지 않는 내가 희한하다고 했지만, 돈에는 관심이 없다. 우승에 더 관심이 있다. 돈은 쫓아가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거다.
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LPGA 경기를 TV로 시청했다. 그때의 인상은 어땠나? 해볼 만할 것 같았나? 그들은 모두 세계적인 선수들이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LPGA 선수가 된다. 완벽해 보이는 당신도 부담이 되나? 골프에 있어 완벽이란 건 존재할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부담이 많다. 한국무대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LPGA에서도 우승경험이 있어,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더 크다.
세계무대에서, 여자 선수들은 이렇게 잘하는데, 상대적으로 남자 선수들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수적으로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에 비해진출 빈도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남자의 경우는 최경주 프로님 이하 여러 프로님들께서 여자 골프계의 박세리 프로, 김미현 프로처럼 후배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남자 프로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다.
당신 때문에 ‘하이마트’도 유명해지겠다.회사에서 특별 상금이라도 안 주던가?….
계속 하이마트 모자를 쓰고 LPGA에 출전해야 하는가도 논란이다. 계약 완료 시점이 다가온 걸로 알고 있다.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좋은 의미에서의‘기계’겠지만, 한 외신이 당신을 ‘골프머신’이라고 불렀다. 기계라는 의미로 쓴 표현이 아닐 거다. 정확하고 일정하다는 의미에서였을 거다. 싫진 않다. 골프는 반복적인 스윙을 통한 운동이다. 감각에만 의존하면 오래 하기 힘들고 흔들리기 싶다. 기계처럼 쉬지 않고 규칙적이어야 한다. 골프머신이라는 건 그만큼 흔들림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전성기 때의 소렌스탐과 지금의 당신을 비교하는게 가능할까? LPGA에서 몇 년 경험을 쌓은 후 생각해보겠다. 지금은 소렌스탐과 비교할 수 없다. 올핸 몇 승을 하고 싶나?
가능한 승수는 몇승이라고 생각하나? 정확하게 승수를 정하진 않았다. 일단 목표는 1승이고, 1승을 달성하면 당연히 2승을 노릴거다. 매 대회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에디터
- 이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