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모래로 흩어져버릴지라도, 한 번 움켜쥐고 싶은 여배우들이 모래 위에 누웠다.
김하은이 5분 일찍 와서 인사한다. 그 ‘5분’이 예뻐 화면보다 나은 실물을 칭찬했다. “알아요! 깔깔깔.” 정말 ‘깔깔깔’ 이었다. <추노>의 설화도 이렇게 웃을까? “<한성별곡>부터 사극을 세 편이나 하면서 동양적인 이미지가 생겨 좋아요. 서구적인 얼굴이란 말만 들으면서 자랐거든요. 평생 사극 못하는 배우들도 많다는데요 뭐.” 교복 모델로 고등학교 2학년 때 데뷔했으니, 벌써 10년차. “빠른 84죠?” 물었다. “빠른 같은 거 없어진 거 몰라요? 그냥 스물일곱.” 모래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누워 이내 온몸이 모래투성이가 되었다. “여기서 밥 먹어도 되겠는데요? 뭐가 씹히는데, 왠지 좋아.” 그녀는 자신을 무명이라 칭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어쩌면 기회인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해도 ‘김하은’ 대신 역할이 더 돋보일 테니까요. 사람들을 놀래켜주고 싶어요. 쟤가 그때 걔야? 이런 거.” 그러니, 준비하지 말 것. 이왕 놀라려면 우르릉 쾅쾅 제대로 놀라고 싶으니까. -에디터: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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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