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라면 여섯 가지. 작정하고 허리띠를 풀었다.
1. 한국야쿠르트 꼬꼬면
국물 끓일 때 닭가슴살을 삶는 것 같은 향이 풀풀 올라와 기대치가 한껏 치솟는다. 막상 먹어보면 맛은 생각보다 덜 하다. 매운 고추 향도 메아리처럼 엇박자로 코를 친다.
면 쫄깃하고 차지다. 꾸들꾸들한 면발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약간 아쉬울 수도 있다.
총평 새로운 맛. 하지만 새로운 게 무조건 좋다는 의미는 아닐 텐데, 세간의 평가는 확실히 이 점을 헷갈려 하는 것 같다. 눈물나게 인색한 프레이크를 풍성하게 살리고, 청양고추 향이나 닭고기 맛을 더 확실하게 끌어올려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다.
2. 삼양 나가사끼 짬뽕
국물 감칠맛과 짠맛이 모두 세다. 맵고 칼칼한 기운은 한 숟가락만 먹어도 훅 올라와서 인스턴트 라면다운 자극이 있다. 맛이 당긴다. 문어, 버섯, 파, 양배추 프레이크가 풍성하다.
면 꼬꼬면보다 더 차진데, 굵기도 좀 더 굵다. 짬뽕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너무 씹히는 맛이 강해서 오히려 전체적인 맛이 좀 정신없게 분산된다.
총평 흰 국물이라는 점에서 꼬꼬면과 함께 자주 비교되는데, 맛은 확연히 다르다. 꼬꼬면이 연한 닭 육수라면 이건 기존의 라면에 칼칼한 맛을 강하게 한 뒤, 해산물 육수 맛을 가미한 쪽이다.
3. 농심 뚝배기 설렁탕
국물 공전의 히트를 친 ‘쌀국수 뚝배기’의 뒤를 이어 나온 신제품이지만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포장을 비슷하게 만들었다. ‘쌀국수 뚝배기’가 붉은 국물이었다면 뚝배기 설렁탕은 콩국수 색이다. 하지만 사골 육수 맛이라고 하기엔 온갖 다른 인공적인 맛들이 섞인다.
면 시간을 맞춰 삶았는데, 면이 질겅질겅하다. 서서히 퍼지니 먹을 만했지만, 그땐 퍼진 쌀면 때문에 국물이 걸쭉해져 식감이 떨어진다.
총평 신라면 블랙은 농심의 사골 육수 사랑의 결정판이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진짜 설렁탕의 반도 못 따라가는 뚝배기 설렁탕 육수를 보면서도 ‘왜’라는 의문은 계속 남는다.
4. 한국야쿠르트 놀부 부대찌개 라면
국물 신김치 맛이 강한 반면 햄 맛은 약하다. 한 냄비를 다 비우면 온몸이 절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짜다. 콩나물 같은 부재료를 많이 넣어야 균형이 맞을 듯하다.
면 꾸들꾸들하다. 덜 익힌 라면을 좋아한다면 마음에 드는 면발이지만, 그 짠 국물이 전혀 배어들지 않는다는 약점도 있다.
총평 유명 식당의 맛을 상품화한 제품이 간혹 출시됐는데, 그중 이 라면은 매장의 요리와 맛이 엇비슷하다. 라면이 식당의 요리를 잘 따라 했다기보단 라면과 비슷한 맛을 내는 부대찌개 식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면도 있다.
5. 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국물 풀무원에서 처음 출시하는 인스턴트 라면. 기대만큼 혁신적인 국물 맛은 아니다. 자극적이지 않아 좋지만, 약간 단맛이 도는 국물은 많이 마시면 느끼한 맛으로 이어진다.
면 이 중에서 가장 얇다. 튀기지 않아 그런지 면 자체는 싱거운 편. 퍼지지 않았는데, 퍼진 면을 먹을 때처럼 밀가루 향이 좀 나는 것도 같다.
총평 375킬로칼로리에 기름에 튀기지도 않고 합성첨가물도 넣지 않았다고 하니 이 정도 맛도 장하다고 생각해야 할지, 어차피 인스턴트 라면 먹는 건데 몸엔 좀 안 좋아도 맛이 더 강렬한 걸 먹어야 할지….
6. 삼양 속풀이 황태 라면
국물 황태국의 시원한 맛이 제대로만 섞인다면 더없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숙취 해소로 라면을 찾는 사람들이 정말 많지 않나? 적절한 콘셉트와 직설적인 제목에 비해 맛은 참 아쉽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긴 하나, 그 정도는 황태를 넣지 않은 다른 라면도 낼 수 있다.
면 국물처럼 면도 특출난 게 없다.
총평 마케팅이 제품력을 제치고 혼자서 앞서 나갈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조화. 나가사끼의 흰 짬뽕 맛도 재현하는 삼양인데 황태라면이라고 이름 붙인 채 이런 국물을 만든다면, 안일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