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페이스북의 이상한 형국

2012.05.04GQ

페이스북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돈이 모일 예정이지만, 그 돈의 쓰나미가 오히려 페이스북을 덮칠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이 올해 기업공개를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소 50억 달러를 조성할 것이며, 이는 인터넷 기업 사상 최대 기록이다. 페이스북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 제네럴 모터스, 뉴욕타임스, 스프린트 넥스텔을 모두 합한 금액보다 시가 총액이 높을 것이다. 상장 다음 날, 전 세계의 신문 1면은 마크 주커버그의 웃음으로 도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이지는 않을는지. 마크 주커버그는 진정 기업공개를 원했을까? 미국에선 어떤 회사든 주주가 5백명을 넘어서면 상장해야만 한다. 상장된다는 건 회사의 통제와 동의 혹은 협조 없이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주커버그는 너무 커버린 회사의 ‘일부분’으로 전락하기 직전이다. 워낙 그는 22세 때 10억 달러의 현금 제안을 거절한 탁월한 CEO였고, 맨손으로 페이스북이란 왕국을 만들었으며, 그 왕국의 황제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주주들이 소유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주커버그는 이런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미 그는 페이스북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페이스북이 기업공개를 한다 하더라도, 주커버그는 여전히 의결권의 56.9퍼센트를 점유하고, 독단적으로 자유롭게 이사진을 임명할 수 있으며, 심지어 후계자도 지명할 수 있다. 결국 주커버그는 여전히 페이스북을 장악하고 개인 회사처럼 운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공개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기업공개는 투자자와 직원들에게는 긍정적인 반면, 회사 입장에서 보면 꼭 그런 건 아니다. CEO는 단기 주가 상승에 집중하게 만들고, 창립자로부터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빼앗아 수많은 익명의 주주들에게 나누어준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둔 회사는 기업공개가 나름대로 득이 되었다.

회사는 기업공개를 통해 세금 혜택과 보다 나은 금융 조건을 누리게 되었다. 1933년부터 1998년까지 주식 공모는 미국 자본주의의 원동력이었다. 기업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았고, 그 수익으로 신생 회사를 키우거나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 예를 들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공개 이후 매킨토시와 윈도우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주식시장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자본 분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조금 달라진 듯하다. 일단 기업공개 자체가 쉽지 않다.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 만든 사반스-옥슬리법 때문에 기업공개가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고, 투자자들이 꾸준한 이윤을 증명할 수 없는 인터넷 기업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공개를 할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현금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이익을 내는 회사라는 뜻이 되버렸다. 구글의 경우 2004년 기업공개로 12억 달러를 모았다. 하지만 3년 동안 많은 이윤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구글은 기업공개로 조성한 자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은행에 쌓아두었고, 아직도 그대로다. 지금 구글의 현금 보유량은 4백40억 달러가 넘는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신생 IT 회사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공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수많은 벤처 자본과 엔젤 투자자들이 돈을 대려고 난리다. 그동안 벤처 자본에 투자한 금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2011년엔 전년보다 32퍼센트 오른 1백82억 달러나 되었다. 더욱 중요한 건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더 이상 큰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기술 덕분에 인터넷 회사를 차리는 비용이 엄청나게 저렴해졌다. 그래서 신생 인터넷 기업들은 기업공개에 열을 올리지 않고 있다. 1985년엔 벤처 자본의 지원을 받은 회사는 대부분 4년도 안 돼 기업공개를 했다. 그러나 2009년에는 10년이 넘은 회사도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만약 기업공개의 최우선 목표가 유망한 신생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업공개는 왜 필요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기업공개를 통해 창립자, 직원, 그리고 초기 투자자에게 경제적인 보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기업공개를 할 가능성이 없다면, 유능한 직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스톡옵션을 제시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벤처 자본과 엔젤 투자자의 관심을 가장 먼저 끄는 건 기업공개 가능성이다. 표면적으론 잘못된 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부당한 보상을 야기하며 이를 놓고 투자자와 회사의 이익이 충돌한다.

벤처 자본을 대는 엔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사업 모델은 좀 더 냉정한 계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논리 말이다. 가치가 높아질 회사에 투자하고, 어마어마한 이익을 남기고 지분을 팔아치운다. 벤처 자본은 투자 시점부터 길어야 10년을 기다렸다가 지분 전체를 매각한다. 그런 다음엔 그 회사가 1년을 버티든 100년을 버티든 상관하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벤처 자본의 목표는 성공적인 사업 구축이 아니라 투자자의 부를 좇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벤처 자본은 그저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빨리 성장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애플이나 구글처럼 전 세계에 영향을 줄 만한 기술을 가진 회사의 경우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견 기업 정도로 클 만한 회사엔 문제가 될 수 있다. 투자자는 막대한 보상을 원하기 때문에 회사의 능력에 비해 커다란 위험마저 감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루폰의 경우 2010년 1/4분기에 4천4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8백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이런 결과는 신생 회사로서는 훌륭한 수익이었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1년 1/4분기에 그루폰의 매출은 1천3백57퍼센트가 치솟은 6억 4천5백만 달러가 되었고, 이윤을 남기던 회사는 갑자기 1억 4천6백만 달러의 손실에 직면했다. 이러한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루폰은 벤처 자본의 전적인 지원을 받았고,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쓰면서 매출을 짜냈다. 회사가 투자 금액만큼 빠르게 성장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비틀거린다면 빠르게 쇠퇴할 수 있다. 그래도 그루폰의 도박은 성공적이었다. 그루폰이 창립한 지 3년 만인 2011년 11월에 기업공개를 단행했을 때, 회사의 가치는 1백30억 달러에 달했다. 창립자인 에릭 레프코프스키, 브래드 키웰, 그리고 CEO인 앤드루 메이슨은 억만장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루폰은 가파른 성장 속도를 유지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거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그루폰의 첫 1/4분기 수익보고는 회사 실적에 관한 절망적인 소식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몰락이 현실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앰프드 모바일은 회사의 빠른 성장을 위해 회사의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고객 유치에만 치중했다. 결국 고객 대다수가 돈을 떼먹자, 앰프드 모바일은 2007년에 파산했다. 벤처 자본인 3억 6천만 달러가 회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앰프드 모바일은 결코 망할 회사는 아니었다. 고꾸라질 듯한 속도로 확장만 하지 않았다면 꾸준하고도 적당한 이윤을 낼 수 있는 회사였다. 일단 어떤 회사가 기업공개를 하면, 거대한 성장을 요구할 뿐이다. 따라서 기업공개를 했던 회사는 매 분기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영국의 자전거 선수인 톰 심슨의 사례가 그렇다. 그는 1967년 투르 드 프랑스의 극도로 더운 구간을 앞두고 암페타민과 코냑을 섞어 마셨다. 덕분에 스스로를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벵뚜 산의 경사로에서 쓰러져 죽었다. 단기적 성과를 위해서 모든 것을 걸지 않고 힘을 모아두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일단 기업공개를 하면 시장은 매 분기마다 그런 수치를 달성하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고, 결과는 치명적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존경을 받았던 휴렛패커드의 사례가 증명한다. 회사의 전통보다는 주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위해 비용절감 관리자들은 휴렛패커드의 목을 졸랐다. 지금 휴렛패커드는 그때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작은 회사들이 큰 회사로 인수되면서 회사의 정체성과 임무를 포기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문제는 여러 번 반복되었다. 플리커는 야후에 인수되면서 단순한 사진 공유 사이트로 변질되었다. 테크크런치는 IT 블로그 세계를 평정했지만 AOL로 인수되면서 모기업의 간섭으로 창립자를 포함한 일류 직원 다수가 회사를 떠났다.

NETSCAPE
기업공개 연도 1995년
조성한 자금 2억 7백만 달러
기업공개 당시 직원 수 2백57명
기업공개 직전 회계연도의 매출 8백만 달러
기업공개 직전 연도의 이윤(손실) (1천6백50만 달러)
투자 설명서의 내용 이 회사의 제품과 용역에 관한 시장이 발전하거나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들이 상거래와 통신에 인터넷을 이용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GOOGLE
기업공개 연도 2004년
조성한 자금 15억 달러
기업공개 당시 직원 수 2천2백92명
기업공개 직전 회계연도의 매출 18억 달러
기업공개 직전 연도의 이윤(손실) 1억 2천8백80만 달러
투자 설명서의 내용 사악해지지 맙시다.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회사로부터 더 나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FACEBOOK
기업공개 연도 2012년
조성한 자금 50억 달러
기업공개 당시 직원 수 3천2백 명
기업공개 직전 회계연도의 매출 37억 달러
기업공개 직전 연도의 이윤(손실) 10억 달러
투자 설명서의 내용 간단히 말해서, 돈을 버는 서비스는 만들지 않습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돈을 법니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 신생 회사가 잘못된 수순으로 밀려 들어가는 일을 멈출 때가 됐다.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공개를 원하지 않는 신생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대안으로 급부상한 방법이 있다. 바로 사설 시장이다. 세컨드마켓과 쉐어즈 포스트처럼 온라인을 통해 벤처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사설 시장에서 속한다. 회사들은 공적 조사를 받지 않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설 시장은 기업공개로 가기 전의 중요한 단계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 10억 달러 이상의 주식이 가장 큰 사설 시장인 세컨드마켓에서 거래되었다. 세컨드마켓에서는 다음과 같이 거래가 이루어진다. 회사가 주기적인 경매 일자를 설정하면, 그 시점에 매도자와 매입자가 거래를 희망하는 가격을 제시한다. 보통 회사 측은 먼저 판매하지 않을 거절 권한이 있어 낙찰가에 따라 자사주를 다시 사들일 수 있다. 그리고 공개 시장과는 달리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사람과 기밀 금융 정보를 접할 기회를 통제할 수 있다. 외부의 힘과 영향력을 덜 받는다는 점이 사설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설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기업공개를 통해 공모주를 거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보유한 주식을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고, 매번 경매를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회사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위험성이 크다. 반면 과다하게 거래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공개 시장에서는 초단타매매 방식으로 하루에도 주식을 수백 수천 번 거래할 수 있다. 투자자는 거래마다 작은 이윤과 손실을 경험하지만 회사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그저 흐름을 거래할 뿐이다. 동시에 인덱스펀드 같은 여러 투자 상품을 통해 수십억 달러가 흘러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한다. 주가가 회사의 잠재력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휘둘리게 된다. 사설 시장은 이런 요소를 제거한다. 즉, 주가는 회사의 고유한 전망에 따라 오르내린다.

기업공개를 원하지 않는 신생 회사를 위한 또 다른 길이 있다. 벤처 자본과 엔젤 투자를 완전히 버리고 회사의 이윤을 재투자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물론, 새로운 벤처 자본의 투자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도움 없이도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벤처 투자자이며, 카우프만 재단의 수석 구성원인 폴 케드로스키는 1997~2007년까지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5백 개 기업 목록을 살펴보았다. 그 10년 사이엔 벤처 자본의 붐이 일었던 1999~2000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약 16퍼센트에 불과한 9백 개의 회사만이 벤처 자본의 지원을 받았다. “이런 회사들은 자신이 원했다면 벤처 투자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대부분은 벤처 자본이 없어도 성장할 수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IT 업계가 기업공개 모델에서 멀어지고 있다면, 기존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신생 기업 대부분이 주식을 거저 나눠주기 때문에 이런 특혜를 주지 않는 회사는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덜 받는다. 게다가 스톡 옵션을 제안하지 못해 꼭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기 힘들 수도 있다. 창립자가 기업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회사 주식에 대한 수요가 줄고 사설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는 더 낮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외부 투자자들은 항상 기업공개를 앞둔 회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대표이사들이 기업공개를 하지 않겠다고 할 때, 이들은 엄청난 기업공개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IT업계 CEO들은 예전보다 더 쉽게 기업공개의 유혹을 무시하고 있다. 최근 상정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다면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이 바뀐다. 그렇다면 모든 테크 회사들이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기업공개 요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법안은 회사의 5백인 투자자 제한에 직원을 포함하지 않으며, 그 제한을 1천명으로 올릴 예정이다.

테크 회사들이 기업공개를 대체할 완벽한 다른 방법을 찾아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투자자들은 투자하고 싶은 회사 대부분이 기업공개를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앞으로 신생 회사가 생존과 성장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다양할수록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미 벤처 자본은 이런 개념을 잘 설명하는 개념도 가지고 있지 않나? 옵션 가치, 그것이 바로 미래다.

    에디터
    글/ 펠릭스 샐먼(Felix Salmon)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 김종호(KIM JONG 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