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반갑지 않은 손님

2013.07.26GQ

할리우드 스타가 한국을 찾는다. 팬들은 오매불망 기다렸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이다.

<잭 리처>의 톰 크루즈, <라스트 스탠드>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장고:분노의 추격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아이언맨 3>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노의 질주>의 빈 디젤과 미셀 로드리게즈, <애프터 어스>의 윌 스미스 부자, 그리고 <월드워Z>의 브래드 피트까지, 올해 상반기에 한국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는 어마무지하다. 한 달에 평균 두 팀, 얼추 추려도 올해 개봉한 중급 규모 이상 외화 대부분이 해외 스타 방한을 추진한 셈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적인 성격이 짙다. 실제 홍보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아시아 표본 마켓으로서의 가능성과 상징성이 있다. 한국의 영화시장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몇몇 영화의 독점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역동적인 시장이다. 또한 총 누적 관객 수 1억 9천만 명의 시장에서 1천만을 넘긴 영화가 3편이 넘을 정도로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한, 요컨대 시장 자체의 크기에 비해 단일 영화의 흥행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흥미로운 시장이다. 물론 한국 문화의 전반적인 인식 향상도 무시할 수 없다. K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덕분에 세계 영화의 변방에서 가치 있는 시장으로 이동 중이다. 다시 말해 스타들의 방한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공식적인 프로모션의 일환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우선 과거에 비해 해외 스타의 홍보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할리우드 배우가 방한하는 것만으로 떠들썩했던 과거와 달리 희소가치가 떨어진 탓에 언론은 물론 관객들의 반응마저 시큰둥한 것이 요즘 분위기다. 몇몇 언론과 배급사들은 오히려 해외 스타의 잦은 방문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피로감의 가장 큰 원인은 스타의 방한이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수차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잭 리처> 80만, <라스트 스탠드> 6만, <장고:분노의 추격자> 26만 등 올 상반기에 배우가 내한한 외화 중 100만이 넘은 영화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거꾸로 배우가 방한한 영화들은 전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볼 수도 있다.

오죽하면 ‘톱스타 내한의 저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겠는가. 때문에 배우의 내한도 없었고 블록버스터도 아니었던 중급 규모의 영화 <웜바디스>(116만)가 같은 기간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흥행이란 언제나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볼 때 해외 스타의 방한이 흥행과는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려도 무리는 없다.

게다가 할리우드 스타의 방한에 드는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번 움직일 때 최소 스무 명 내외의 스태프진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평균 1억원 이상의 비용은 기본이고, 부대행사의 규모와 의전 상황에 따라 추가로 더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개는 국내 배급사가 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외화의 국내 평균 관객 수를 생각해볼 때 단일 행사에 1억이라는 만만치 않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한다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이다. 물론 그만큼 효과가 있다면 무얼 해도 상관없겠지만, 올해 해외 스타 내한의 수혜를 본 영화는 아직까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 3>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이것이 ‘로다주’ 효과인지는 검증할 수도 없다.

의전의 까다로움과 행사 내용의 부실함도 문제다. 대부분 월드 투어로 방문하기 때문에 1박 2일 내지는 2박 3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라 공식 인터뷰와 레드 카펫 행사 이외의 일정은 소화하기가 힘들다. 다른 일정을 잡고 싶어도 국내 홍보대행사나 배급사 쪽에는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으니 애초에 다양한 이벤트가 불가능하다. 여러모로 손해 보는 장사,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행사다. 요컨대 내 주머니를 털어 대접해야 하고 그나마도 생색은 저쪽에서 내는, 입 속에 박힌 가시 같은 행사인 셈이다. 오죽하면 국내 배급사 쪽에서 방한을 거절했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그렇다고 갑을 관계를 따지자면 을에 해당하는 국내 배급사 입장에서 대 놓고 거절할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가 따로 없다.

다행히 최근엔 이러한 불만스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한 방식이 차츰 달라지고 있다. 획일적으로 방문만 해주던 과거와 달리 팬들과 교감하기 위해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다각화하고 있는 중이다. 할리우드 배우 최초로 부산에서 레드 카펫 행사를 치른 톰 크루즈나 팬들과의 만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대표적인 경우다. <월드워Z>의 브래드 피트 역시 반나절의 짧은 일정이나마 레드 카펫 장소로 청계광장을 선택하며 적극적인 스킨십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최근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에 대해 이 부분을 언급하고 싶다. 이젠 해외 스타들의 방한만으로 황송해하던 시절을 지나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서비스하는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이 커지고 가치가 올라갔다면 그 정도는 당연하다. 획일적인 홍보든 필요에 의한 방한이든 출발은 거기서부터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 Lee Eun Ho
    기타
    글 / 송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