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만든 황동 연필깍이다. 동그란 건 처음이다. 또르르 굴리면 재빨리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며 구른다. 제법 묵직하고 정교한데다 어떤 기계의 작은 부품 같아서 은밀하게 주머니에 쏙 넣고 싶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아, 연필심이 쉽게 부러진다. 손에 힘을 빼고 정도를 재가며 깎는다. 깎여 나온 나무 부스러기도 수집하고 싶을 만큼 예쁘다. 구멍이 무려 두 개라 심과 가까운 곳, 먼 곳을 나눠 깎는다. 깎다 보면 목수의 마음이 담긴다.
- 에디터
- 오충환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