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는 신라 사람 최치원을 생각한다.
이 사진은 이갑철의 신작이다. <최치원-풍류탄생> 전에서 볼 수 있다. 천 년 전에 여기 살았던 최치원이라는 인물로부터 천 년 후 여기에 사는 현대 작가들이 다양한 해석을 시도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갑철은 안개 낀 아침 꽃핀 나무를 통해 뭔가를 온통 환기시켜 놓는다. 대면하는 순간, 숫제 다른 시간대로 옮겨진 것 같은 기운이 젖는 듯 번지니 사진 속 아침은 결코 어떤 시점에 붙박이지 않고 내내 새로운 계기로 열린다. 그런가 하면 한국 현대 북 디자인의 선구자 정병규 선생은 최치원의 유명한 시 ‘추야우중’ 두 구절을 독특한 방식으로 이식해냈다. 검정색 테이프를 찢어 붙여 글자를 만드는 방식은 ‘디자인’이라는 뉘앙스에 적극적으로 닿는데, 그 결과가 더없이 붓글씨에 가까운 강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히 완결이라 할 만하다. 두 작품만으로도 관람할 가치가 있는 전시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비문탁본, 문필집, 현판, 영정 등의 원작과 현대미술 및 서예, 문인화, 현대무용, 북 디자인 등 총 1백여 점이 한자리에서 모인 전시니만큼, 다소 산만한 분위기에 주의해야 한다. 9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 에디터
- 장우철
- 사진 제공
- 예술의 전당 서예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