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젊은 남자, 이현우

2015.06.25GQ

이현우는 아무런 기대도 바람도 없이 놀고만 싶다.

셔츠는 넘버21.

셔츠는 넘버21.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리해진을 연기한 배우가 인상 깊어서 찾아보니 <글러브>에서 진만 역을, 드라마 <선덕여왕>의 어린 김유신 역을 연기했더군요. ‘이현우’라는 하나의 캐릭터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일관되게 출연한 것 같았어요. 인터뷰를 할 때 매번 이런 “캐릭터와 자신이 비슷한 면이 있다면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제가 맡은 캐릭터는 대부분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욕심을 내서 제 모습과 정반대의 역할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결국 제 성격과 비슷한 역할로 돌아온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연기해도 그 중심에 자신의 모습을 두는 배우는 무리가 없어 보여요. 근데 <선덕여왕>에서 연기할 때는 무조건 눈에 힘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 이런 식으로 카메라를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그래서인지 <선덕여왕>에서 마지막으로 출연한 8회에선 눈이 많이 충혈되어 있었어요. 맞아요. 일부러 강해 보이려고 눈을 뜨다가 빨개졌나 봐요. 예전에는 연기를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어요.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지금은 본래 제 모습 대로 편안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이번 영화 <연평해전>에서 연기한 박동혁도 편해 보였어요. 사병 역할을 한 배우 중에서 유일하게 이십 대 초반이어서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어렸을 때부터 착하고 순수한 역할을 계속 맡았어요. 주변에선 반대로 악역이나 나쁜 남자 같은 역할을 해보라고 많이 말씀하세요. 하지만 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대로를 보여드려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매번 제 모습을 보여드린다고 해서 항상 똑같지는 않을 거예요. 분명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아주 조금씩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넓히고 싶어요.

리액션을 할 때 앙상블을 신경 쓰는 것 같았어요. 오히려 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얼마 전에 같이 <연평해전>에 출연한 진구 형과 맥주 한잔 했는데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다고 말했어요. 예전에 드라마 <로비스트> 촬영 때도 어떤 선배님이 “너 복 받았다, 네 연기는 여기저기 잘 붙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고요. 사실 이렇게 칭찬해주시면 감사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제 본래 성격이 욕심이 없어요. 연기할 때도 ‘따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촬영장에 오면서 직접 랩으로 참여한 ‘거짓말이잖아’를 들으면서 왔어요. 랩을 할 때는 목소리 톤이 연기할 때보다 좀 더 낮았어요. 그 목소리 톤으로 연기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지금도 일적인 자리니까 신경 써서 목소리를 낮게 내고 있어요. 평상시에 친구들이랑 있으면 점점 더 얇고 하이 톤으로 변해요. 연기할 때도 목소리를 일부러 낮게 내면 뭔가 부자연스러워요. 그렇다고 원래 목소리대로 연기하면 너무 높다고 감독님들이 지적하셔서 고민이 많아요.

원래 저도 목소리가 높았어요. 어? 안 높은데요?

말랐을 땐 높았는데 살이 점점 찌면서…. 하하하.

엄청 말랐는데 혹시 술 안 마셔요? 술 자주 마셔요. 근데 소주만 마시거나, 맥주만 마시지는 않아요. 소주랑 맥주랑 사이다 섞으면 엄청 맛있거든요. 하하하. 약간 밀키스 맛이 나요. 동네 친구들이랑 닭발 먹으면서 마시면 최고예요!

남자들끼리 모이면 역시 술 마시는 거 말고는 딱히…. 전 친구들이랑 게임 많이 해요. 롤하고 서든 어택이요. 동네 PC방을 자주 다니는데 게임을 하고 있으면 저보다 어린애들이 와서 툭 치며 말해요. “형, 저도 평택고 나왔어요.” 그러고는 그냥 가요. 하하하.

고향에서 계속 살고 있어요? 태어난 곳은 서울인데 안양에서 두세 살부터 계속 살았어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부모님하고 누나와 20년 넘게 살았어요. 이사 가본 적이 없어요.

20년 동안 방에서 봐온 풍경은 어떤가요? 제 방은 항상 커튼을 쳐놔요. 깜깜해요. 사실 전 제 방에 잘 안 있어요. (작게 웃으면서) 엄마 방에 있어요. TV가 크고 컴퓨터가 안방에 있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대본 볼 때나 잘 때만 제 방에 있어요. 집이 2층이어서 나무가 우거져 있어요.

 

짙은 녹색 티셔츠는 알렉산더 왕 by 톰 그레이하운드

짙은 녹색 티셔츠는 알렉산더 왕 by 톰 그레이하운드.

 

 

 

마지막 여행은 언제예요? 일 말고는 어딜 제대로 나가 본 적이 없어요. 가족들이랑 국내는 좀 다녔어요. 아, 아버지가 참치 관련 사업을 하세요. 그래서 부산을 많이 다녔어요. 둘이서 자갈치 시장 가서 소주 마시면서 얘기하고 그랬죠.

아버지가 약주하시면 이제 대신 운전도 하고 그러나요? 운전 자주 해요. 엄마와 함께 차를 같이 쓰고 있어요.

차 좋아해요? 진짜 좋아해요. 거의 매일 매니저 형과 차에 대해 이야기해요. 이번에 나온 벤츠 S클래스 쿠페를 봤는데요, 와 진짜 예뻐요! 볼 때마다 정말 갖고 싶어요. 으흐흐.

정말 끝내주죠. 저는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보다 쿠페 타입의 차를 좋아해요. BMW 6시리즈하고, 아우디 S7 같은 거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는 잘 모르겠어요. 물론 언젠가 꼭 한 번 타보고 싶지만 워낙 급이 다르다 보니까 엄두도 안 나요.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차나 시계를 엄청 좋아하죠.

시계도 좋아해요? 시계는 안 좋아해요. 이 시계도 제 건데 딱히 관심이 없어요. (비싸지 않은 시계를 차고 있었다.) 평상시 혼자 다닐 땐 제가 입고 싶은 스타일로 입어요. (촬영장엔 흰색 티셔츠와 검정색 진, 검정색 부세미 하이톱 스니커즈를 신고 왔다.)

혼자 있을 때는 주로 뭘 해요? 운전하면서 음악을 완전 크게 들어요. 힙합 좋아해요. 빈지노를 좋아해서 많이 들었어요. 최근엔 블랙넛이 좋아졌는데 안 그래도 오늘 신곡을 발표했어요. 그 노래 계속 들으면서 왔어요. 제목이 ‘Higher Than E-Sens’예요. 제목부터 완전 직접적으로!

직접 랩을 해보는 건 어때요? 사실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면 전 거의 노래 안 하고 랩을 주로 해요. 하하. 기회만 된다면 연습해서 팬 미팅 자리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팬들 반응엔 민감해요? 여러 방면으로 찾아보기는 해요. 인스타그램 하는데 절 태그해서 올리는 걸 수시로 들어가 보고, 네이버에 검색해보기도 해요. 팬 분들 블로그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도 보고요. 한데 ‘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식으로 고민하진 않아요.

클럽도 일렉트로닉보다는 힙합 음악이 많이 나오는 곳에 가겠네요? 이를테면 케이크샵 같은…. 케이크샵에 한 번도 못 가봤어요. 꼭 가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키스에이프의 ‘잊지마’라는 노래를 예전부터 진짜 많이 틀었다면서요? 근데 제가 이태원이나 홍대 쪽 클럽을 거의 안 가서….

강남 쪽 힙합 클럽이라면…. 클럽이라기보다는 옥타곤 힙합 라운지에 가끔 가요. 친구들이랑 음악 듣고 술 마시러요.

 

회색 빗살무늬 티셔츠는 띠어리, 검정색 바지는 시스템 옴므.

회색 빗살무늬 티셔츠는 띠어리, 검정색 바지는 시스템 옴므.

 

 

 

검정색 민소매 티셔츠는 톰 그레이하운드, 검정색 바지는 시스템 옴므.

검정색 민소매 티셔츠는 톰 그레이하운드, 검정색 바지는 시스템 옴므.

 

 

 

최근에 한 가장 큰 일탈이 있어요? 그냥 그렇게 친구들과 놀다 늦게 들어가는 거요.

외박 아닌 외박? 외박 아닌 외박도 아니고 정말 늦어야 두세 시예요. 아버지가 항상 말씀하세요. “열두 시 전에 오라 그랬지!”

어떤 배우는 안정적이고 엄격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었다고 말하기도 해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배우 분들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가난했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 했습니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난 저런 경험이 없는데 어떡하지?’ 라고 불안할 때가 있어요. ‘내가 고민도 없고, 욕심도 없는 게 문제인 걸까?’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한데 제게도 반항심이 있어요.

촬영 콘셉트를 정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현우에겐 자신도 모르는 반항심이 있지 않을까? 엄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성격도 그런 식으로 자리 잡힌 것 같아요. 올바르게 자란 건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저도 모르게 표출되지 않는 반항심이 여기서 (주먹을 쥐어 가슴에 대며) 커졌어요. 그래서 더 친구들하고 놀고 싶어졌어요.

그런 감정으로 촬영해볼까요? 진짜 하고 싶었어요. 반항적이고 불량한 역할.

소품으로 사발면을 준비했어요. 와! 라면 먹는 거예요? 다 먹어도 되는 거죠? 으하하!

 

검정색 민소매 티셔츠는 톰 그레이하운드.

검정색 민소매 티셔츠는 톰 그레이하운드.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김참
    모델
    이현우
    스타일리스트
    구동현(NINE VISUAL)
    헤어
    남순 by 끌림 갤러리
    메이크업
    박정하 by 끌림 갤러리
    장소 협조
    신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