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는 숯만 있다면 그곳이 곧 여름의 만찬장. 온갖 재료를 꼬치에 꿰면 특식 중의 특식.
IDEAS – 늘상 꿰던 그거 말고
01 돼지 껍데기 + 양파 + 파프리카 + 브로콜리 꾸덕꾸덕 구운 돼지 껍데기의 고소한 맛은 잘 알면서, 왜 스큐어에 꿰어볼 생각은 못했을까? 삽겹살과 목살보다 배도 덜 부르고 씹는 맛도 좋다. 느끼함을 잡을 채소와 함께 끼우고 바짝 굽는다.
02 연어 + 적양파 + 레몬 + 주키니 소금만 살짝 뿌려서 구운 연어는 다소곳한 술도둑이다. 오렌지 향이 나는 맥주를 잔뜩 준비해둔다. 연어는 덩어리를 큼직하게 썰어 끼워야 구울 때 바스라지지 않는다.
03 천도복숭아 + 파인애플 + 수박 + 할루미치즈 뜨끈뜨근한 과일에서 줄줄 흐르는 달콤한 수분의 맛이란…. 의외로 구운 수박도 꽤 재미있는 맛을 낸다. 구워 먹는 치즈인 할루미 치즈를 더해 스큐어를 완성하고 먹기 전에 꿀을 살짝 뿌려도 맛있다.
04 순대 + 오징어 + 브뤼셀 스프라우트(미니 양배추) 겉을 바삭하게 구운 순대가 맛없긴 더 힘들다. 다만 꼬챙이에 꿰면 모양과 색깔이 좀…. 대신 오징어 다리를 사이에 끼워 귀여움을 더한다. 아삭한 활기를 더하는 브뤼셀 스프라우트로는 한번 삶은 뒤 끼워야 부러지지 않는다.
05 마늘종 베이컨 말이 + 마 베이컨 말이 + 꽈리고추 + 증편 전지전능한 스큐어 재료인 베이컨으로 방울토마토만 말기엔 좀 아깝다. 마늘종과 마도 감싸본다. 살짝 구운 증편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꽈리고추는 매콤한 한 방을 더한다. 한 상 차린 밥상을 받는 기분이 드는 스큐어다.
GLAZE & DIP – 슬쩍 발라도 좋고 푹 찍어도 좋고
01 스리랏차 고추장 소스 스큐어가 밋밋하다면 소스로 힘을 팍 싣는다. 톡 쏘듯 매콤한 이 소스는 앞 페이지의 순대 스큐어와도 잘 어울린다. 소스는 거의 다 익은 고기 위에 살짝 바르고 자주 뒤집어야 타지 않는다. 스리랏차 칠리소스 4밥숟가락, 고추장 1/2 밥숟가락, 다진 마늘 1/2밥숟가락, 설탕 2/3 밥숟가락, 굴소스 1/3찻숟가락, 후추 약간.
02 쌈장 소스 고기 먹을 때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쌈장. 여기에 몇 가지 양념만 더하면 스큐어에도 어울리는 그럴싸한 소스가 된다. 고기 스큐어라면 뭐든 다 찍어 먹기 좋고, 스큐어 위에 얇게 펴 바를 수도 있다. 된장 2밥숟가락, 고추장 1밥숟가락, 다진 마늘 1/2밥숟가락, 청주 1밥숟가락, 마요네즈 2찻숟가락, 참기름과 포도씨유 약간씩.
03 깻잎 페스토 이 소스를 바르면 칙칙했던 스큐어의 때깔이 산뜻하게 살아난다. 맛도 함께 피어난다. 고기에 바르면 씹을 때마다 깻잎 향이 코를 자극한다. 아래 재료를 모두 믹서에 넣고 곱게 갈아 만든다. 깻잎 20장, 마늘 3톨, 올리브 오일 1/3종이컵, 파르메산 치즈 2밥숟가락, 견과류 1/4종이컵 분량, 소금 약간.
LEFT-OVERS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01 볶음우동 관자, 새우, 브로콜리 등을 끼워 만든 스큐어가 남았다면, 볶음우동을 만든다.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과 다진 마늘을 넣고 향을 내 볶다가 스큐어에서 뽑아낸 재료를 넣고 함께 볶는다. 여기에 삶은 우동면과 볶음우동 소스(돈가스 소스와 굴소스를 5:1 비율로 섞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를 넣고 젓가락으로 신나게 볶는다.
02 타코 스큐어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많다. 닭다리살 스큐어를 실컷 즐기고 난 뒤, 몇 개를 남겨 타코는 만들면 훌륭한 입가심 요리가 된다. 화력이 시들시들한 그릴 위에 또띠아를 구운 뒤 큼직하게 썬 토마토, 할라피뇨, 과카몰리를 우르르 올린다. 닭다리살과 채소 스큐어를 마저 넣고 쌈을 싸듯 말아 먹는다.
03 샐러드 바비큐용 쌈 채소를 살 때, 샐러드용 채소도 충분히 구입한다. 구운 채소와 구운 고기를 구원할 간편한 요리로 샐러드만큼 적절한 게 없으니까. 쇠고기 채끝등심과 버섯,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스큐어를 채소와 겉절이 하듯 섞으면 별다른 드레싱도 필요 없다. 레몬즙을 힘껏 짜 넣고 올리브 오일을 휘휘 두른다.
RESTAURANTS – 불 만난 레스토랑 4군데
01 콘래드 호텔 37그릴 제아무리 통달한 요리사라도 집에서 만들기 까다로운 요리가 있다. 불을 제대로 써야 맛이 나는 그릴 요리, 바비큐 요리다. 한 손으로 들기도 힘든 커다란 고깃덩이를 불과 연기로 다스리는 레스토랑 네 군데를 골랐다. 여의도 콘래드 호텔 37층에 올라앉은 37그릴은 오픈 키친에서 풍겨 나오는 그릴 향을 맡으며 기막힌 한강 야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침 전 세계를 떠돌며 요리한 경력이 있는 데이비드 밋포드 총괄 셰프가 새로 부임했는데, 그래서인지 요리에 훨씬 활기가 넘친다. 서양과 동양의 경계도 신나게 넘나든다. 특히 거친 불 구덩이에서 튀어나온 남자처럼 늠름한 토마호크 스테이크(사진)는 한 덩이가 1.2킬로그램에 육박한다.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이 썼던 손도끼 모양과 닮았다 해서 붙은 육중한 이름이다. 02-6137-7110
02 바베쿡스 온더로드 #1 뉴욕 CIA 요리학교 출신 세 명이 뭉쳐 도곡동에 바비큐 식당을 차렸다. 핀셋으로 식재료를 집어 올려 말끔하게 내놓는 건 이들의 스타일이 아니다. “입학 동기들입니다. 같이 술도 많이 마셨고요. 프로젝트 형식으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요.” 손봉균 대표가 자신의 머리보다 큰 고깃덩이를 썰며 말했다. 바베쿡스는 이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훈연기로 14시간 요리한 양지부터, 수비드한 돼지 목살, 닭다리를 그릴로 다시 한번 구운 한국식 그릴 요리까지 접시가 안 보일 정도로 쌓여 나오는 모둠 플래터(사진)가 가장 인기다. 품위는 거추장스러울 뿐, 이곳에선 누구라도 포크 사이에 고기를 끼운 채 크게 입을 벌리고 만다. 참, 그리고 손봉균 대표는 우리나라 1호 ‘시서론’(맥주 전문가)이다. 이보다 찰떡같은 조합이 또 있을까? 02-575-1103
03 비스테까 꼬또 그랑 서울 지하 1층의 ‘비스테까 꼬또’에서는 피렌체풍 스테이크인 ‘비스떼까 알라 피오렌티나’(사진)를 굽는다. 미국의 ‘티본 스테이크’와 억울하게 뭉뚱그려지기도 하는데, 이건 피렌체 특유의 방식으로 즐기는 호쾌한 스테이크다. 토스카나의 키아나 소를 쓰는 것이 전통이지만, 여기선 (그에 절대 밀리지 않는) 한우 1+ 등급을 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양이 1킬로그램이 넘고, 두께도 여느 스테이크보다 훨씬 두껍다. 그릴로 참숯 향을 입힌 이 스테이크는 레어로 먹어야 진짜 맛을 즐길 수 있다. 비스떼까 꼬또에서 특별히 준비한 암염 그릇 덕에 간도 짭짤히 배어 들었다. 진짜 이탈리아 사람처럼 즐기자면, 비스떼까 꼬도 입구에 마련된 살라미 바에서 간단히 배를 채운 후 이 스테이크에 전투적으로 달려든다. 02-2158-7974
04 존쿡델리미트 델리&그릴 이곳에 앉아 바비큐 스페어립(사진)에 소스를 바르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폭발하는 침샘을 막을 길이 없다. 육가공 기업 존쿡델리미트는 바비큐 메뉴를 강화한 ‘델리 & 그릴’ 경리단길 지점을 이제 막 열었다. 레버를 돌리면 그릴 위의 고기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것처럼 위 아래로 움직이는 우드 파이어 그릴을 설치했다. 그 덕에 불 향을 천천히 머금은 고기 맛을 즐길 수 있다. 백립보다 살이 두툼한 스페어립은 안주뿐만 아니라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톡톡 터지는 맛이 매력인 칼바사 소시지도 놓치면 안된다. 그릴에 구운 과일이 함께 나오는 아이스크림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서울 외곽 어디께에서 캠핑을 하는 착각이 든다. 혹은 누군가의 집 뒤뜰에서 바비큐 파티에 온 것처럼 흥이 난다. 02-796-8050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정우영
- 푸드 스타일리스트
- 김보선, 박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