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한 스물세 살 네 명이 펼쳐 보이는, 이것이 혁오의 세계다.
촬영하는 동안 스미스를 틀어놓았죠. 스미스는 노래와 노래 사이에 잠깐 소리가 없을 때 야릇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오늘 혁오의 노래를 반복해 들으면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노래가 다시 시작되는구나. 불안하다.’ 말하자면 혁오의 음악을 들으면서 불안을 느꼈어요. 정작 본인들은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음악을 어떻게 듣고들 있죠? 현제 음원으로 들을 때랑 라이브로 할 때랑 다르긴 해요. 어찌됐든 무대에서는 에너지를 실어서 하니까, 음원을 들을 때의 뭔가 맥빠짐 같은 게 덜하죠. 라이브랑 음원이랑 간극이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은 해요. 인우 애매한 게 있어요. 저는 연주를 하면서도 애매할 때가 있어요.
드럼을 열심히 치면서 애매함을 물리치려는 걸까요?(웃음) 인우 전 그 애매한 게 되게 좋아서. 오묘한 걸 좋아해서. ‘Feels Like Roller-Coaster Ride’ 같은 곡에서는 특히 다른 거 같아요. 혁 저는 음원도 좋아하는데요. 현제 내가 음원이 싫다는 얘긴 아니야(웃음). 혁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곡을 썼고, 그러다 보니 느끼는 게 다르긴 한데, 음원은 사실 좀 안 듣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왜냐면 전에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공연은 컨디션에 좌지우지되는 편인 거 같아요. 관객 반응이랑 사운드랑 컨디션, 이 세 개가 뭉쳐졌을 때 진짜 에너지가 나오는 걸 느껴요. 그게 안 맞는 날도 있죠.
동건 씨는요? 동건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어요. 인우 개쿨해. 동건 불안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여러 가지 감정이 있겠죠. 저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앨범을 내고, 무대에 오르고, 그러다 보면 이 음악이 과연 내가 하는 음악 같나? 새삼스럽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할 것 같아요. 현제 일단 그 질문에 대합 답은 ‘그렇다’인 거 같아요. 뭔가 흐름에 떠밀리다 보면 이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가, 내 건가, 다시 되묻는 지점을 말씀하신 거잖아요. 우리는 그때그때 좋다고 판단되는 것을 할 뿐이에요. 멋있다, 재밌다, 좋은 것 같다고 판단되는 것만 하는 거 같아요. 그냥 그 자리에서 결정이 나요. 이건 좋아, 이건 별로인 거 같아. 직관적으로 판단을 내리죠. 혁 최근에 그런 생각이 좀 들긴 했어요. 사실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빨리 다음 앨범을 내야 할 거 같아요.
‘갑자기’ 라는 표현을 써볼게요. 공연을 포함해서, 갑자기 표현만 너무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혁 사실 저희끼리 그런 얘기 한 적이 있어요. 그때가 <무한도전> 촬영 전이었던 거 같은데, 우리가 이런 것들을 감당하기엔 갖고 있는 능력치 자체가 애매하지 않을까? 결국 저희가 내린 답은 그냥 우리끼리 확신하면 된다는 거였어요. 판단은 우리 외에 다른 분들이 해주시지만, 계속 때를 기다리는 게 답은 아니었어요. 하면서 부족하다 싶으면 시간을 더 쪼개서 그걸 보완해나가면 된다고. 우리는 우리에 대한 확신만 갖고 앞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그런 과정에서 <무한도전>은 어떤 계기이자 결과가 됐을까요? 출연 전에 어떤 기대나 걱정이 있었죠? 혁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현제 생각이 없었어요. 왜냐면, 혁 (출연 결정이) 안 될 줄 알았어요. 현제 일단 그렇기도 했고, 저희가 예상 가능한 바운더리가 있잖아요. 근데 <무한도전>은 저희의 예상치 밖이었어요. 주변에서 엄청 대단해, 이게 끝이야 얘길 해도, 실제로 와 닿진 않는 거죠. 뭔 뜻인지를 모르는 거죠. 경험하고 나서야, 그게 되게 큰 순간이었다는 걸 느꼈어요. 혁 현제가 말한 대로 지나보니까 되게 큰 이슈였는데, 당시에는 체감을 못했어요. 뭐, 출연하게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마는 거고. 저는 8월에 브루클린으로 놀러 갈 생각하고 있었고요. 출연 확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촬영이었거든요. 무슨 대비나 생각 없이 하다가 끝났어요. 현제 어, 어, 어, 하다가. 인우 저는 <무한도전> 꼭 하고 싶었거든요. 좋아해서. 걱정은 그거. 하다가 틀릴까 봐. 혹시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건 별로 걱정 안 했어요. 동건 그냥 재밌었어요. 말도 안 되지만 혼자만 나오라고 했으면 안 나갔을 거예요. 약간 그런 느낌?
<무한도전> 이후라면 어떤가요? 혁 정신없었죠. 현제 끝나고나서 바로는 진짜 정신 없었죠. 혁 사실 지금도 아직 연장선인 거 같아요. 돌아보기에는 아직 성급한 거 같고 그냥 바쁘고, 정신없고, 계속하고 있는 거 같아요.
한남동에서 데뷔 1주년 기념 공연을 봤어요. 그때가 딱 <무한도전> 끝나고 소위 ‘혁오신드롬’이 일었을 때죠. 그런데 공연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무대를 둘러친 막이었어요. 공연 내내 오혁 씨는 멘트를 안 했죠. 객석에서는 틈날 때마다 “말 좀 해, 말 좀 해”를 연호했고요. 묘하게 ‘거절’이라는 뉘앙스를 느꼈어요. 뭔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음악과 분위기와 객석과 무대와 막과 뮤지션, 조금씩 어긋나 있달까. 혁 그랬죠. 현제 그 지점이 있죠, 분명히. 혁 제가 그날 멘트를 한 마디도 치지 않은 건, 거절의 의미는 아니었어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하는 장치 중 하나였어요. 막을 친 것도 영상과 조명과 음악과 이런 것들이 다 하나가 돼서 몰입할 수 있는 뭔가를 보여주자는 게 옛날부터 세웠던 계획이었고요. 그래서 거절의 의미는 아니었는데, 그때 제가 무대 위에서 느낀 감정은 방금 말씀하신 거랑 좀 비슷한 거 같긴 해요. 사실 저희도 많은 공연을 했지만, (객석의) 그런 반응에는 되게 놀랐거든요. 근데 그건 두 가지 지점인 거 같은데, 우선 저희는 음악이라는 것을 딱 경계에서 좋아하거든요. 음악을 하는 이유도 그렇고요. 우리는 대중을 위해서 음악하는 팀은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대중을 무시하고 우리가 좋은 것만 하는 팀도 아니에요. 우선적으로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되, 저희 콘텐츠에 책임을 질 의무가 있잖아요. 그렇다고 막 타협을 하니 어쩌니 그런 노력을 하진 않지만, 곡 배열이라든지, 뭔가 이 사람들과 맞춰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니까요. 이게 첫 번째 지점이고, 두 번째 지점은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생각은 했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만들고 있는,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이런 무드의 것들이 아직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어려운 게 있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했죠. 그래서 낸 결론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해야겠다.
혁오 씨는 결론까지 갔군요. 동건 근데 얘 이름 혁오로 나가는 거 아니죠?
내가 지금 혁오 씨라고 했어요? 동건 네. 그렇게 나갈까 봐.(웃음)
(웃음)아, 미안해요. 혁오는 팀 이름이고. 오혁은 오혁이고. 그 공연에 대해 좀 더 말해볼까요? 현제 재밌었죠. 근데 사실 거기 모인 분들이 다 우리 팬일까 그 생각은 했어요. 100퍼센트 우리 음악이 좋아서 왔다기보다는 <무한도전>에 나왔던 이미지 소비의 연장선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그땐 그냥 욕심이 들었어요. 지금까지도 계속 욕심이 나는 건, 앞으로 우리가 할 음악에 대한 갈증 때문이에요. 어떤 걸 어떻게 풀어야 될지, 늘 그런 생각만 하는 거 같아요.
촬영 내내 춤을 추던 인우 씨가 지금은 바닥만 보고 있네요.(웃음) 인우 제가 말을 잘 못해서. 혁 못하고 싶을 때 못해요. 선택적으로 못해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해야겠다는 혁오의 다음은 역시 앨범인가요? 혁 네, 정규 앨범이에요. 지금 준비 중인데, 아직 디테일하게 설명하기에는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저희들 기준에서 베스트여야 한다는 건 당연하고요. 좀 더 뭉친 것을 보여줘야 될 거 같아요. 현제 밀도가 있어야 될 거 같아요. 보여줄 색은 분명히 있거든요. 결은 정해졌는데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을 저희끼리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거 같아요. 혁 사실 곡은 다 나왔어요. 곡은 너무 많아서 추리면서 가사 작업을 하고 있어요.
뭔가 모이는 포인트라면요? 혁 아무래도 이전 두 장의 음반을 종결시키는 거죠. 가사나 무드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텐데, 사운드라든지 그 사운드의 밸런스라든지 이런 것들이 사실 음악을 음원으로 들었을 때 통일감을 주는 요소 중에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테크니컬하게 접근해서 밀도를 높여야 할 거 같아요. 한 70퍼센트 정도 된 거 같아요.
여기 너무 조용하네요. 현제 집중하게 되네요.
혁오가 덜컥 이 판에 던져진 상황이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관련해서 짧게 칼럼을 하나 쓰기도 했는데, 이전과 분명한 단절이 있는데, 이후 처음 무대로 올라간 이름이 혁오라는 거죠. 그 단절이 우선 반가웠고, 첫 번째 이름이 혁오라서 더 반가웠습니다. 혁 감사합니다.
2015년을 가장 숨차게 달린 네 사람일지도 몰라요. 돌아보자면 어떤가요? 현제 좋았던 거 같아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짧은 시간에 확 느꼈어요. 인우 저는 작년에 밴드를 잠깐 나갔다 들어왔거든요. 되게 아찔한 순간.(웃음)
첫 음반이 나오고 나서? 인우 아뇨. 혁 아니지 내고 나서지. 인우 아니지. 동건 맞아. 내고 나갔어. 인우 그래? 그랬니? 혁 드럼을 치지 않겠다고 나갔어요. 작곡을 계속하겠다고.
근데 왜 다들 킥킥거리는 분위기죠?(웃음) 혁 패기롭게 나갔어요. 되게 완고하게 나가겠다고 했어요. 동건 공연도 안 온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내가 다른 후배들 연락해서 구해놓았는데, 네가 하겠다면서 왔잖아. 인우 괜히 얘기 꺼냈나 봐요. 혁 근데 그때 왔던 다른 애들이 신기하게 다들 아팠어. 현제 다들 좀 아픈 애들이었어요. 드러먼데 손목에 물이 차서 드럼을 못 친다든지. 이거 어떡하냐 클럽 공연이 몇 개 있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결국 다시 인우에게 연락을 했죠. 인우 그게, 제가 원래 드러머 안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요. 혁 나가고 싶다 그랬잖아. 인우 작곡을 하면서 하고 싶었는데, 그때 같이 힙합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선택을 해야 했어요. 밴드를 나가니까 다시 드럼을 치고 싶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밴드를 나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현제 작년 딱 이때였어요. 엄청 자주 가던 카페가 있는데, 맨날 거기서 셋이 다른 드럼 치는 애들 만나고. 딱 이때쯤이었어요.
팀에서 인우 씨가 가장 문제적인 인물인가요? 인우 그렇네요.(웃음) 현제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죠. 상황이.
오혁 씨는요? 2015년 한 장면이라면? 혁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다가) 동건이 먼저. 생각을 해볼게요. 인우 없네. Empty. 없어. 동건 2015년의 한 장면. 인우 맥주 마신 기억밖에 없을 걸. 동건 저는 되게 좋았는데요. 동시에 드는 생각은 불안감도 되게 커지고. 우리 넷 중에 누가 죽을 거 같은 생각이 막 들기도 하고. 현제 조심히 살게. 동건 그냥 잘 되니까 이제 불안감이 동시에 드는 느낌. 현제 행복해서 불안한? 동건 그런 거 같아. 맨날 그렇다는 건 아니고 올해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크게 기억되는 감정 두 가지가 공존하는 느낌. 현제 사실 그거는 왔다 갔다 하는 거 같아. 그랬다가도 어느 순간 그냥 몰입되면 잊어버리니까. 도와주는 사람도 많아졌고. 항상 긍정적으로 뭔가 해결됐던 거 같아요.
혁오는 항상 친구들과 같이 있죠. 스타일리스트도 친구고, 사진이며 영상이며 늘 친구들이 함께 니죠. 멋있는 일입니다. 현제 맞아요. 만약에 인우가 아니라 나이 많은 형이었으면 되게 슬펐을 거예요.
오혁 씨는 계속 올해의 한 장면을 생각하는 중인가요? 혁 (웃음) 네. 에반스 라운지가 올해지? 동건 2월. 현제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혁 이 친구들 만나기 전에 혼자서 공연을 했는데, 처음 공연한 곳이 에반스 라운지예요. 올초에 함께 거기서 공연을 했는데, 역대 최다 관객이 들었어요. 기분이 되게 묘했어요. 미래가 좀 보였던 거 같아요. 현제 뭔가 우리가 알려지고 있구나 이런 느낌 있잖아요. 그니까 <무한도전>에서 느꼈던 거는 펑!터진 거지만, 직접 느낌으로 와 닿았던 거는 에반스 라운지 공연 때였어요. 뭔가 더 생동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이 갑자기 우리를 보려고 오는 게 되게 생소했었죠. 그 느낌이 기억나요. 인우 되게 공감하고 있어요. 혁 <무한도전> 후에 물론 달라진 것이 많지만, 그게 뭔가 우리한테 자극이 되기 보다는 그냥 좀 더 편리해진 거였거든요. 근데 딱 에반스 라운지 2월에 공연할 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걸 느껴서 좀 더 희열 같은 게 있었어요. 솔직히 얘기하면 저는 그날 공연하면서 더 이상 여기서 공연을 못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도 달랐던 기분에 대해 알 것 같긴 해요. 말하자면 ‘위잉위잉’을 부르는 기분 같은 게,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겠죠. 혁 그렇죠.
지금은 어쩌면 약간 하기 싫을 수도 있을 거 같고. 혁 그렇죠. 아직 적응 중인 거 같아요. 저희는 이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됐잖아요. 사실 질려서 하기 싫은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대중이 원하는, 공연에 와주시는 분들이 원하는 것도 있는 거니까. 아직은 적응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특히 그런 노래가 있어요. 히트곡의 운명 같기도 하고요. 음악가 입장에서는 노래의 주인을 대중에게 넘겨줘야 되는 게 아닌가. 혁 그렇죠. 지금은 그 곡을 높게 평가해요, 제 기준에서. 처음엔 아니었거든요. 그 노래를 타이틀로 한 이유는 유일하게 한국말이라서. 그리고 제가 겁이 되게 많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곡을 많이 들려줬거든요. 근데 반응이 좋았어요.
‘위잉위잉’을 넘어서는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같은 건…. 혁 그 노래를 넘어서는 뭔가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은 없는 거 같아요. 이제 이런 거 어떻게 쓰지? 하는. 물론 못 쓰겠죠. 하지만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도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그저 친구들과 만나면서 만들어 가는 거겠죠. 혁 그렇죠.
네 명 모두 스물세 살 동갑이죠. 현제 저는 제가 되게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얘네들이랑 같이하면서 좀 어려진 거 같아요. 좋은 거 같아요. 같이 하고 싶은 에너지가 생기는 거 같아요. 인우 스물한 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때는 드럼도 아예 안 쳤거든요. 이제 뭐 해야 하나 일이나 해야지 해서 알바하는 시기였고. 스물두 살에는 그 힙합크루에서 뭔가 해보자 하다가 혁이 만나서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리를 잡는 과정이었고. 지금은 그걸 좀…. 혁 파티지 뭐. 스물세 살의 파티. 인우 지켜나가려고.
혁오는 앞으로도 누군가를 당황시길 건가요? 혁 네. 현제 편안한 음악을 해도 당황시키고 싶어요. 혁 저는 평생 직장으로 하고 싶어요. 그게 아니라면 시작을 안 했을 거 같아요.
하필 젊은 록밴드의 광채라는 건 갑자기 타오르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잖아요. 혁 네. 현제 저희가 음악을 잠깐 같이해보자 했는데 갑자기 뻥! 해버린 케이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음악 자체에 대한 각자의 갈증이 있고 욕구가 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좀 더 탄탄해지면 그런 갈증을 풀어나갈 것이고, 또 밴드로 했을 때만 멋있고 밴드로 했을 때만 빛나는 지점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게 저는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정말 같이 풀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여서 계속할 것 같아요.
인우 씨는 다시 나갈 건가요?(웃음) 인우 아니요. 혁 아까 젊은 밴드는 광채가 짧다고 하셨는데 저도 거기에 되게 동감해요. 항상 경계하는 부분이고요. 젊은 건 진짜 좋은 거 같은데 얼마 안 가니까. 근데 저는 폴 매카트니를 좋아하는데 그분은 지금도 빛나잖아요. 그렇게 되고 싶어요.
혁오는 단연 올해의 데뷔이자, 올해의 센세이션이죠. 운도 따랐겠지만, 무엇보다 음악이 좋았고, 생각이 멋있었습니다. 어떤 확신이 있었던 걸까요? 혁 지금도 확신은 못 해요. 준비는 오래 했어요. ‘위잉위잉’은 제가 열아홉 살에 만든 거고, ‘오하이오’도 마찬가지고요. 제 성격이 되게 부정적이었거든요. 누구한테 좋은 소리를 들어도 이건 날 비꼬는 걸 거야 이런 식으로 듣고, 겁이 많고, 그래서 대비를 많이 했어요. 여러 상황에 대한. 만약에 이게 안 되면 어떡하지? 이걸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멋있는 걸 하면서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지?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다 나열해놓고 혼자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다 어느 지점에 왔을 때, 이제는 될 거 같아서 나왔어요.
- 에디터
- 장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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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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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요한, 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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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형 (아우라)
- 메이크업
- 강윤진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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