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서울의 빛 성수동에 자그마치라는 공간이 있다. “여기가 그 핫하다는 자그마치인가요?” 그곳에 처음 가본 사람은 인증을 시도할 때 그렇게 말한다. 자그마치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여기 좀 어둡지 않나’ 하고 느낄 때다. 말하자면 그 조도는 매우 희귀하고 매우 낯익다. ‘유년의 빛’ 혹은 ‘지나가버린 빛’, 기억 속에서 저녁이 올 때, 전등을 켤지 말지 정하려는 섬세한 찰나가 자그마치에 있다고 느낀다. 이대로 불을 켜지 않고 머물고 싶다는 감각과, 이제 불을 켜고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자는 의지 사이에서 자그마치는 선택과 판단을 부드럽게 유보한다. 수조 속 낙지의 빨판 개수를 셀 수 있을 만큼 무지막지한 광량을 쏘아대는 이 도시에서 그 ‘어둡는’ 조도는 참 드물도록 아름답다. 서울에서 아름다운 빛이란, 발견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게임과 같다. 빛이 닿은 모든 곳이 온통 때가 탄 것 같은 도시에서, 사진가들은 가까스로 버티듯이 산다.
-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