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봄 서울의 빛

2016.04.08장우철

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이승연, 망원동, 2014

서울의 빛 성수동에 자그마치라는 공간이 있다. “여기가 그 핫하다는 자그마치인가요?” 그곳에 처음 가본 사람은 인증을 시도할 때 그렇게 말한다. 자그마치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여기 좀 어둡지 않나’ 하고 느낄 때다. 말하자면 그 조도는 매우 희귀하고 매우 낯익다. ‘유년의 빛’ 혹은 ‘지나가버린 빛’, 기억 속에서 저녁이 올 때, 전등을 켤지 말지 정하려는 섬세한 찰나가 자그마치에 있다고 느낀다. 이대로 불을 켜지 않고 머물고 싶다는 감각과, 이제 불을 켜고 새로운 시간을 시작하자는 의지 사이에서 자그마치는 선택과 판단을 부드럽게 유보한다. 수조 속 낙지의 빨판 개수를 셀 수 있을 만큼 무지막지한 광량을 쏘아대는 이 도시에서 그 ‘어둡는’ 조도는 참 드물도록 아름답다. 서울에서 아름다운 빛이란, 발견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게임과 같다. 빛이 닿은 모든 곳이 온통 때가 탄 것 같은 도시에서, 사진가들은 가까스로 버티듯이 산다.

윤송이, Untitled, 2016

이강혁, Sunset, 2015

문소연, 강변 끝자락, 2016

한다솜, 미술관 앞 사람들, 2015

한다솜, Untitled, 2012

채대한, 을지로 봄, 2015

    에디터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