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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시티즌

2018.05.28김창규

일본을 대표하는 시계 브랜드 시티즌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세계 각국의 언론 앞에 매뉴팩처를 비롯한 다양한 모습을 공개했다. 시계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뿐 아니라 스트랩까지 직접 만드는 100% 인하우스 브랜드의 저력을 살펴보자.

 

100주년 기념 컬렉션의 대표 모델인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리미티드 에디션. 크라운과 푸셔가 12시 방향에 위치한 ‘불 헤드’ 디자인이다.

100주년 기념 컬렉션의 대표 모델인 프로마스터 에코 드라이브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리미티드 에디션. 크라운과 푸셔가 12시 방향에 위치한 ‘불 헤드’ 디자인이다.

 

한 세기의 역사를 담다

시티즌은 일본의 워치메이킹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1918년 쇼코샤(Shokosya)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지만, 1924년 ‘시티즌’이라는 이름의 회중시계를 발표한 계기로 1930년부터 동명의 시계 회사가 됐다.

 

1924년 발표한 회중시계 ‘시티즌’. 이 모델의 생산을 계기로 쇼코샤는 브랜드 이름을 시티즌으로 변경했다.

1924년 발표한 회중시계 ‘시티즌’. 이 모델의 생산을 계기로 쇼코샤는 브랜드 이름을 시티즌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이름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상류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시계를 찰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시티즌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올해 바젤월드를 통해 100주년 기념 컬렉션과 1924년의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Cal.0100을 발표했다. 아름답게 가공해 360°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케이스에 탑재한 최신 에코 드라이브 칼리버 0100의 모습을 바라보면 한 세기 동안 시티즌이 얼마나 큰 발전을 이룩했는지까지 보이는 듯하다.

Cal.0100

360°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케이스에 탑재한 최신 에코 드라이브 칼리버 0100의 모습.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1924년에 만들어진 시계를 리메이크했다.

 

시티즌 뮤지엄

시티즌은 도쿄시 외곽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곳의 본관 1층에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모델이 전시된 시티즌 뮤지엄이 있다. 긴 벽을 따라 100여 점도 넘어 보이는 시계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는데, 그 시작은 역시 1924년작인 ‘시티즌’ 회중시계였다. 그 뒤로 1962년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시계’의 기록을 세운 수동 칼리버 버전의 다이아몬드 플래이크, 1년에 3초 이하의 오차만을 허용하는 1975년작 크라이스트론 메가, 최초로 태양 전지판을 적용한 1976년의 크라이스트론 솔라 셀, 케이스 두께 1mm의 울트라신 쿼츠 모델인 1978년의 엑시드 골드, 최초로 라디오 컨트롤 기능을 갖춘 1993년의 모델 등이 이어진다.

시티즌 본사 1층에 위치한 시티즌 뮤지엄의 모습. 사진 가운데 조명이 밝게 빛나는 가느다란 부분이 100여 점의 시계가 전시된 공간이다.

시티즌 본사 1층에 위치한 시티즌 뮤지엄의 모습. 사진 가운데 조명이 밝게 빛나는 가느다란 부분이 100여 점의 시계가 전시된 공간이다.

스위스 하이엔드 메이커들은 박물관을 통해 자신들이 오랜 세월 만들어 온 기계식 시계 아카이브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시계의 역사에서 존재해 온 거의 모든 메커니즘의 모델들이 시티즌의 로고가 새겨져 놓여있었다. 기계식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미요타 매뉴팩처도 소유한 브랜드이지만, 현재 빛 에너지를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친환경 초정밀 쿼츠 무브먼트 에코 드라이브에 더 집중하는 시티즌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과거의 유산보다 앞으로의 미래에 더 집중하는 브랜드의 일관된 자세 때문일 거다.

시티즌은 1962년에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케이스 두께 2.5mm의 다이아몬드 플래이크를 선보여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시계’의 기록을 세웠을 만큼 기계식 시계 제조에도 탁월했다.

시티즌은 1962년에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케이스 두께 2.5mm의 다이아몬드 플래이크를 선보여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시계’의 기록을 세웠을 만큼 기계식 시계 제조에도 탁월했다.

시티즌은 세계 최초로 원자시계의 시간을 라디오 송신탑에서 송출하고, 그 전파를 수신해 시간을 조정하는 라디오 컨트롤 메커니즘을 1993년에 발표했다.

시티즌은 세계 최초로 원자시계의 시간을 라디오 송신탑에서 송출하고, 그 전파를 수신해 시간을 조정하는 라디오 컨트롤 메커니즘을 1993년에 발표했다.

 

이다 매뉴팩처

시티즌은 일본 전역과 해외에 여러 매뉴팩처를 거느리고 있다. 그중 나가노현 이다(Iida) 지역에 위치한 매뉴팩처는 시티즌이 내부적으로 핵심적 역량을 갖춘 곳으로 평가하는 곳. 나가노는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와 비슷한 성격의 지역으로, 높은 산에 둘러싸여 깨끗한 자연을 자랑하며, 사과 재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이다 매뉴팩처 정문에는 사과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도로 건너편에는 소박한 농지도 있다. 이러한 풍경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매뉴팩처와 매우 닮았다. 그들 역시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뜨는 산골짜기 마을에 시계 공장이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매뉴팩처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최첨단 기술의 향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것이 선사하는 주변 풍경과의 이질감 또한 비슷했다.

이다 매뉴팩처의 조립 라인.

이다 매뉴팩처의 조립 라인.

난 몇 해에 걸쳐 다양한 브랜드의 매뉴팩처를 방문해보았지만, 이번 일정은 특별한 기대로 설렜다. 왜냐하면 쿼츠 무브먼트의 생산 라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여기에는 스위스 하이엔드 기계식 워치 매뉴팩처에서 봤던 수많은 CNC 머신들보다 자동화된 조립 라인 위주의 설비가 갖춰져 있었고, 외부 공기와 먼지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드디어 실물로 마주하게 된 쿼츠 무브먼트의 생산 라인은 매우 놀라웠다. 사람의 손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고, 완전 자동화된 기계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브먼트는 플레이트를 얹은 판이 레일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수많은 부품이 결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장난감 기차 레일 같은 트랙 약 20m 가량을 회전하는 동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무브먼트가 완성되었으며, 천장에 매달린 계기판은 오늘 목표량의 몇 %를 현재 완성해 나가고 있는지를 확인시켜 줬다. 완성된 무브먼트의 모습은 1초에 하나 꼴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시계가 다 소비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다 매뉴팩처의 모습. 이러한 하나의 라인에서 하나의 무브먼트가 온전히 탄생한다.

이다 매뉴팩처의 모습. 이러한 하나의 라인에서 하나의 무브먼트가 온전히 탄생한다.

위 층에는 고급형 쿼츠 무브먼트와 무브먼트를 제외한 기타 조립 파트, 테스트와 검수, 마이스터들의 구역이 있었다. 그곳에서 다이얼과 핸즈를 결합하는 모습, 크라운을 결속하고 작동을 테스트하는 모습, 방수 점검을 위한 수압 테스트 등을 살펴봤다. 작업자들은 대단히 정교하고 빠른 손놀림을 갖고 있었으며, 모든 동선은 체계적으로 짜여 있었다. 하지만 일반 기술자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마이스터들은 그들이 스스로의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별도의 원목 테이블 안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방수 테스트 모습.

방수 테스트 모습.

그들이 작업하는 시계는 2016년에 탄생한 에코 드라이브 원이나 캄파놀라(일본 내수로만 전개하는 최상위 브랜드)같은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이었다. 스위스의 매뉴팩처에서도 많은 여성을 볼 수 있었지만, 최고 수준의 컴플리케이션 공방에는 항상 남성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일다 매뉴팩처의 마이스터 6명은 모두 중년의 여성이라는 점이 독특했다.

6명의 마이스터를 위한 별도의 공간.

6명의 마이스터를 위한 별도의 공간.

 

플래그십 스토어

작년 봄, 긴자에 문을 연 긴자 식스는 최근 도쿄의 새로운 쇼핑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시티즌은 그곳의 1층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에서 시티즌의 다양한 모델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카메라나 휴대폰 전문 숍처럼 도난 방지 와이어를 부착한 시계를 점원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착용 가능하다.

넓은 공간에서 시티즌의 시계를 자유롭게 착용해 볼 수 있는 긴자 식스 1층의 플래그십 스토어.

넓은 공간에서 시티즌의 시계를 자유롭게 착용해 볼 수 있는 긴자 식스 1층의 플래그십 스토어.

시티즌은 자사의 최상위 브랜드인 캄파놀라를 전개할 뿐 아니라 스위스의 아놀드 앤 선, 프레드릭 콘스탄트, 알피나, 미국 브랜드인 부로바를 인수해 거대 그룹사로 탈바꿈한 바 있다. 이 중 하이엔드 메이커인 아놀드 앤 선은 바로 옆에 별도의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브랜드의 최신 모델들도 시티즌 플래그십 스토어에 진열되어 있다.

    에디터
    김창규
    출처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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