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토 시오리의 논픽션 [블랙박스]

2018.06.28GQ

누구나 열어봐야 할 상자.

밀실에서의 성폭행은 블랙박스와 같아서 알 수 없다는 표현이 검찰과 경찰로부터 나왔고, 이토 시오리는 블랙박스를 자처하며 그것을 열어젖혔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젊은이가 언론계의 거물에게 성폭행당하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한 기록을 <블랙박스>라는 책으로 엮었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기술하면서 이 ‘논픽션’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대단히 진취적이고 건강한 여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 사회적 편견과 뒤떨어진 제도 앞에서 한 여성의 삶은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묘사를 위한 감정 표현은 절제되어 있지만 그 치욕과 슬픔이 고스란하다. 전개상 흐름이 끊겨도 다른 피해자를 위한 정보를 짚고 넘어가는 대목들 또한 눈물겹다. 누구나 열어봐야 할 상자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