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걸그룹 보물찾기

2020.02.19GQ

2월 내내 많은 걸그룹들이 컴백했다. 오랜 연차를 자랑하는 선배 그룹과 신인 그룹 및 다양한 규모의 소속사들에 속한 걸그룹들이 쉴새없이 무대를 채웠다. 주목할 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는 세 팀을 꼽아 정리해봤다.

여자친구
데뷔 2015년 1월
최근 이슈 새 앨범 <回:LABYRINTH>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의 합작품이라는 점
초점 친근한 콘셉트를 추구했던 여자친구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만나면?

지난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쏘스뮤직의 지분 인수 계약을 완료해 빅히트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라는 소식을 발표했다. 변화를 겪은 후 두 회사가 처음으로 힘을 합쳐 내놓은 여자친구의 새 앨범 <回:LABYRINTH>는 “쏘스뮤직은 기존 경영진을 유임해 레이블의 색깔과 독립성을 유지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말처럼 여자친구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로 쌓아온 서사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를 통해 아이돌 콘텐츠에 불어넣은 미적인 센스를 더하니 흥미로운 결과물이 탄생했다. 타이틀곡 ‘교차로’의 뮤직비디오는 마치 방탄소년단 ‘RUN’의 걸그룹 버전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기존의 여자친구가 타이틀곡 MV에서 활용했던 이야기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탄탄한 토대로 삼아 이 그룹이 지금껏 살아남은 이유를 증명한다. 수많은 걸그룹들이 컴백하고 데뷔하는 와중에도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킨 그들에게 또 한 번 새로운 기대를 걸게되는 순간.

 

이달의 소녀
데뷔 2018년 8월
최근 이슈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의 첫 외부 프로듀싱 참여
초점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라는 이미지를 바꾸는 첫 번째 시도, 성공할까?

이달의 소녀는 12명의 멤버를 순차적으로 공개한 뒤 2018년에 첫 번째 단체 앨범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소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바로 생각나는 사랑스러운, 발랄한, 귀여운 등 몇 가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 +>의 타이틀곡 ‘Hi High’ 이후, 그들은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 로 전세계 소녀들의 다양한 모습을 뮤직비디오에 담으며 보다 도전적인 행보를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소녀들의 모습은 최근에 발표한 <#>에서 ‘So What?’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내세운 타이틀곡에서 또 한 단계 더 주체성을 띤 여성들의 모습으로 나아갔다. “가시 돋친 게 So What / 얼음 같은 게 So What”이라고 외치는 이들의 가사는 최근 적극적인 10대 소녀, 주체적인 여성상 등을 내세운 다른 걸그룹들의 노래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달의 소녀’라는 팀명이나 귀여운 이미지를 내세운 곡들로 비판을 받았던 팀의 행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만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이 처음으로 외부 소속사 아티스트의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점만큼이나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에버글로우
데뷔 2019년 3월
최근 이슈 해외에서의 높은 인기
초점 에버글로우에서 2NE1의 향수와 블랙핑크의 현재가 눈에 띈다면?

에버글로우는 데뷔하자마자 해외 아이튠즈 및 빌보드 차트, 유튜브 조회수 등에서 놀라운 성과를 낸 팀이다. 방탄소년단만큼이나 수치적으로는 주목할 만한 성취인데, 정작 K-POP의 본고장인 한국에서는 이 팀에 대해 아직까지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외 팬들 중에서도 2NE1, 블랙핑크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 뮤직비디오에서 과거 2NE1이 차용했던 강렬한 색감이나 소품들, 블랙핑크까지도 종종 활용하는 화려하고 공상적인 이미지 컷들을 떠올리면 해외에 최적화 된 콘셉트의 걸그룹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소속사에서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에버글로우는 현재 영미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YG엔터테인먼트 걸그룹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오히려 다른 걸그룹들과 큰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는 국내 K팝 팬들도 관심을 갖지 않기가 어렵다. 이제부터는 꾸준히 한국 팬들의 성향을 분석하면서 에버글로우만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만큼의 성과를 밖에서 거뒀다면, 국내에서도 예상치 못한 극적인 성장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가 생긴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