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과학의 획기적인 협업이 렘브란트의 걸작에 담긴 오랜 비밀을 꿰뚫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 The Night Watch’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회화작품 중 하나다. 1642년에 완성됐으며 높이는 3.8미터, 폭은 4.6미터에 이른다. 압도적 위용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과 그가 이끄는 민병대원들의 단체 초상이다. 그림 중앙, 가슴에 붉은 띠를 두른 인물이 바로 코크 대위다. 남성 귀족들의 상의였던 더블릿을 입고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 채 코크의 옆에 선 자는 빌럼 반 루이텐부르크 중위라 전해진다.
‘야경’에는 총 31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대상을 질서정연하게 나열하는 구성이 유행이었다. 렘브란트는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 인물의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역동적이고 혼란스런 정경을 완성했다. 대원들은 저마다 장총과 창, 칼을 들고 있으며 북을 치는 고수를 향해 강아지가 짖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소녀의 허리춤에는 닭이 매달려 있다. 빛을 잘 표현했던 렘브란트 특유의 화풍에 따라 번득이듯 드러나는 디테일이 있는가 하면 나머지 부분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라익스 미술관 Rijksmuseum으로 불리는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은 전 세계에서 렘브란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야경’은 이곳의 명예의 전당 가장 안쪽에 전시되어 있다. 렘브란트의 대표작은 2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곳을 네덜란드 회화에 헌정된 신전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2019년 8월, 어느 수요일의 풍경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그림은 액자에서 분리된 상태였고 가장자리의 캔버스 천이 지저분하게 드러났다. 그림도 절반만 시야에 들어왔다. 나머지 부분은 두 대의 시저 리프트에 가려져 있었다. 리프트 위에는 그림과 평행하게 대치한 커다란 철제 기기가 놓여 있었다. 그 정체는 매크로 X선 형광 Macro X-ray Fluorescence 스캐너로, 사물에 포함된 화학 성분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장비다. 17세기 명작과 21세기 첨단기기는 임시로 설치된 거대한 유리방 속에 마주하고 있었다.
라익스 미술관은 현재 ‘야경’에 대한 전례 없는 연구와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첨단 이미징 장비와 데이터 분석 기법을 사용해 그림을 분자 단위까지 쪼개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오퍼레이션 나이트 워치 Operation Night Watch’라 명명된 프로젝트에는 화학자, 보존 전문가, 역사학자, 프로그래머 등의 전문가들이 동참했다. 그들의 목표는 과거 렘브란트가 대작을 어떻게 완성했고, 처음에는 어떤 모습이었으며, 수백 년이 지나면서 작품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개발되고 동원된 분석 기법은 과학적 관점으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기틀을 다지는 한편 기존의 미술 연구와 복원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오전 8시 30분. 미술관이 개장을 준비하는 동안 두 사람이 시저 리프트에 올라 ‘야경’과 대치하고 있었다. 회화 보존 전문가인 수잔 스멜트 Susan Smelt와 안나 크레켈러 Anna KreKeler는 매크로 X선 형광 스캐너를 작품과 마주하도록 위치를 조정했다. 스멜트는 스캐너 헤드가 그림 표면에서 정확히 1센티미터 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회화 작품은 나무판자와는 달라요. 표면에 굴곡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림과 정확히 평행이 되어야 해요.” 스캐너 헤드와 그림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오전 9시가 넘자 라익스 미술관의 대표작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등장했다. 그로부터 1시간이 더 지나고 스멜트와 크레켈러는 작업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스캐너 헤드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기기 본체에 주황색과 붉은색의 불빛이 켜졌다. X선 방출을 알리는 신호였다. 미술관 측은 ‘야경’의 명성을 고려해 오퍼레이션 나이트 워치 프로젝트의 전 작업 과정을 관람객이 보는 상태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임시 연구실과 미술실을 분리하는 유리문에는 ‘방사선 경고’라는 노란색 문구가 적혀 있다.
매크로 X선 형광 스캐너는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장비보다 훨씬 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형광 X선을 사용해 특정 부분에 어떤 화학 성분이 존재하는지 밝혀낸 뒤 그곳에 쓰인 안료를 추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납 성분은 함께 발견된 성분의 종류에 따라 연백 또는 납주석황색 안료가 쓰였다는 단서가 된다. 렘브란트가 자주 사용한 안료 중에는 스몰트 Smalt가 있다. 푸른색으로 염색한 유리를 갈아서 만든 안료다. 스멜트가 설명했다. “푸른색 유리에는 코발트와 니켈, 비소가 함유되어 있어요. 이 세 가지 성분이 함께 나타나면 스몰트가 사용된 거죠.” 그림에서 발견한 화학 성분은 총 33가지였다. 이를 기반으로 스캐너는 각각의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의 첫인상은 원작을 흑백으로 변환한 네거티브 필름이 연상되지만 저마다 미세한 차이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칼슘 지도에는 어두운 배경의 디테일이 다른 지도보다 선명히 부각된다.
스캐너가 어떤 안료가 어디에 쓰였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렘브란트의 화법을 면밀히 이해할 수 있다. 코발트 지도를 보면 그림 왼쪽 끝의 인물이 착용한 장화가 유난히 빛난다. 장화는 탁한 갈색을 띠는데 렘브란트가 푸른색뿐 아니라 다른 색에도 스멜트를 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그가 유화 물감을 두껍게 칠해 질감을 강조하는 임파스토 기법으로 유명했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X선은 그림을 투과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물감 안쪽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라익스 미술관에 모인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야경’의 창작 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길 기대한다. 렘브란트가 이미 완성된 인물의 위치를 다시 옮겼거나, 작품 완성 직전에 추가로 더한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 분자 수준으로 그림을 분석해 얻은 정보는 복원 작업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오퍼레이션 나이트 워치 프로젝트의 시발점은 작품에서 우측 하단의 강아지 그림 주위를 연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희부연 흔적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렘브란트가 의도적으로 삽입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분석 결과는 변색의 원인을 밝혀내는 주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날은 21시간에 걸쳐 스캔이 진행됐다. ‘야경’을 전부 스캔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56차례 반복해야 한다. 다음 단계에선 고해상도 카메라로 최대 1만2천5백 장의 사진을 찍는다. 연구진은 수백 개의 파장을 이용하는 이미지 분광법, 물감 위에 바른 바니시의 반투명한 층을 볼 수 있는 광간섭 단층 촬영, 등고선도처럼 그림 표면의 높낮이를 측정하는 구조광 3D 스캐닝 등의 이미징 기술도 동원하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과 데이터 분석을 마친 뒤 비로소 프로젝트는 보존 작업에 착수한다. 크레켈러는 이 같은 ‘풀 바디 스캔’이 미술품 복원과 보존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암덩어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 수술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라익스 미술관의 정문 건너에는 붉은 벽돌과 가파른 회색 지붕으로 이뤄진 건물이 있다. 엽서에서 볼 법한 그곳에서 연구가와 보존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가치가 큰 미술품의 비밀을 파헤치고, 과거의 모습과 위용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익스 미술관의 수석 과학자이자 암스테르담 대학교의 교수인 로버트 에드만 Robert Erdmann은 이 건물 2층에서 근무한다. 그의 사무실 풍경은 과학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의 세트장과 닮았다. 에드만은 4대의 모니터를 사용하며,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은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보호기 이미지가 전부다. 그는 프로젝트에서 수집한 이미징 데이터의 처리와 시각화를 책임진다. 애리조나 대학에서 재료 과학을 연구한 에드만이 직면한 문제들 중 하나는 수집한 데이터의 방대한 양이다. 약 6백 테라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고해상도 사진의 픽셀은 적혈구 크기보다 작다. “우리가 촬영한 사진은 안료의 입자와 붓의 한 가닥 흔적까지 다 보여줘요. 덕분에 작가의 필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죠.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어요.”
에드만은 ‘야경’ 전체에 대한 고해상 이미지를 제작하기 위해 사진들을 이어 붙인다. 이때 눈에 띄는 결함은 없어야 한다. 여러 장의 사진을 붙여 파노라마를 만든 경험이 있다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알 것이다. 사진마다 광량이 다르며 어떤 사진은 가장자리가 어두운 비네팅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렌즈에 왜곡이 있거나, 사진마다 초점이나 다르거나, 카메라의 각도가 조금씩 기울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조건 속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든다고 떠올려보자. 그것도 수천 장의 사진으로, 매우 정밀하게.
에드만은 여러 기술을 사용해 수집한 데이터를 미술품 보존 전문가와 역사학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그의 업무에서 제일 큰 부분이다. 그중 “커튼 뷰어 Curtain Viewer”라 부르는 기법이 있다. 위치를 정확하게 맞춘 서로 다른 이미지를 최대 네 장까지 겹쳐서 보여주는 브라우저 기반 도구다. 이미지 위의 커서를 움직이면 한 지점에서 각각의 이미지들이 갖는 차이를 즉시 비교해보는 게 가능하다. 덕분에 이미지들을 번갈아가며 봐야하는 수고로움 없이 원하는 부분을 집중 조사할 수 있다. 에드만은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us Bosch가 괴이한 형태의 식물 옆에 선 세례자 요한을 그린 작품으로 이 기법의 사용 방식을 보여줬다. 커서를 움직여 식물 그림 위에 적외선 이미지를 불러내자, 그 자리에 인물을 그렸던 흔적이 드러났다. 아마도 그건 기부 요청을 거절해 그림에서 삭제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후원자일지도 모른다.
에드만이 개발한 이 기법은 매크로 X선 형광 스캔을 통해 얻은 ‘야경’의 다양한 성분 지도들을 비교해 다수의 성분이 함께 존재하는 지점을 찾은 뒤 어떤 안료가 사용되었는지를 추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주석과 납이 동시에 발견된 부분에 사용된 안료는 납주석황색일 가능성이 높다.
에드만은 현재 개발 중인 기법도 소개했다. “픽셀 스웜 Pixel Swarm”이라 부르는 이 도구를 사용하면 33개 성분 지도를 한꺼번에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는 렘브란트의 제자가 그린 작품으로 추정되는 ‘붉은 모자를 쓴 사내’를 화면에 띄운 뒤 코발트와 비소 성분을 비교하는 산점도를 만들었다. 이는 코발트를 포함한 픽셀과 비소를 포함한 픽셀, 그리고 두 성분 모두를 포함한 픽셀을 나타낸다.
코발트와 비소가 함께 발견되는 부분은 스몰트 안료 사용을 의미한다. 에드만은 코발트와 비소를 모두 포함한 픽셀들을 선택해 파란색으로 바꿨다. 비소만 있는 부분은 오피먼트가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오피먼트는 독성이 강하고 분해가 빠른 안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빛으로 반짝이는 성질 때문에 널리 사용됐다. 에드만은 이 픽셀들을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그림의 이미지를 다시 띄우자 아까와 달리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빛나는 픽셀들이 보인다. 파란빛은 주로 갈색과 검은색 배경에서 발견된다고 했는데 붉은 모자의 가장자리에도 나타났다. 이 사실에서 모자의 크기가 원래는 더 작았고, 테두리 부분은 나중에 배경 위에 덧칠한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인물이 걸친 붉은 코트에서는 노란 픽셀이 발견됐다. 오피먼트 안료를 사용해 코트의 광택을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야경’이 거쳐온 보존의 역사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단체 초상화인 이 작품의 공식 작품명은 ‘프란스 반닝 코크와 빌럼 반 루이텐부르크의 민병대’다. 민병대가 본부 건물에 걸기 위해 렘브란트에게 의뢰한 것이다. 그림에 대한 관리는 소홀했던 모양이다. “그림이 걸린 곳은 커다란 홀이었는데, 그 안에서 사격 훈련과 연회도 열렸다고 해요. 훼손된 부분 중 일부는 당시의 것이라고 확신해요.” 보존 전문가 에스터르 반 다윈 Esther van Duijn의 설명이다.
다윈은 그림의 상태와 복원 시도에 관한 자료를 찾는다. 그녀의 연구는 오래된 문헌에서 출발해 이미징 결과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편 작품이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된 경위를 밝힌다. 1715년, ‘야경’은 민병대 본부에서 암스테르담 시청사로 옮겨졌다. 가장 심각한 훼손이 가해진 시점이다. 새롭게 보관될 자리보다 작품이 크다는 이유로 사면을 통째로 잘라냈으니 말이다. 오늘날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결정이었다.
난도질을 당하기 이전의 모습은 렘브란트와 동시대에 활동한 화가들이 제작한 축소판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현재 라익스 미술관의 원본 옆에 걸린 작품도 그중 하나다. 네덜란드 화가 게리트 룬덴스 Gerrit Lundens의 것으로 폭은 86센티미터밖에 안 된다. 이 축소판에는 잘려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인물이 존재한다. 오퍼레이션 나이트 워치의 연구진은 ‘야경’의 이미징 작업 착수에 앞서 이 축소판을 대상으로 몇 가지 도구를 시험했다. 그 결과 물감 아래쪽에 아동용 색칠 공부 책에 쓰이는 것과 비슷한 네모난 격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야경’은 시청사와 라익스 미술관에 소장된 기간 동안 여러 번 복원을 거쳤다. 클리닝 작업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캔버스 천이 추가됐으며 바니시 처리도 받았다. 다시 말해, 시대의 흐름에 따른 기법과 유행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긴 ‘야경’은 그 자체로 미술품 보존의 역사라 할 수 있다. 19세기에는 노란색 바니시의 인기가 높았고 앞서 17세기 거장들도 그 색을 즐겨 사용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문제가 생겼다. 바니시 층에 미세한 금이 생기면서 그림이 흐릿하고 탁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원 전문가들은 작품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해 복원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후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야경’은 안전한 장소로 옮겨 보관됐다. 그 과정에서 그림을 둘둘 말아야 했는데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감이 칠해진 면이 바깥을 향하도록 했다. 1945년 ‘야경’은 라익스 미술관으로 되돌아왔다. 이 작품은 ‘야경’으로 불리기는 해도 원래 배경은 밤이 아니었다. 하지만 점점 어둡게 변한 바니시 층이 칙칙한 분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1970년대에 이르러 미술관은 새로운 복원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5년에 일어난 무자비한 사건 때문에 복원을 서둘러 진행했다. 관람객이 작품을 칼로 난도질한 것이다. 열두 번이나 휘두른 칼이 캔버스를 뚫었다. 그중 가장 긴 상처는 50센티미터에 달했다. 반닝 코크 대장의 다리 사이에는 찢긴 캔버스가 겨우 매달려 있었다. 성분 지도에는 이런 흔적이 드러난다. 렘브란트가 사용한 안료와 복원 재료의 화학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존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적용된 새로운 분석 기술은 진척을 보이고 있다. 앞서 연구진은 시험 삼아 ‘야경’에 생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 덧댄 캔버스 조각을 대상으로 광간섭 단층 촬영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나름의 깊은 역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윈은 “꽤 오래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19세기에 삽입됐거나 어쩌면 그보다 더 이른 시기일 수 있어요. 왜냐면 ‘야경’처럼 여러 차례 복원 과정을 거쳤다는 기록이 나왔어요. 1945년부터 1975년 사이에 칠한 바니시도 남아 있죠. 이 작은 조각은 역사가 기록된 단서이자 흥미로운 연구 대상인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미징 조사는 작품의 현재 상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복원 작업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강아지 그림을 둘러싼 흐릿한 흔적은 물감이나 바니시 층에서 일어난 모종의 작용 때문일 수 있다. 화학적인 조사를 거쳐 손상 원인을 밝혀내야 최적의 처리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미술품 보존의 추세는 가급적 원래의 물감은 건드리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작업하는 식이다. 오퍼레이션 나이트 워치의 연구진은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그림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 전까지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손을 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
프로젝트 일정상 보존 단계는 2020년 6월쯤 시작된다. 모든 과정과 작업은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만약 이미징 조사를 마친 후 미심쩍거나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면 연구진은 물감 층의 단면을 잘라 분석할 수 있다. 작품에 티가 날 정도는 아니다.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샘플이다. “미세한 샘플이지만 귀중한 정보가 담겨 있어요. 하지만 확신 없이 섣불리 실행하지는 않을 거예요. 어쨌든 작품에 칼을 대는 거니까요”라고 스멜트가 말했다.
최신 기술의 도입은 프로젝트의 모든 작업이 하나도 빠짐없이 세세히 기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흥미로운 동시에 두려운 변화다. 훗날 미래의 보존 전문가들은 작품에 손을 대기 전과 후의 상태를 지금보다 향상된 기술을 통해 픽셀 수준으로 관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현미경 아래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어요”라는 다윈의 말처럼 지금의 복원 방식이 50년이나 1백 년이 지난 후에는 19세기의 노란 바니시 취향처럼 구식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오퍼레이션 나이트 워치는 ‘야경’의 복원 외에도 미술계를 위한 지식과 자료를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한 기술을 더 많은 소장품 복원에 활용하고, 다른 미술관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에드만은 “매우 특별하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예요. 동시에 기술을 발전시킬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항공우주 산업과 의료계로부터 이미징 기술과 데이터 시각화 도구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그가 어깨를 펴며 말을 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술의 기술 발전 수준은 다른 분야보다 20년 이상 뒤처져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최첨단에 서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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