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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미쉐린 3스타를 지켜온 ‘니혼료리 칸다’의 셰프, 칸다 히로유키의 본질

2026.04.23.전희란

“진정한 맛은 오직 담담함 속에 있다” 라는 말을 좌우명 삼아 왔습니다. 저에게 일본 요리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보물이자, 이제는 제 인생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단 몇 년도 지켜내기 힘든 미쉐린 3스타를 첫해부터 19년 동안 유지했다니, 실로 대단합니다. 미쉐린 별이라는 것이 셰프인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대단한 영광으로 느낍니다. 물론 부담도 돼요. 일본 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 오신 손님을 모시게 되면, 그분들은 저희 요리를 ‘일본 최고의 요리’라고 기대하니까요.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진정한 맛은 오직 담담함 속에 있다”는 말을 좌우명 삼아 오셨죠. ‘칸다스럽다’는 개념은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일본 요리는 ‘덜어냄의 미학’이라고 믿고 있어요. 저는 식재료의 본질을 어떻게 심플하게, 간결하게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해요. 그것이 ‘칸다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해요.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고, 요리 스스로가 이야기하도록 설명을 덜고 절제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맞습니다. 단순한 것과 간결한 건 달라요. 겉으론 심플해 보여도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요소가 내재되어 있죠. 그것이 그냥 심플함이 아닌 ‘복잡함’을 내포하고 있는 심플함이에요. 그것이야말로 일본 요리의 궁극적인 모습이자, 내가 지향하는 바예요. 좋은 재료에 최소한의 손길만 더해 최고의 타이밍에 맛보이는 것. 그것이 제가 비로소 바라는 바입니다.

셰프의 근원, 고향 도쿠시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듣고 싶어요.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면 제가 종종 테이블 치우는 일을 돕곤 했어요. 그때 그릇에 요리가 남아 있으면 아쉽고, 때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왜 남겼을까? 우리 부모님이 정성껏 만든 요리인데···. 그러면서 손님이 손대지 않은 요리를 누나와 함께 몰래 먹기도 했죠. 그러는 동안 막연하게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요리사가 된 이유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지만, 실은 그 이유가 특별하지 않아요. 우리 시대에는 부모가 하는 일을 대를 이어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거든요. ‘어린 시절 따뜻한 밥상’의 기억을 건져올리면, 늘 일본식 달걀찜 ‘차왕무시’가 떠올라요. 뚜껑을 여는 순간 표고버섯과 유자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은행과 가마보코, 백합 뿌리, 닭고기가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는 그 요리는 제게 참으로 근사한 진수성찬이었어요. 처음 그 따뜻한 차왕무시를 먹고 벅찼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해요.

음식이 남은 접시를 보고 아쉽다고 느꼈던 감정이 지금 요리하는 데 영감이나 힘이 되나요?
그것이 바로 근본에 있어요. 요리를 남기지 않게 하고 싶다, 따뜻한 요리는 따뜻할 때, 차가운 요리는 차가울 때, 가장 맛있는 그 순간에 먹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제 요리의 뿌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다 비워진 접시가 셰프에게 최고의 찬사인가요?
글쎄요, 어느 정도는요. 더 중요한 건 손님이 요리를 드실 때의 표정이에요.

복어, 두부, 파, 캐비아가 아름답게 포개진 시그니처 디시.

‘표정’이요?
열여덟 살에 처음 수련을 시작했을 때부터 카운터를 좋아했는데, 손님이 맛보고 있는 순간의 표정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었어요. 먹고 나서 바로 전해지는 행복한 표정, 끊이지 않는 긴장감. “오늘 어떠셨나요? ”라는 물음에 돌아오는 “맛있었어요”란 말을 저는 그다지 믿지 않아요.(웃음)

아마 어젯밤 이곳에서 식사하면서 저는 연신 그런 표정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미소)

공간을 프로듀스한 현대 미술 아티스트이자 건축가 스기모토 히로시, 작곡가 등 여러 예술가와 교류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요리 외길이었음에도 폭넓은 관계를 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맞아요. 제 주변에 아티스트가 많아요. 만화 <죠죠> 알아요? 지난 연휴 때 그 만화가 아라키 히로히코와 함께 호주로 여행 다녀왔어요. 그 외에도 작곡가, 가수, 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어요. 분야는 달라도 최종적으로는 다들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거든요. 각자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고 파악할 것인지에 대해서. 혹시 영화 <국보> 봤어요?

좋아해요. 울었어요.
대단했죠. 요시자와 료 잘생겼죠?(웃음) 저는 <국보>에서 후지미야(富士見屋) 주인인 나카무라 간지로(아가츠마 센고로 역)와 친구예요. 주인공 키쿠오를 걷어찬, 여자친구의 아버지 역할이요. 가부키 세계에는 어두운 면도 있고, 소위 ‘노동기준법’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보다는 하나의 길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의 빛나는 열정을, 영화는 보여주죠. 영화를 보고 간지로와 저는 비슷하게 느꼈더라고요. 정해진 시간만 일한다면 좋은 것은 나올 수 없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대단한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평생 그렇게 사는 건 아니니, 일정 시기에는 몰두해야만 한다고. K-POP 아티스트도 하루에 8시간만 일하나요? 아니잖아요.

여름 시그니처 디시인 은어 소금구이. 기후현 나가라강의 천연 은어를 사용해 겉은 유리막처럼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다.

<국보>가 천만 관객이 넘었다는 건, 요즘 젊은 세대 역시 그러한 메시지로부터 울림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보통으로 일하면 보통의 인생밖에 없다. 만약 대단한 일을 하고 싶다면 대단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국보>가 말해주고 있어요. 우리 레스토랑은 노동기준법에 따라 노동 시간이 짧아요. 한 달에 20일 일하고 4일은 반나절만 근무해요. 설날, 골든 위크에도 쉬고요. 단, 할 땐 반드시 집중해서 해요. 필사적으로 열심히 해요. 오랜 시간 어중간하게 하는 것보다 힘들어도 집중해서 이 시간을 공유하고자 해요. 집중할 때가 있다면, 반드시 느슨할 때도 있어야 해요. 저는 요리사가 주방 밖으로 나가서 많은 걸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주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정답이 아닌가요?
요리는 문화인데, 주방에만 있으면 요리의 문화성을 알지 못하게 돼요. 요리엔 기술, 지식, 경험 이 세 가지가 필요해요.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지식은 여러 공간, 사회에서 배웠으면 해요. 책을 읽든지, 다른 요리를 먹으러 가는 경험도 했으면 좋겠어요. 요리를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손님으로서의 경험도 필요해요.

책에 “요리와 조리는 다르다”고 쓴 대목도 기억에 남네요. 셰프로서 재료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나요?
모든 조리법과 온도 대역을 과학적으로 테스트해요. 어떤 식재료를 ‘좋아한다’고만 느낀다면 그 식재료의 본질을 아직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있고 항상 표리일체예요. 저는 전복을 먹기로 결정하면 쉬는 날마다 전복을 먹어요. 덴푸라를 먹기로 했으면 계속 먹어요. 덴푸라만 100번 먹으면 누구나 덴푸라를 싫어하게 되죠.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런 덴푸라라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덴푸라가 있다면, 그게 ‘본질’이겠죠. 감각을 수련하기 위해 때론 비싼 요리도 먹어봐야 본질을 닦는 힘이 생겨요.

영하 5도에서 1년간 숙성해 깔끔하고 산뜻한 No.1

본질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본질을 모른다면 요리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을 파악하는 힘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죠?
오직 노력한 사람만이.

칸다를 아는 사람은 입을 모아 말하더군요. “페어링이 훌륭하다”. 셰프가 애주가라서 가능한 일인가요?
어쩌면요.(웃음)

맑고 투명함. 칸다 No.1을 먼저 마셔보고 셰프의 쌀밥을 맛보니, 무릎이 탁 쳐지더군요. 셰프가 직접 프로듀스한 사케 ‘칸다’를 만들기 전까지 어떤 갈증이 있었나요?
그 전까지는 내 요리에 완벽히 어울리는 술이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죠. 술을 빚는 양조장 ‘호스이 주조’는 제 고향 도쿠시마에 있어요. 1913년 창업 이래 일본술 외길을 걸어온 곳이고, 이름은 ‘향기로운 물’이라는 뜻을 지녀요. 제가 프로듀스하는 술은 50퍼센트까지만 깎는다는 원칙을 만들었어요. 요즘은 쌀의 95퍼센트, 심지어 99. 몇 퍼센트까지 깎는 사케도 등장했는데, 저는 그것이 쌀에 대한 존중 부족인 것 같아요. 낭비이기도 하고, 일본인 정신에도 맞지 않죠. 쌀을 50퍼센트까지만 깎아내는 대신, 만든 후 저장 시간을 둬요. 만든 직후에는 당분이 남아 있어서 단맛이 나는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처럼 사케도 저장 기간이 필요하거든요. 요즘은 단맛보다 쌉쌀한 카라쿠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쌉쌀한 술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거듭 고민했고, 반복 끝에 낸 결론이 영하 5도에서 1년 동안 저장하는 거였어요. 2년, 3년 숙성도 시도해봤는데 결과적으로 1년이 가장 좋았어요.

힘과 기품을 겸비한 맛을 구현한 No.3

쌀을 많이 깎아내는 게 ‘일본인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의미 있는 사치는 괜찮지만, 의미 없는 사치는 타락이라고 생각해요. 식재료에 대한 존중도 아니고요. 우리 식당에서 물냉이 잎을 요리에 사용하면 줄기는 버리지 않고 우리가 먹어요. ‘무언가를 버려야 뭔가를 만든다’는 것이 나는 별로예요. 그것은 호강이 아니라 ‘오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갓 출시된 ‘No.3 오마치’도 무척 궁금한데요. 기존 ‘No.1 준마이 다이긴조’의 투명함과는 대비되는, 오마치 쌀 특유의 풍부한 감칠맛과 과실미가 특징이에요. 저온 장기 발효를 통해 화려한 향기와 깊은 바디감, 싱그러운 단맛이 조화를 이루죠. 힘과 기품을 겸비한 맛을 구현하고자 했어요.

라벨을 와인 리스트에 붙이는 시도도 일찌감치 시작했었죠?
22년 전, 칸다를 시작했을 때 일본에서는 와인 이름만 보고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적었어요. 그런데 라벨을 보면 지난번에 마셨던 와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라벨이 멋져서 마셔보고 싶기도 하잖아요. 라벨이 전해주는 감성이 분명히 있고요.

칸다 사케 라벨을 통해서는 어떤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물의 소중함, 아름다운 맛의 표현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칸다 사케가 결국 칸다의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믿음이 있나요?
저의 ‘감성’에 맞는 술이니까, 제 요리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결국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모든 건 ‘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다운 균형이란 뭘까요?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감각으로 느끼는 거죠.

* 칸다 히로유키 셰프가 올해 미쉐린 3스타를 재획득할 경우, ’20년 연속 미쉐린 3스타’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를 기념하여 올해 하반기 한국 내에서 갈라디너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안하진,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