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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의 깨끗한 얼굴이 하는 말

2020.05.25박희아

김동희가 그간 맡아온 캐릭터는, 김동희의 깨끗하게 정돈된 얼굴에서 탄생해 괴상하게 뒤틀린 한국 사회의 이면을 좇는다.

JTBC 에서 “엘사”를 외치며 내리는 눈을 반갑게 맞이하던 고등학생. 동생에게 구박을 받고, 엄마에게조차 놀림을 당하면서도 차서준 역의 김동희는 드라마 속에서 몇 개 안되는 감정 안에 갇혀있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서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 앞에서는 늘 겁에 질려 있었고, 동생과 엄마 앞에서는 순한 얼굴로 욕망 따위는 없다는 듯 걱정을 하거나 웃었다. 그런 소년이 눈을 보며 “엘사”를 얘기할 때, 사회적 명망을 갖추고 부자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의 위선이 아니라 늘 아버지 앞에서 움츠러든 아이의 진심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었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속 김동희는 그래서 더욱 섬뜩하다. 같은 교복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넘치게 가진 듯했던 속 차서준과는 다른 세상에서 핍박과 가난이 익숙한 고등학생. 김동희가 연기하는 지수에게서 우리는 모순에 가까운 드라마 속 캐릭터를 볼 수 있다. 만약에 지수처럼 세상의 이면을 빠르게 알아버린 소년이 가진 게 좋은 머리밖에 없다면, 그 소년은 망가진 사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영리하게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이 소년은 영리하지만 영악하지 못하고, 순수하지 않지만 순진하다. 성매매 포주 일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여학생의 모습 하나하나에 설레하고, 처음 느껴보는 성적인 욕구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지수는 김동희의 깨끗하게 정돈된 얼굴에서 탄생해 괴상하게 뒤틀린 한국 사회의 이면을 좇는다.

웹드라마 <에이틴> 속 하민은 오히려 김동희가 연기하기에 평범한 캐릭터다. 김동희의 얼굴은 화려한 삶을 선물 받은 차서준이나 JTBC <이태원 클라쓰> 속 장근수가 겪는 애정결핍이나 학대 속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며, 지수의 고된 하루 끝에 마주하게 되는 소라게의 처절함을 이해해야 할 때 제 역할을 해낸다.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김동희의 얼굴에 배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김동희의 얼굴은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이 지닌 고통과 그 고통을 극복해내는 의지 어린 모습까지 설명해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차서준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저항하기 시작했을 때의 강인해진 눈빛이나 장근수가 악덕기업주인 아버지와 형에게 저항하고 단밤 포차와의 화해를 시도했을 때처럼 말이다.

아직까지 <인간수업> 속 지수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로 시즌이 끝나는 상황을 맞이했다. 뒤에 어떤 내용이 이어지든, 미묘하게 변화하며 순진한 소년을 표현하는 김동희의 얼굴은 지수의 좌절을 설득해낼 것이다. 또한 지수가 좌절 후에 어떤 결말을 맞이하더라도, 그 또한 세상의 부조리함 때문이라며 소년의 삶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는 제작진의 몫이지만, 분명한 것은 김동희가 지수에 대한 분노와 애처로움을 동시에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그게, 지금 김동희에게 세상을 고발하는 주연의 자리가 주어진 까닭이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앤피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