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어둠을 빛내는 물건들

2021.01.23GQ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긴 밤의 심원한 온기를 나누며 까맣게 빛나는 것들도 찾아왔다.

SOLUNA LIVING

할아버지는 주무시기 전 꼭 작은 주전자와 물 한 대접을 머리맡에 두셨다. 자다 깨어 목이 마르면 마시는 물. 자리끼라고 불렀다. 괜히 그 물이 마셔보고 싶어 자다 깨고 싶어도 그 어릴 땐 밤새 내리 잘만 잤다. 이제는 내 머리맡에도 자리끼가 놓였다. 자기 전에 비타민 한 알이라도 먹으려고, 새벽녘 마른 입술 좀 축이려고. 쓰다 보니 늙은이처럼 보이려나 걱정스럽지만 잠자리 물 한잔이 좋은 걸 어떡해. 이왕이면 예쁜 물병, 예쁜 컵으로. 박선민 작가의 호리병 세트는 12만원, 허상욱 작가의 분청 트레이는 12만원, 모두 솔루나 리빙.

GLENFIDDICH

어둠 아래에서도 즐겁고 유쾌한 시간과 특별한 순간이 존재한다. 그런 밤의 일원으로 글렌피딕 그랑쿠르를 빼놓을 수 없다. 노골적일 정도로 풍부하고 선명한 향과 맛이 입꼬리를 위로 당기고 헛헛하고 서툰 밤을 산뜻하게 부추긴다. 오크 캐스크에서 23년간 숙성된 위스키 원액을 스파클링 와인을 숙성한 퀴베 캐스크에 재차 숙성시켜 이토록 반가울 수밖에 없는 싱글 몰트위스키를 완성했다. 까만 보틀과 황금빛 병목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을 위한 격식 같기도 하다. 가격 미정, 글렌피딕.

LOUIS VUITTON

잠이 안 올 때, 밤을 쉬이 보내는 게 싫을 때, 플레잉 카드를 집는다. 활자를 읽는 취미를 가져도 좋으련만 클로버, 다이아몬드, 조커의 웃음을 보는 게 즐겁다. 기회를 봐가며 카드를 한 장씩 버려나가는 원카드 게임이나 상대의 패를 적절히 가져오며 일련의 숫자로 완성시키는 훌라 게임이 가장 쉽다. 거액의 돈을 걸면 도박과 다름없으니 소소하게 벌칙을 정하는 규칙도 잊지 말고. 단, 적어도 두 사람이어야 갖고 놀 수 있다. 자랑하는 건 아니다. 플레잉 카드(아르센 파우치 세트)는 가격 미정, 루이 비통.

LEGO

레고 아트 시리즈는 몰입의 경지로 이끈다. 밤의 심연을 건너도록 기꺼이 징검돌이 되어주는 건 서러울 정도로 작고 동그란 브릭. 레고로 만든 캔버스 위에 퍼즐처럼 짜맞추다 보면 어두운 시간을 까맣게 잊게 된다. 그리고 날이 밝아질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반가운 형상.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얼굴을 모두 조립할 수 있는 비틀스 테마의 레고 아트 시리즈는 16만9천9백원, 레고.

TECNODIDATTICA

밤과 밤의 허공을 지나 지구 반대편의 밤으로 날아가기도 했는데. 날개가 있어도 날 수 없는 날들이 반복되는 밤, 지구본을 이리저리 돌리며 과거형이 되어버린 날들을 더듬는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그곳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추억마저 사라지기 전에 그곳의 밤을 다시 볼 수 있기를. 쓱쓱 지구본 위에 표시를 남기며 미래로 먼저 향한다. 마커펜으로 쓰고 지우기가 가능한 지구본은 5만5천원. 테크노디다티카 at 짐블랑.

SECRETLAB

흥분과 몰두에 사로잡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는 게이머의 눈을 돌리게 만든 게이밍 의자지만, 이 위에 기대어 밤새 별의별 것을 할 수 있다. 보기에도 그렇듯 묵직한 안정감이 몸을 휘감는다. 단단하게 등을 받쳐줘 절로 어깨가 펴지고 쿠션의 적당한 탄력은 궁둥이가 피로하지 않게 돕는다. 자동차 시트에서 볼 법한 경추 보정 장치는 새로운 세대의 의자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공한다. 거의 완전히 누울 수 있는 수준으로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있어 그대로 잠들라는 건가 싶기도 하다. 딱히 거부할 마음은 없다. 이만한 의자라면. 시크릿랩 오메가 모델은 49만9천원부터, 시크릿랩.

BANG & OLUFSEN

“바쁜 삶 속에서도 음악과 낭만은 잃지 말자고, 우리.”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물하며 그 아이가 말했을 때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한다 웃고 말았다. 삶, 음악, 낭만. 그 얼마나 부서지고 흩어지기 쉬운 조각인가. 그러나 어느 건조한 밤, 스피커를 발치에 두고 욕조에 누워 흘러나오는 선율을 들으며 다시금 생각한다. 이토록 누리기 쉬운 기쁨이라니. 파편이 모이고 모인다. 블루투스 무선 스피커 베오릿 20은 69만9천원, 뱅앤올룹슨.

    에디터
    김영재, 김은희
    포토그래퍼
    김래영